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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솔초에서 근무하는 유동욱 교사는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살펴보는 사회 수업을 공주의 한 초등학교와 함께 3년 째 진행하고 있다. 약 200㎞ 떨어진 두 학교의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 무료 영상통화 프로그램 스카이프 덕분이다. 한솔초 학생들은 화상 캠의 렌즈를 돌려 아파트로 둘러싸인 교실 밖을 보여주며 주변의 도시 문제를 공주의 초등학생들에게 설명한다. 유 교사는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는 문제를 조사하고 농촌 아이들에게 전달하자 이전에 책 읽고 강의식 수업만 할 때보다 학습효과가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IT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적극적으로 교실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영상통화 프로그램 스카이프, 청소년이 즐겨하는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문서작업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이준호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는 “최근 교사들이 기술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수업에 이를 적용하는 교사가 많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03년부터 IT 기술을 통해 학교와 교사,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Partners in Learning’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업과 학사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문서작업 프로그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난독증 학생을 위한 원노트,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육용으로 특화해 출시했다. 서은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문 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 교육을 통해 교실을 변화하려는 교사를 위해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IT 기술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문제해결력, 컴퓨터 활용 능력(디지털 리터러시)은 21세기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교육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교육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교사 커뮤니티는 전 세계 400만명이 가입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협력학교’는 지난 2014년 국내서 세종 미르초, 대구 중앙중 등 2곳이 처음 선정됐고 올해 총 9곳으로 늘어났다.
구글이 지난 2014년 출시한 구글 클래스룸도 교사와 학생이 손쉽게 수업에 참여하고, 진행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교사가 구글 클래스룸에 수업 자료를 공유하면 학생들은 이를 자유롭게 내려받고 공동 문서 작업을 통해 결과물을 제출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은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다.
IT 기술의 활용은 ‘과제 해결형 수업(PBL·Project Based Learning)’의 강조와 맞물린다. 각자가 조사한 자료를 동시에 작업하고, 사진과 동영상 등 시청각 자료를 첨부해 과제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IT 기술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스마트교육 선도교원으로 지난 2년 간 교육부에 파견됐던 박종필 평택 성동초 교사는 올해 3월 학교에 복귀하며 구글 클래스룸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신문을 만들거나 사회 과목에서 공부하는 주제를 조사, 발표하는 경우에 주로 활용한다. 박 교사는 “누가 과제를 수행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자료가 교사와 학생의 온라인 저장소에 각각 저장돼 필요할 때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간 소통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설유철 대구 중앙중 교사는 올해 초 헝가리에서 열린 교육자 포럼에 참석해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수업을 접했다. 설 교사는 이를 수업에 적용해 대구광역시의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둠별로 꾸며보도록 했다. 그는 “게임 미션을 수행하기만 하던 아이들이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나섰다”고 했다.
진로체험도 IT 기술을 활용하면 손쉽게 가능하다. 유동욱 교사는 스카이프를 통해 지난해 12월 앤서니 살시토(Anthoy Salcito) 마이크로소프트 교육사업 총괄 부사장과 학생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북극에 있는 탐험가와 통화를 연결하기도 했다. 유 교사는 “아이들이 스카이프를 마치고 나면 이전에 몰랐던 넓은 세상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IT 기술, 컴퓨터를 활용하는 교육에 거부감을 갖던 학부모들도 점점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학습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면서부터다. 지난 21일 최강석(서울 광장초 6)군은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과학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이매진 컵 2016(Imagine Cup 2016)’에서 해양 쓰레기를 모아 바다 생태계를 복원하는 내용의 게임을 만들어 2위에 올랐다. 최군의 어머니 이경민(38·서울 광진구 광장동)씨는 “아이가 세계대회에 출전하고 나서 그전까지 정말 싫어하던 영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스스로 느꼈다”며 “예전에는 컴퓨터 활용 교육이 아이 학업에 방해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런 교육이 아이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거대 IT 기업의 대결장소가 된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