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가 침몰해도 지진이 나도 가만히 있으라”
김소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9.21 15:41
  • 우리의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12일 밤 경북 경주를 뒤흔든 지진은 19일에 이어 오늘 21일 다시한번 지층을 흔들었다. 경주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이민영(가명)양은 12일 오후 7시 40분경 저녁식사를 하며 TV를 시청 중이었다고 한다. 이양은 “TV를 보는데 집이 좌우로 흔들렸다. 지진인지 산사태인지 몰라 당황했다. 속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오고 집은 흔들리고 무슨 일일지 알 수 없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무서워서 소리만 질렀다”고 말했다. 이양은 외동으로 맞벌이 부모가 퇴근 전이었기 때문에 홀로 집에 있었다. 지진 발생 후 스마트폰이 없었던 이양은 TV채널만 계속해서 돌렸고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의 자막을 보고 지진이 일어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KBS의 자막은 2분이나 지나 흘러나왔다. 통상적으로 지진자막송출시스템은 지진 발생 인근 국민의 신속한 탈출 등을 돕기 위해 10초 내에 발송되도록 설계돼 있다. 여타 방송국들은 평균 8분이 지나 자막을 흘려보냈다.

    19일에는 부산의 한 고3 수험생이 쓴 SNS가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5.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1,2학년만 귀가 조치한 후 수험생인 고3에게는 자습을 강요했다는 거다. 다음은 학생의 SNS 글 부분이다.

    ‘자연재해를 고작 교사 5~6명이 200명의 생명을 책임지겠다니 너무 무책임한 말 아닙니까. 심지어 교감은 1차 지진이후 1, 2학년과 함께 바로 귀가했습니다. 그렇게 2차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피해 없이 학생들이 귀가 하기는 했으나 학교측의 안일한 대처는 어린 학생들마저 분노케 했다. 경주의 한 여고에서는 기숙사 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무시하고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집결해 적극적으로 지진에 대처하기도 했다. 세월호 이후 안전인식에 대해 변함없는 어른들과 어른들보다 민첩하게 움직인 아이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이다.

    한편, 지진 발생 당시 대피 요령 및 지진 경보 등을 알렸어야 하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지진 상황 마다 먹통이 되었고 지진 발생 평균 8분이 지나서야 재난문자를 보냈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의 경우 지진이 나면 집에서는 재난방송주관 방송사인 NHK TV를 켜고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긴급지진속보(EEW)'의 안정적인 시스템이 지진 발생에 대해 즉각적으로 전달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행동강령을 전하기 때문이다. 재난 발생 시 일본인들은 무엇보다도 일본 기상청이 제공하는 ‘긴급지진속보’ 시스템의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스템적으로 불안정하고 미흡한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대피로 확보를 위한 출입문 확인을 해야 한다. 땅이 흔들리면 곧바로 출입문을 열어 두거나 출입문과 거리가 있을 시에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가구나 물건 등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감싸야 한다. 책상이나 식탁 아래로 숨는 것도 같은 원리다. 만일 머리를 보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떨어질만한 물건이 없는 벽쪽으로 피해 있도록 한다. 대게 건물의 천장은 V 자 대형으로 무너지기 때문에 가운데 위치해 있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진동이 멈추면 곧장 건물 밖으로 대피한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는 정전 등에 대비해 계단으로 내려와야 하고 대피 중에도 반드시 머리를 보호해야한다.

    평상시에는 아파트나 자신이 생활하는 건물의 건물 내력벽 구조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내력벽은 기둥과 함께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벽이다. 때문에 가장 단단한 벽인 내력벽 앞이나 옆모서리 공간으로 대피한다. 또한, 집이나 생활 반경 주변 가까운 곳에 대피할 수 있는 관공서나 공터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대피 동선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영남지방에서는 국내 지진 알림 시스템의 늑장 알람과 불안정함 때문에 일본에서 만든 지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하고 있다고 한다. ‘유레쿠루 콜(Yurekuru call)’이란 앱은 지역 설정에 따라 지진이 발생한 일대까지 감지해 실시간 알림을 보낸다.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은 두말 할 것 없이 심각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재난은 우리가 원하는 준비된 시점에 벌어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미흡한 시스템 속에서는 개개인이 평소 동선이나 내력벽의 위치 등을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줄이는 방법 등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수밖에 없다.

    세월호 당시 생존 학생들의 인터뷰 중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어른들이라고 다 맞는 건 아니었어요”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재난 대처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우자. 재난 상황에서는 ‘이럴 것이다’라는 예측과 ‘아는 척’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 그것만큼 우매한 재난 대처법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함께 공부하고 준비해 다시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어른으로 남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