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대학들, 선제적 위기 대응…“힘 합치자!”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9.13 16:56
  • 경성대와 동서대는 지난 8일 ‘경성대·동서대 협력 시스템 구축 협약’을 맺었다. 사진은 장제국(사진 왼쪽) 동서대 총장과 송수건 경성대 총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뉴시스
    ▲ 경성대와 동서대는 지난 8일 ‘경성대·동서대 협력 시스템 구축 협약’을 맺었다. 사진은 장제국(사진 왼쪽) 동서대 총장과 송수건 경성대 총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뉴시스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Join, or Die)’. ‘미(美)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설파한 것으로, 미국 독립전쟁 때 국민의 단합을 독려하기 위해 활용됐던 구호다.

    이 문구가 최근 국내 대학가에도 등장했다. 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협력으로 극복하자는 뜻에서다. 이와 관련한 실험도 ‘현재진행형’이다. 각 대학은 캠퍼스·커리큘럼 등을 공유하거나 연합체 구성을 논의하는 등 동맹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부산 지역이 활발하다. 경성대와 동서대는 지난 8일 ‘경성대·동서대 협력 시스템 구축 협약’을 맺었다. 2017학년도부터 학점 교류는 물론 교수진과 캠퍼스 등 학교 자산도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미래도 함께 계획한다. 두 대학은 공동으로 교양 수업을 하는 리버럴아트칼리지와 미래 첨단 기술 공동연구센터 등을 설립하고, 취업·창업 관련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대학 간 합종연횡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송수건 경성대 총장은 “이번 협력 시스템 구축은 서로 대학의 정체성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니고 기능적으로 협력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자는 것”이라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다는 데 두 대학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이제는 대학 간 경쟁의 시대는 의미가 없다”며 “협력의 시대를 열어 강점을 더욱 특성화하는 방안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국립대도 ‘대학 간 어깨동무’를 모색하고 있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지난 7월 열린 국립대총장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국립대 연합체제’를 제안했다. 같은 지역 내 국립대를 모아 하나의 대학처럼 운영하고, 참여 대학들은 각 학교의 특성을 살린 특성화단과대학으로 두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예컨대 부산엔 부산대·부경대·한국해양대·부산교육대 등 네 곳의 국립대가 있는데, 이 네 대학을 ‘원 유니버시티(One University)’ 형태로 만들고, 학교별 강점을 내세워 각각 교육중심대학·연구중심대학·해양분야인력양성대학·교원양성대학 등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원 유니버시티 효과’로 대학 경쟁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중복·유사 학과를 정리할 수 있고, 사회수요 적은 학과 통폐합도 가능해 대학 구조 개혁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각 대학이 경쟁 관계에서 공생 관계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은 이른바 ‘입학 절벽’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대입 정원과 고교 졸업생 간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2017학년도 대입(大入) 정원은 약 57만명. 2018년엔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약 55만명)을 추월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학 입장에선 5년 후 상황은 더 아찔하다. 교육부는 2023년 대학 진학 희망 학생 인구를 약 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수는 그대로인데, 신입생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이대로 뒀다가는 학교의 부실 운영과 파산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대학 간 연합, 대학 구조조정 등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현재 부산 지역 외에 일부 지방 대학들도 연합 체제 구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없는데다, 실패 위험도 있어 머뭇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국 총장은 “대학 간 연합이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긴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동서대와 경성대는 앞으로 합의한 분야에서 착실히 실적을 쌓아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