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가 뭐길래…” 포켓몬 열풍 속 노심초사하는 부모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31 11:50
  • #장영림(45·가명)씨는 올 여름 포켓몬을 잡으러 속초에 가겠다는 중학교 3학년생 아들 때문에 고민이다.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포켓몬을 잡는다며 속초로 가겠다고 하는데, 혹여 사고가 나진 않을까 걱정이에요. 방학을 앞두고 고등학교 입학 대비 공부하기도 빠듯한데 게임에만 정신을 팔고 있으니 답답하죠.”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이하 포켓몬 고)'가 한국에서도 대단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포켓몬 고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강원도 속초와 고성, 울산 등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를 장식할 정도다. 이 같은 인기에 학부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혹시나 우리 아이도 포켓몬을 잡으러 속초에 간다고 하진 않을까’ ‘게임에 빠져 공부를 등한시 하지는 않을까’ 등의 우려 때문이다.   

    ◇포켓몬 고 열풍… 사용자 절반은 ‘10대’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1~17일 동안 한국에서 포켓몬 고를 설치한 이용자는 126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해당 게임은 아직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되지 않아 일반 앱스토어를 통해서는 내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유저들은 해외 앱스토어를 이용하거나 설치파일(APK) 주소로 직접 접속해 게임을 설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일주일간 사용자수 성장비율은 무려 2133.1%에 달했다. 와이즈앱 측은 “포켓몬 고의 성과는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 사용자 수 게임 4위인 ‘프렌즈팝 for Kakao’에 맞먹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포켓몬 고를 설치한 이용자들의 연령대로는10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47.8%를 차지했다. 이어 ▲20대 29.5% ▲30대 14.6% ▲40대 7.5% ▲50대 0.5%로 나타났다. 성별 비중은 남성 73.8%, 여성 26.2%였다.

    ◇청소년 "만화 속 주인공된 것 같아 신나” vs 학부모 “게임 중독될까 걱정”

    아직 출시도 전인 게임의 인기가 이쯤되자 학부모들의 시름은 커가고 있다. 마포구의 한 학부모는 “포켓몬 고 열풍 기사를 보며 한창 책과 씨름할 시기에 게임중독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을까 고민”이라며 “아직 정식 설치도 되지 않는 게임에 학생들이 대거 빨려들고 있다”고 했다.

    포켓몬 고의 서비스 실행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속초지역의 학부모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성준씨(41·가명)는 “아이들이 포켓몬을 잡는다며 휴대폰을 들고 나가 늦은 시간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공부에 지장이 있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다수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안전이나 시간 계획에 대한 걱정과는 달리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뿐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생은 “만화 속에서 보던 포켓몬이 우리 집 앞에 있으니 너무 신기해요. 내가 만화 속 지우(만화 ‘포켓몬스터’ 주인공)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피카츄나 다른 포켓몬도 잡고 싶어요”라고 했다.

    ◇美 포켓몬 잡으려다 교통사고… 세계 곳곳 청소년 관련 사건·사고 일어나

    게임에 대한 인기가 거세지는 만큼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잖다. 게임이 정식 출시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는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겠다며 거리를 무단 횡단하거나 앞만 보고 가다가 큰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에서는 한 소녀가 포켓몬을 잡으려고 교차로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15일에는 플로리다 주에서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즐기던 10대 2명이 이웃주민에 의해 도둑으로 오인 받아 총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오하이오 주에선 10대 청소년 3명이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페리 원전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보스니아에서는 포켓몬 고 이용자들이 지뢰 매설 지역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보도됐다.

    일본의 변호사단체인 '자유법조단' 니가타(新潟)지부는 포켓몬 고 게임을 할 때 위험 요소를 피하는 등의 적절한 놀이방법을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포켓몬 고 서비스가 먼저 개시된 국외에서 이 게임을 하는 도중에 발생한 문제 사례를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또한 보호자가 동행한 가운데 게임을 하고, 적절하지 않은 장소에서는 포켓몬 고를 하지 않도록 학생을 지도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