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부 영웅’ 30대 대학생이 전하는 나누는 삶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24 13:47
  • [주식 수익 400여억원 전액 기부 약속한 박철상씨 인터뷰]

    고교생과 대학생 대상 총 9개 장학기금 만들어 
    “한국 청소년들 타인에게 조금만 더 관대했으면”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사람을 불신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시선을 바꾸고 싶어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회에 진출하기 직전인 고교생, 대학생 때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고 주로 이들을 대상으로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지난 6일(현지 시각)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16 아시아 기부 영웅’ 중 한국인으로 박철상(31·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씨 등 4명을 선정했다. 박씨는 지난 2009년 기부를 시작해 지난해 아너 소사이어티(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했다. 그는 조선에듀와의 인터뷰에서 “장학기금을 내실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400억원대의 자산 중 노후와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앞으로 50여년 동안 전부 기부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박씨의 별명은 ‘청년 버핏’이다. 주식 투자로 현재까지 400억원대의 큰 돈을 벌었다. 이 돈으로 활발하게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대구의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총 9개의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대학생 140여명에게 3억4000만원, 고교생 160명에게 1억6000만원씩 연간 5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층 의료비 지원에 7000여만원, 공익활동가 지원과 육성을 위해 대구시민센터에 2000만원, 위안부 할머니 지원으로 매년 20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주로 학생 대상 기부를 펼치는 이유는 장기적인 변화가 결국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씨는 “장학기금을 통해 혜택받은 학생 10명 중 1~2명이라도 남들을 배려하고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면 족하다”고 했다.

    “학생들 중 10%만 남을 순수하게 믿고 관대하게 행동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0년, 20년이 지난 다음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가지가 뻗어나가듯 이들이 다음 세대로 점점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 좋겠어요. 실제 기부에 전혀 관심 없던 후배가 제 기부를 보고 ‘자신도 사회에 나가면 어려운 사람을 살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는 말을 했어요.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도 아니었는데요.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됐죠.”

    박씨가 기부에 관심을 가진 건 부모님 영향 때문이다. 박씨는 “부모님은 물질적으로 크게 기부하지 않았지만 측은지심을 몸소 보여줬다”며 예컨대 폐지 줍는 분들의 수레를 같이 밀어주는 식이었죠”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기부 활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생이 되고 군대에 다녀오면서부터다. 박씨가 재수생활을 하던 2003년 가세가 기울었다. 그는 국립대인 경북대에 진학하고도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벌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군대에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예전에는 관심 없던 사람들의 삶을 몸소 느꼈어요. 태어날 때부터 기회를 갖지 못하는 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라고 생각했죠. 마음의 빚이 생겼고 나중에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꼭 기부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주식 투자에 성공하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졌죠.”

    기부 활동이 주식 투자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동기부여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무언가 사달라고 떼쓴 적이 없습니다. 욕심이 없는 편이에요. 주식 투자에서 수익이 크게 났지만 계속 해야하나 고민했죠. 투자를 하면 분석할 게 많아서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어요. 그런데 기부라는 목표가 동기부여를 해줬습니다. 주식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이 절실한 곳에서 가치 있게 쓰이면 피로가 풀리고 위안이 돼요.”

    워커홀릭인 박씨는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몇 년 전부터 새벽 2시쯤 잠들어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취미는 독서, 운동뿐이다. 이동하는 시간을 짬짬이 활용해 2~3일에 한 권씩 읽는다. 특히 독서를 ‘일의 연장선’이라 말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읽으면 통찰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도 체력 관리 차원이다. 1주일에 3~4일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한다.

    최근 박씨는 주식 투자 일을 그만두고 장학기금을 운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내년에 학부를 졸업하면 4년 정도 기금의 체계를 잡고 유학을 갈 계획이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니 경영학에 관심이 있어 MBA(경영전문대학원)에 지원할 거에요. 그 다음에는 유럽에서 오랜 기간 동안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무엇 때문이냐고요? 마음껏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