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돋보기] 고교생에게 고교 수준보다 어려운 문항 출제하는 대학들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05 15:18
  • ◇있으나 마나 한 선행 교육 금지법, 50% 이상 대학수준 문제 출제하는 대학도 있어

    연세대학교를 포함 2016학년도 대입 자연계 논술고사를 실시한 주요 13개 대학 중, 10개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을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주요 13개 대학의 2016학년도 자연계 논술고사 문항 30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10개 대학의 44개 문항(14.7%)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됐다고 발표했다.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은 대학 과정에서 출제하거나(39개) 고교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어긋나는(5개) 문항을 말한다. 이번 분석에는 수학, 과학 과목 현직 교사 48명이 2개월 동안 참여했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선행 출제 비중이 높은 대학은 연세대(48%), 이화여대(38.9%), 숙명여대(33.3%), 홍익대(33.3%) 등이다. 특히, 연세대와 이화여대, 홍익대는 지난해 2015학년도 조사에서도 선행 출제율이 3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서강대(25%), 고려대(10.7%), 건국대(9.1%), 경희대(6.1%), 중앙대(4.5%), 성균관대(3.4%)가 대학 수준의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13개 대학이 모두 실시하는 수학 논술고사는 선행 출제 비율이 다른 과목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129개 문항  중 28개인 20.9%가 대학 과정에서 출제됐다. 이는 물리(10%), 생명과학(9.6%) 등 과학 과목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연세대(100%·8문항 전체), 숙명여대(50%·2문항 중 1개) 등은 50% 이상 대학 과정으로 수학 문제를 출제했다. 

    현행 ‘선행교육 금지법(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는 대학이 대학별 고사(논술, 면접 등)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과정의 범위·수준을 벗어난 출제·평가를 실시한 경우 교육부는 대학에 시정·변경을 명령할 수 있다.

    사교육걱정은 “법을 위반한 대학을 행정 조치하라는 의견을 교육부에 수 차례 제기했지만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는 논술고사의 교육과정 준수 여부에 대한 행정조치를 미루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양대ㆍ동국대ㆍ서울시립대는 모든 논술고사 문항을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해 ‘선행교육 금지법’을 비교적 잘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ㆍ중앙대ㆍ경희대ㆍ건국대 등도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비율이 10% 미만이었다. 성균관대는 미준수 문항 비중이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전체의 29.3%였으나 올해에는 3.4%(총 87문제 중 3개)로 크게 줄었다.

    논술고사는 대부분 본고사형으로 출제됐다. 전체의 90.3%에 이르는 271개 문항이 본고사 형식이다.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서울시립대, 건국대는 모든 문제를 본고사형으로 출제했다. 다른 대학들도 동국대(33.3%)를 제외하면 모두 60% 이상 본고사형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 정책대안연구소 정책국장은 “대학은 지나치게 높은 비율의 본고사형 문제 출제를 시급히 개선해 ‘학생이 사고하는 과정을 평가한다’는 논술고사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대학들은 사교육걱정의 분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2016학년도 논술고사를 실시할 때 출제 위원들에게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도록 교육하고, 처음으로 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고교 교사 2명을 출제진에 포함시켰다”며 “논술고사가 끝나고 다른 고교 교사들로부터 논술고사가 문제 없이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사교육걱정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