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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는 작년 9월, SAT는 올해 3월부터 새로운 에세이 형식이 시작됐다. 이 두 시험들의 기존 에세이 방식은 깊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TOEFL의 에세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새롭게 바뀐 방식들은 TOEFL 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르며, 그에 대한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긴다면 기존 에세이 방식을 이용해 어떻게 해보려는 접근법이나 수업은 좋은 결과를 맺지 못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에세이들이 바뀌었는지 살펴보자.
우선, 올해 3월에 새롭게 시작된 SAT에서 요구하는 에세이는 text analysis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 방식이다. 기존의 주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학생의 의견을 묻는 방식과는 다르게 제시된 지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해 조리있게 글을 써야 한다. 즉, 학생의 개인적 생각이나 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닌 지문을 분석하고 그 지문에 기반한 논리를 전개해 수험생의 대학 수학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전공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학 수업에서는 TOEFL의 에세이와 같은 보고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대부분 문헌연구와 그에 대한 분석 및 본인의 논리를 질서정연하게 표현하는 것이 대학 수준의 글쓰기 능력이고 이를 평가하기 위한 한 방편이 새로운 SAT 에세이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지문해석 능력도 매우 중요해진다. SAT 에세이에서 제시하는 지문의 길이는 거의 한 페이지에 가깝고, 난이도 또한 SAT reading 지문 수준에 가깝다. 그래서 독해력이 선행 조건이다. 그러나 평소에 글을 읽을 때 꼼꼼히 분석적으로 읽지 않고, 크게 읽는 학생들(skimming이나 scanning)은 대략적인 내용이나 흐름은 이해해도 무엇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 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 부분은 기존의 SAT 에세이를 강의하던 강사들에게도 적용된다. 기존의 많은 강사들이 본인의 old SAT 경험이나 TOEFL 에세이 쓰는 방식을 통해 익힌 에세이 구조나 템플릿을 이용해 수업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완전히 바뀐 새로운 틀에 대한 수업 노하우를 세우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에세이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차라리 안 쓰는 것이 나을 것이란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던지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제대로 된 독해 능력에 지문 분석 능력만 익힌다면 똑똑한 학생들은 두 세번의 수업과 몇 번의 첨삭을 받는 것으로도 충분히 고득점을 낼 수 있다. 시험은 어떻게 변해도 시험이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 기준이 존재하고 그 기준에 맞춰 준비하면 점수가 안 나올 수 없는 것이다. College Board에서 제시한 새로운 에세이의 평가 기준은 영어권의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보고서나 논문을 채점하는 기준과 상당히 비슷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험생 본인의 주관적 의견과 경험이 위주로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에세이는 지문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 분석이 핵심 포인트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에세이 틀을 배우고, 지속적인 첨삭을 통한 교정만이 단기간에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ACT의 경우는, SAT와는 다르게 본인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기존의 ACT 에세이와 다른 점이라면, ACT 에세이 제시문에서 세 가지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수험생은 이 중에서 본인이 지지하는 관점을 선택해 글을 쓰면 되지만, 나머지 두 관점도 반드시 에세이에서 언급을 해 주어야 한다. 엄밀히 말해 이런 부분에서 새로운 ACT 에세이도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에세이는 본인의 주장만 강하게 언급하며 근거를 제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새로운 에세이는 다른 의견들에 대한 수용 및 비판적 접근법을 요구하는 것으로 역시 대학 수학능력에 필요한 역량이다. 실제 대학의 보고서는 이러한 부분이 핵심 요소 중 하나이며, SAT 에세이의 지문 분석 능력과는 또 다른 대학준비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ACT 에세이의 전제 요소는 무엇인가. 역시 독해력이다. 한 현상에 대한 짧은 지문을 읽은 후, 간단하게 제시되는 세 가지 관점을 제시된 현상에 맞추어 분석해야 하는데, 수험생들 중 일부는 이 관점들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으면 세 관점이 명확하게 달라서 고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두 관점이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슷해 보이는 관점들 속에서도 반드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수험생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차이점을 파악 못하고 두 관점을 같은 맥락에서 묶어서 다루는 것을 종종 본다. 한 마디로 정확한 독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본인과 다른 두 관점을 어떻게 에세이에서 다루는가는 테크닉이다.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평소에 글 쓰는 것을 즐기지 않는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부분이고, 종종 횡설수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새로운 ACT 에세이가 무조건 더 어렵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면, 세 가지 관점을 ACT에서 친절하게 제시해주는 덕분에, 수험생들은 가장 적절한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두뇌에 과부하를 걸 필요가 줄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새로운 ACT 에세이도 또한 정형화된 틀이 존재하며 채점 기준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연습을 통해서 무난히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새롭게 바뀐 두 에세이에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기존의 에세이처럼 본인의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둘째는 분석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확한 독해력을 통해 제시된 지문이나 관점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된다. College Board와 ACT에서 대학의 보고서 제출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새로 개정한 에세이 형식들로 기존의 단순한 에세이들보다는 확실히 더 어렵다. 그러나 역시 시험은 시험이다. 약간의 시간과 제대로된 가이드와 함께 노력한다면 충분히 정복할 수 있다.
이정환(옥스퍼드영문학석사 졸, 아이비플랜 Essay대표강사)
[조선에듀] 달라진 ACT·SAT 에세이… 어떻게 변화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