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서울 자사고 “학생 선발권 축소 의도” VS 서울교육청 “교육부 지침 따른 것뿐”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4.01 15:56
  • [자사고 원서 접수 시 자기소개서 제출 여부 논란, 양측 입장 들어보니…]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 중 ‘앞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면접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한다’는 항목과 관련, 서울 소재 자사고 22곳의 교장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은 학교장에게 있으며 학교 측과 합의 없는 교육청의 일방적인 입학전형 발표는 부당하다”며 “서울 자사고들은 온라인 원서 접수 시 자기소개서를 함께 제출토록 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교육청 방침을 전면 거부한 것이다.

    서울 소재 자사고 입학전형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운영된다.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서울 소재 자사고는 서류평가 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함께 반영했다. 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선 종합 의견란, 진로·희망, 동아리 활동, 출결 등 내신 성적·수상 실적을 제외한 일부 요소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사고 입장에선 서류평가의 핵심은 자기소개서였다.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은 “담임 교사의 날인이 찍혀 일종의 교사 추천서 역할을 하고 지원 의지도 확인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가 자사고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시교육청 측도 충분히 알 것”이라며 “이미 기본계획 발표 일주일 전 시교육청 관계자와 가진 회의에서 협의회가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전형 변경 방침을 밀어붙인 건 자사고가 가진 선발권을 축소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오 회장은 “해당 내용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만 몇 줄 나와 있고, 기본계획 본문 안에는 전혀 나와 있지 않은 점을 보면 졸속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선발권 축소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전형 변경은 교육부의 ‘2017학년도 자사고 자기주도학습전형’ 매뉴얼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며 “서류평가는 2단계 면접 전형에서만 활용하고 1단계에선 활용을 금지한다는 항목을 근거로 결정한 조치다”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자사고 1단계 전형에서 추첨 과정을 통해 떨어지게 되는 학생들에게도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중학교 3학년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강력하게 개선을 요구했던 사항”이라며 “이번 개선을 통해 불합리함과 불필요한 행정 수요를 바로잡아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와 서울시교육청 간 대립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오 회장은 “현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꾸준한 협의를 통해 변경안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기한은 있다. 자사고 지원 시 자기소개서 제출 여부는 오는 8월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 입시 요강은 전형 시작 3개월 전에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사고 입시는 매년 11월께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