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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3개국 600여명 참가한 제12회 하버드모의국회, 7~10일 나흘간 서울대서 열려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교육 인프라 차이는 엄청 납니다. 선진국 지원으로 범아시아 기구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교육 환경이 저조한 나라를 도와야 합니다.”
“그건 불공정한 사안입니다. ASEAN(둥남아시아국가연합) 내 선진국이라도 세계 나라들과 비교하면 중위권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인데다 일부 국가에서만 기부금을 받자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모든 아시아 국들이 돈을 모아 기금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ASEAN 회원국 정상들 간 발언이 아니다. ‘하버드모의국회(HMCA·Harvard Model Congress Asia)’에 참석한 국내외 중·고등학생들의 회의 내용이다.
하버드대 재학생들의 지휘로 아시아의 명문 국제학교 재학생들이 미국 의회·UN국제사법재판소·국제기구 등의 위원회에 소속돼 영어로 토론하는 국제회의 프로그램 ‘하버드모의국회’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대에서 열두 번째 행사를 가졌다. 세계 23개국 600여명 학생들이 참여했고, 한국에서만 7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매년 16~20명이 참여해 온 것과 달리 국내에서 개최된 행사인 만큼 참여도가 높았다.
SK경영관 등 각 건물 29개 방에서 ASEAN·G20·IMF·CIA 등 각 기구 위원회에 배정된 2~30명의 학생들은 사흘간 국제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주제의 문제들을 토의했다. G20, G24, EU와 같은 국제 기구들이 다루는 세계 경제 이슈부터 미국 상·하원이 결의하는 교육 및 질병관리, 식수자원의 위기 등 토론의 범위는 초국가적, 범사회적이었다.
ASEAN에서 발제된 내용은 주로 교육에 집중됐다. ASEAN 위원회의 캄보디아 대표직에 배정돼 회의를 이끈 김형민(서울외국인학교 10)군은 캄보디아의 지난 정권이 교육과 지식층을 탄압해 교육력이 약화된 것을 이유로 들며 “ASEAN 내 선진국들을 필두로 돈을 모아 교육환경이 열악한 나라를 지원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발언했다. “범아시아 기구를 통해 우선 지원을 받은 뒤 해당 나라들의 교육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이 돼야 한다”며 “ASEAN 회원국 중 정부가 타락한 곳들도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지 기구도 조성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싱가포르 대변 측은 “모든 아시아 국들이 기금을 조성하는 체계라면 가능하겠지만 일부 선진국들만 돈을 모으자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했다. ASEAN 대화 상대국인 미국과 러시아 측도 같은 이유로 김 군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다.
중국 측 입장을 대변한 하재현(마닐라국제학교 10)군은 싱가포르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하자는 의견을 개진하며 “ASEAN 내 국가들이 모든 교육 과정에 영어를 공용어로 적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각 나라의 글로벌화를 앞당길 수 있고, 선진국들과의 교환학생제도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각 나라 정상들은 의문점을 제기했다. 캄보디아 의원 역의 김형민 군은 “캄보디아에서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경우, 모국보다 훨씬 나은 경제 상황과 교육 환경 때문에 당사자가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모국에 돌아와 교육력에 보탬이 되고, 그래야만 국가 상황이 좋아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다른 국가 정상들도 “타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학생들이 다시 모국으로 돌아오게끔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그 나라의 모국어와 교육 환경을 어느 정도 지키는 선에서 제한적 의미의 ‘영어 공용화’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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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모의국회는 국제 사회의 이슈를 토론하는 행사이기 이전에 아시아 전역의 다양한 문화를 가진 청소년들의 교류의 장”이라고 밝힌 자크(Zach) 하버드모의국회 최고의장의 말처럼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국제 회의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스피치 능력뿐 아니라 타국과의 문화교류를 경험했다.
하재현 군은 “서울모의유엔회의(MUNOS) 등 조선에듀케이션의 다른 국제회의 경험도 있지만 이번 하버드모의국회는 의미와 방식 등이 조금 달랐다. 실제 국회에서 사용하는 당신(You)과 나(I) 등의 일상 용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타 국가 학생들과 허물없이 이야기하며 교감할 수 있었다. 타국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손상원(광주중 2) 군도 “실제 국회에서라면 그렇지 않을 테지만, 이번 모의국회에서는 핵기술에 대한 발제 시 타국 관계자 역할의 학생을 위해 관련 개념과 용어 등을 설명해주는 등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며 “자유롭고 유익했던 이 행사에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매년 홍콩대와 싱가포르국립대 등 주요 대학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는 내년에도 이 맘때 쯤 열릴 예정이다. 내년에도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지 묻자 자크(Zach) 하버드모의국회 최고의장은 “매년 한국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의장들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그간 한국 학생들의 활동 내용 등에 비춰 (내년에도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에듀] 캄보디아 의원된 고교생 “전세계 학생들과 국제 이슈 논의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