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28·29일 면접 보는 고려대 융합형인재, ‘합·불’ 사례 알아보니…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1.27 11:39

  • 2016학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융합형인재전형 면접고사가 이번 주말 치러진다. 28일(토)에는 자연계열 모집단위가, 29일(일)에는 인문계열 모집단위가 해당한다.

    고려대는 학생부 위주의 융합형인재전형 모집 인원을 지난해보다 80명 증원했다. 창의적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취지다. 올해 총 360명을 1단계 서류 100%와 2단계 면접 30%+1단계 성적 70%를 통해 선발하며, 면접에서는 2인 이상의 면접위원이 융합형 인재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심층 평가한다.

    고려대 수시모집 융합형인재전형 면접을 하루 앞두고 지난해 면접은 어땠는지, 실제 지원자들의 합·불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합격

    △학생 A(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1명과 입학사정관 1명 등 2명의 면접위원은 지원자들에게 미리 제시문을 나눠준 뒤 18분 동안 답변을 준비하도록 했다. 실제 면접은 9분 동안 이뤄졌다. 면접위원들은 문학작품(시, 소설), 사설 등 4개 제시문을 제시한 뒤 “하나의 키워드로 연관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구상하라”는 질문을 던졌다. 제시문은 (가)법이 엄격하고 자주 바뀌지 않아야 국민들이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내용, (나) ‘상대방에 따라 나의 지위가 달라진다’는 내용의 시, (다)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손님이 옥희를 통해 어머니에게 편지를 전하는 장면, (라) 빅맥 지수(구매력 평가 지수)로 보는 각 나라의 담배 가격 비교 자료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싼 값에 담배를 구입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A 학생은 답변에 대해 밝히진 않았지만 “면접 시 출제되는 제시문이 교과 과정을 벗어나지 않으므로 3년 간 학교수업을 충실하게 듣는다면 제시문을 해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발표하는 연습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B(화공생명공학과)
    2명의 면접위원이 9분 동안 화공생명공학과의 의미와 진학 후 분야, 지원 동기 등을 물었다. 면접 전에 미리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제시문을 나눠줬고, 면접에서는 그 답에 대해 말하도록 했다. 제시문은 (가)해륙풍에서 열의 순환, (나)멘델의 유전법칙, (다)시 주제 ‘사랑과 이별’ ‘내면의 성숙’, (라)부분집합·항등원 등 4개 였고, 이에 대한 문제 1번은 제시문(가), (나)에서 공통된 주제어 뽑기였다. B 학생은 ‘순환’으로 답했다.

    2번 문항은 ‘제시문(다), (라)에서 상반된 주제어와 관련된 과학적 개념 3가지를 말하라’는 것이었는데 이 학생은 ‘이온화에너지’ ‘탈출속도’ ‘돌연변이’로 답했다. 3번은 ‘문제1, 2에서 삶의 의미를 논하시오’였으며 이에 대해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4번은 ‘제시문(라)를 인용해 구성원 사이에서 역할을 논하라’는 질문이었고, 답은 밝히지 않았다. B 학생은 자신의 답변에 대해 “문제풀이에서 나름대로 잘 답했다”고 자평한 뒤 “기본적인 질문에서 답변을 머뭇거리고 시간을 지체했다”고 아쉬워했다.

    △학생 C(사회학과)
    최초 예비번호 1번으로 추가 합격한 C 학생의 경우 제시문 파악하는 시간 20분과 개인 면접 시간 10~20분 내외 등 총 30~40분의 심층면접을 치렀다. 제시문과 관련 질문은 각각 네 가지였다. 제시문은 (가) 법, 명령 등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관리들의 권력 남용이나 백성들의 불만이 없다는 내용의 글, (나) 자아의 본질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규정하는 내용의 시, (다) 빅맥 대비 담배 가격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싸다는 내용, (라)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아저씨가 보낸 편지를 어머니가 뜯어보는 부분이었다. 질문은 ‘1.(다)를 통해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지 않다’라는 주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가)와 (나)로부터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이끌어내시오’ ‘2. (나)와 (라)의 공통점을 말하시오.’ ‘3. (라)를 통해 시점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시오.’ ‘4. 제시문을 활용하여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하시오.’였다.

    C 학생은 1번 질문에 대해 “일단 (가)를 보면, 우리나라에 많은 국민들이 담배값 인상을 지지한다는 것이 현재 있는 우리 담배 가격이 적정하지 않거나, 공평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담배가격은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담배 가격이 적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지는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나)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규정한다. 즉 담배 가격도 우리나라 안에서의 물가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담배가격과의 비교를 통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다)에서 나타난 빅맥 대비 담배가격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편이다. 따라서 질문에 제시된 주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나)와 (라)의 공통점을 묻는 2번 질문은 “일단 (나)와 (라)의 첫 번째 공통점은 문학이라는 점이다. (나)의 갈래는 시, 그 중에서도 현대시이고 (라)는 현대소설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나’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나)에는 화자가, (라)에는 서술자인 옥희가 등장한다”고 풀어냈다.

    3번 시점이 중요한 이유로는 “첫 번째, 시점으로 인해 볼 수 있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라)가 옥희가 아닌 아저씨의 시점으로 쓰였다면, 독자들은 아저씨가 봉투 속에 편지를 넣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지, 어머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 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두 번째 이유는 시점에 따라 같은 행동이라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옥희가 서술자였기 때문에 어머니가 편지를 읽고 보인 행동을 아파서 그러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 때문에 독자는 다시 한 번 어머니가 왜 이렇게 행동을 하는지, 편지에는 무슨 내용이 쓰여 있을지 추측하게 된다”는 점을 꼽았다.

    4번에는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는 일단 첫 번째, 내가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협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담배 가격을 그저 우리나라 내부에서만 판단한다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판단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결과에 대해서 신중하게 따지고 그 효용에 따라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담배 가격을 인상하느냐를 놓고도 인상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부정적인 결과들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C 학생은 “세 번째 이유도 설명하려 했지만 도중에 면접 위원이 말을 잘랐다”고 아쉬워했다.


    ◇불합격

    △학생D(심리학과 지원)
    지난해 고려대 수시모집 융합형인재전형으로 심리학과에 지원했던 D 학생은 ▲교내과학토론대회3위 ▲독서대회3위 ▲교내논술대회2위 ▲교과우수상9개 ▲민주시민상, 봉사상 3개 ▲교내 자치법정 판사 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 내역을 지녔다. 교과 등급의 경우도 국영수사 1.91, 국영수사과 1.98, 전교과 2.05 등 고려대 내신 합격컷에 부족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1차 서류 평가에서 탈락해 면접 기회를 얻지 못했다.

    D 학생은 지난해 고려대 외에도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심리학과에 동시 지원했으며 동국대는 경찰행정학과에 원서를 넣었다. 이 학생은 “1차에서 불합격해 면접 준비가 필요없었다”며 “논술 전형에는 지원하지 않아 논술고사는 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