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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찰칵.’
무대 위 화면이 바뀔 때마다 교사들은 일제히 몸을 앞으로 기울여 휴대폰에 담기 바빴다. 18일 오후 2시부터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 주최로 열린 ‘2016 대입 정시 대학별 입학정보 설명회’ 현장에서 가장 집중도가 높은 부분은 ‘지난해 입시 결과’였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8개 대학들 중 서울대를 제외한 7개 대학이 △모집단위별 합격자 수능 백분위 평균 △경쟁률 등 2015학년도 입학전형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공개한 수능 백분위 평균 중에는 정시 일반전형에만 국한된 합격자 평균인지, 실제 등록자 평균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경쟁률의 경우에도 고교별 내신 등급과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을 고려한 실질 경쟁률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날 참석한 한 교사는 “설명회장을 직접 찾은 교사들에게라도 전년 입시 결과를 자세히 알려줘야 하지 않은가. (입시 결과를 담은) 배포자료도 없어 휴대폰으로 화면을 찍으려니 번거롭다”고 아쉬워했다.
교육연구정보원 교육과정진로진학부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를 두고 “40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정시전형에 대한 세부내용과 군별 지원전략, 전년도 합격선 등의 정보를 제공해 고3 담임교사들이 사교육기관보다 앞서 정확한 입시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5일간 서울・수도권 40개 대학(4년제 대학 37교, 전문대학 3교)이 참여하는 정시 설명회를 직접 찾은 교사들은 주최측 의도대로 정확한 정시 전략을 얻을 수 있었을까.
◇수능 최저, 최초 합격자·최종 등록자 등 구분 없이 입결 공개 “애들 원서 내도 되나요?”
18일 설명회에 참가한 8개 대학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연세대(원주) △세종대 △숭실대 △서울대였다. 각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오후 2시부터 20분씩 순서대로 정시 전형을 소개했다.
고3 진학교사들이 대입 지도로 바쁜 와중에도 설명회를 찾은 이유는 ‘정확한 입시 결과’를 알기 위해서다. 대부분 대학은 학교 소개와 함께 모집 인원과 전형 방법, 일정 등을 설명한 뒤 마지막 몇 분을 남겨두고 전년도 입학 전형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전형별, 최초 합격자·최종 등록자별 구분 없이 모집단위별 수치를 나열한 곳이 많았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2015학년도 최초 등록자 백분위 평균’이 △인문 93.17 △자연 89.00이라고 밝혔다. 인문계열에서 백분위 평균이 가장 높은 학과는 세무학과(95.45)였다. 하지만 이 수치를 올해 정시 지원 전략 수립에 참고하기는 무리가 있다. 세무학과 인원을 뽑는 일부 전형이 반영 비율과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 전형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는 수시와 정시에서 고르게 신입생을 받는다. 수시 논술전형 8명, 정시 일반전형 32명 65명 선발이다. 논술전형은 지난해 논술고사 100% 반영에서, 올해 △1단계 논술고사 100% △2단계 논술고사 50%, 학생부 50%로 바뀌었다. 수능 최저학력조건도 없앴다. 지난해 수능 성적 40%와 학생부 30%, 서류 30%로 뽑던 정시 고른기회입학전형Ⅲ도 수능 성적 50%와 서류 50% 적용으로 바뀌었다. 대부분 각 전형에서 분할모집을 하는 모집 단위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학생부 반영 비율 등의 입학 전형이 바뀔 때마다 합격자 데이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차이가 큰 최초 합격자와 최종 등록자 수치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날 서울여대도 모집군별 지난해 정시 전형 결과를 공개했다. 최초 합격자와 최종 등록자 등은 구분하지 않았다. 이병걸 입학처장은 “가군의 지난해 평균 백분위는 경영학과 86.5, 의류학 88.6이다. 나군은 정보보호 88.5, 영문과 85.8, 교육심리 88.3”이라고 했다. 다군은 수학 86.6, 식품영양 87.7 등이었다. 서울여대는 올해 정시 가군에 △경영학과 △의류학과 △디지털미디어학과 △정보보호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산업디자인학과 등 6개 모집 단위의 창의융합대학을 신설했다. 인문사회와 자연, 예체능을 아우르는 이러한 모집 단위가 가군에 신설되면 예체능을 제외하고 모두 수능 성적만으로 전형하는 정시의 모집군별 경쟁률과 평균 백분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날 전년도 입시 결과를 소개하던 한 대학 관계자도 “평균 백분위가 올해 수험생들이 참고하기엔 조금 차이가 날 수 있다. (백분위가) 3%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라”고 했다.
교사들은 정확하지 않은 입결 공개에 아쉬워했다.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교사 박혁상씨는 “설명회장을 직접 찾은 교사들에게만이라도 입시 결과를 담은 참고 자료를 배포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정확한 입시 결과는 학생 대입 지도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20분 중 절반은 학교 홍보… 모집인원·전형방법 등 정시 요강 그대로 소개
몇몇 대학들은 ‘ACE사업 선정 184억 지원’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 학교 소개에만 20분 중 절반 가량을 할애했다. 교통 편의성, 파격적 장학제도 등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나머지 몇 분간은 당일 배포한 정시 자료집과 모집 요강에 명시된 전형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직접 이 곳에 온 건 입학처장에게서 정확한 지원 전략 등을 듣기 위해서였는데 학교 홍보와 함께 정시 요강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는 수준이라 아쉽다. 같이 온 동료는 세 번째 학교까지 설명을 듣다 먼저 갔다”고 전했다.
이날 마지막 정시 설명에 나선 서울대는 “서울대는 전년도 입시 결과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대학”이라고 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20분간 가장 많이 한 말은 “아시다시피”였다. 정시요강에 나온 대로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제외한 전 모집단위가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내용과 함께 “서울대는 수능 만점자도 많이 온다. 수능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모집 단위별 수능 응시 조합이 다르니 결격 사유가 되지 않도록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정시 요강도 재확인했다.
3년째 수시·정시 합격자의 수능 점수와 내신·논술 성적 등을 학과·전형별로 공개하고 있는 한양대에 이어 중앙대 등 주요 대학들이 입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서울여대 등 몇 개 대학들도 “곧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대학들이 전형별 최종 등록자 기준으로 내신 등급과 미등록 충원자 수,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 정확한 입시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야 학생·학부모가 큰 혼란 없이 입시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려면 대학들이 최고점과 최저점, 평균점 등도 고려한 전년도 ‘실질 경쟁률’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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