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여러개 면접실서 인성 등 평가… 의대 ‘다중미니면접’ 전략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0.16 17:05

  • 서울대와 인하대, 계명대, 인제대, 한림대 등은 올해 의예과 전형에서 여러 개의 면접실을 두고 각 면접실마다 2~3인의 면접관이 각기 다른 평가 항목으로 질문하는 면접을 치른다. 이른바 ‘다중미니면접(Multiple Mini Interview‧MMI)’이다. 다중미니면접은 의대 지원자들의 도덕성, 사회성, 팀워크, 신뢰구축, 의사소통 등 인성과 비인지적 자질을 복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면접 유형이다.

    높은 도덕성과 인성을 요구하는 의대 지원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인성평가를 진행하기 위한 다중미니면접은 총 소요 시간이 30~60분가량으로, 면접 시간이 20분 내외인 일반면접에 비해 긴 편이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수시 일반전형 수의과대학 적성·인성 면접을 면접실 5곳에서 진행한다. 지난해 6개에서 하나 줄었다. 대신 면접실별 제한 시간은 2분씩 늘었다. 각 면접실당 12분씩 평가가 이뤄져, 6개 면접실에서 10분씩 면접이 진행된 지난해와 총 면접 시간은 같다. 정시 일반전형의 의과대학 적성·인성 면접 역시 면접실이 지난해 4개에서올해 2개로 축소됐고, 시간도 15분 내외로 지정됐다. 서울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울대 입학전형 선행학습 영향 평가’를 발표하며 “ 학생 부담을 완화하고 평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2016학년도부터 일부 모집단위에서 시행하는 출제 문항 기반 면접의 면접실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중미니면접은 제시문 읽고 답하기, 상황설정 등 구성도 다양해 대비가 까다로운 편이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사회적 쟁점을 주제로 제시하면서 지원자의 가치관과 인성을 파악하는데, 제시된 상황에 대한 답변 내용을 위주로 면접관들의 2차, 3차의 추가 질문이 이어진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지원자의 논리적이고 확고한 주관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인성이나 가치관 등 비인지적 자질만이 중시되는 것은 아니다. 전공적합성을 갖추고 사회적 쟁점에 대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해설할 수 있어야 한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전공적합성은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다. 어떠한 희귀병 혹은 불치병을 예로 들어 ‘의사와 환자의 입장 중 어느 쪽을 결정할 것인가’하는 식의 질문으로 면접관들은 의사로서의 가치관뿐 아니라 전공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질문은 가치관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전공적합성을 보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까지 이슈가 된 사회적 문제들도 짚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의료계 사건의 경우 국가전염병인 ‘메르스’, 교육에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사회는 ‘용인 캣맘 사건’, 국제적으로는 ‘시리아 내전’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 안락사 문제, 의료계 차등수가제 폐지 문제 등도 의예과 지원자로서 꾸준히 고민해볼 만한 주제들이다.

    김희동 소장은 “최근 사회적 이슈거리를 찾아 예상 문제를 뽑고, 논리적으로 답변하는 훈련을 하라”며 “다양한 방면의 주제에 대해 신문, 도서, 인터넷 등을 통해 찾아보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질문에 대한 답변 이후 이어질 수 있는 추가 질문까지 예상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다중미니면접에서는 대체로 지원자가 어느 하나의 입장에서 답하면 그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추가 문제점이나 다른 입장에 대한 의견 등을 구체적으로 묻는다”고 말했다.

    한편 인제대학교에서 실제 진행된 인문계고교출신자 전형의 상황 제시문 및 면접 질문 예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의예과 1학년 대표이다. 축제 첫날에 1학년이 일일 찻집을 열기로 하였다. 축제 전날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 번호만으로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전화를 받자 상대방은 무턱대고 일일 찻집 행사를 축제의 둘째 날로 바꾸라고 요구하였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2학년 대표단의 일원으로 짐작되었다.

    1. 수험생이 1학년 대표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2. 그렇게 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3. 수험생이 2학년 대표단 학생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다중미니면접은 제시된 상황에 따라 순간적인 판단력을 중시한다. 자신의 답변을 논리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에 나타나 있지 않은 부연 상황까지 창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예로 들어, 정해진 대로 첫날에 일일 찻집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찻집 행사 변경 시 계약상 환불수수료가 얼마가 드는 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인제대 재학생 수를 사전에 알고 있다면 본인만의 방식으로 첫날 예상 참석 인원과 둘째 날 예상 인원의 차이를 토대로 손익을 계산해도 좋다. 2학년 대표단 의견대로 한다면,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이 좋은 답변이 될 수 있다.

    김희동 소장은 “다중미니면접은 암기식 학습으로 정형적인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어떠한 문제에 대해 선택하고 결정한 이유를 고민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