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영어학습의 프레임을 바꾸자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6.04 16:30

[김태균 칼럼]

  • 현재 우리 교육 현장에서의 영어 학습 방법은 언어를 패턴화 시켜서 암기 하는 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보다는 일대일 대응식의 ”갇힌 사고”로 접근해서 고정관념을 만들게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배운 것을 암기해서 지식으로 만들어 놓고 영원히 써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원리를 터득하고 새로운 것에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 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즉, ‘집어넣는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꺼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어를 학습하는 방법에도 물론 적용된다.

    말의 원리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 인간은 언어 소통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말이 표현되는 방식에는 나름의 원리가 존재하게 되고, 그런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든 활용할 수 있게끔 추론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영어 학습의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우리가 기존의 영어 학습 방식-문법규칙을 암기하고 어휘나 숙어를 일대일로 암기하는 등의 단순한 기능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영어의 어떤 틀 (grammar나 숙어 등...) 이 왜 그렇게 쓰이는지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냥 묶어서 암기하고, 어휘나 숙어가 다양한 의미로 쓰였을 때, 나올 때 마다 암기하는 식의 영어 학습을 해왔다. 이제 그냥 틀에 박힌 rule을 암기하고 어떤 카테고리를 만들어 외우면서 고정관념 만드는 과거의 학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다양하게 전달되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열린 사고”에 바탕을 둔 영어 학습 방법으로 바꾸어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고 동시에 사고력과 추론능력을 길러 가는 효율적인 영어 학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런 ‘열린 사고’에 바탕을 둔 학습방법이란 무엇인가? 그 기본이 되는 방향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grammar는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 알맞은 뉘앙스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의 구조를 익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to부정사는 전치사 ‘to'가 ’~로‘라는 방향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to'뒤에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V)를 쓰면 ‘동작’이 ‘~로’향한다는 방향성을 갖게 되므로 ‘미래’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면 to부정사를 목적격 보어(O.C)로 받는 즉 “S+V+O+to R.V(O.C)" 형태로 쓰이는 문장을 보면 목적어(O)가 ‘어떠한 행위(to부정사)’를 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목적어(O)가 ‘어떠한 행위’를 하려면 당연히 주어(S)가 그런 행위를 하게 시켜야 목적어(O)가 ‘어떠한 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따라서 to부정사가 목적격 보어(O.C)로 쓰였을 때는 항상 어떤 동사(V)가 쓰였느냐에 상관없이 ‘목적어(O)에게 ~하게 했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명령문’은 누군가에게 뭔가를 시킬 때 쓰는 표현이므로 명령문을 간접화법으로 바꾸면 목적어(O) 뒤에 to부정사를 쓰는 것이다. (그래야 ‘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므로) 

    지금까지 우리는 명령문을 간접화법으로 바꿀 때 왜 to부정사를 써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냥 to부정사를 쓴다고 익혀왔고 to부정사를 목적격 보어로 받는 동사들(ask, advise, persuade, encourage, allow, tell…)을 카테고리로 만들어서 암기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원리를 이해하면 누군가에게 ‘~하게 시켰다’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동사(V)는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을 암기할 필요 없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때 to부정사를 목적격 보어로 사용했기 때문에 미래 의미가 되고 ‘앞으로 그렇게 하도록 했다’라는 뉘앙스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하게 시켰다’는 의미로 사역동사 (have, make, let)를 쓰는 경우는 반드시 ‘to부정사’가 아닌 ‘원형부정사’를 써야 한다고 익혔다. 왜 그럴까?  ‘~하게 시켰다’는 의미를 갖는 사역동사는 상당히 강제성을 띠고 있고 앞으로 하도록 시켰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 바로 하게 시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to부정사’에서 미래 의미를 갖는 'to'를 없애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to를 없앤 ‘원형부정사’를 쓰는 것이다. 지각동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할 것을 보거나 들을 수 없으므로 ‘to부정사’에서 미래 의미를 갖는 to를 없앤 ‘원형부정사’를 써야하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grammar는 개개의 문법 개념들이 왜 그렇게 쓰이는지를 이해해야만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음에 ‘어휘’는 어떤 어휘든 기본이 되는 의미는 대개 하나이다. 그 기본이 되는 의미를 알고 나머지 여러 가지로 쓰이는 의미를 문맥 속에서 확장해서 그 함축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이를테면 ‘적합한’이라는 뜻을 갖는 ‘appropriate'가 어떤 경우에는 왜 ’도용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지를 알아야 하고 ’예약하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reserve'가 어떤 상황에서 왜 ‘reserved'로 쓰이면 ’내성적인‘이라는 의미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숙어는 그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뜻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 모여 주어진 상황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숙어는 하나의 뜻으로 고정관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의미를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break out'이 상황에 따라서 ’사건이 발생하다‘, ’탈출하다‘. ’감기 따위가 퍼지다‘, ’분노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붉은 반점이 생겼다‘,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라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 표현되는 원리를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것이 바로 ‘열린 사고’에 바탕을 둔 학습방법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이 영어 학습의 새로운 흐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