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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대체 어쩌겠다는 말이죠?”
“어렵게 내든, 쉽게 내든 제발 뒤통수만 치지 마ㅠㅠ”
“교육부랑 평가원이 제일 잘하는 게 뒤통수임...”
지난 20일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지난주 ‘수능 개선안’이 발표된 후 ‘수능 난이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자, 교육부가 지난 20일 “올해 수능을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한 데 따른 반응이다. 교육부가 사흘 만에 말을 바꾸자, 수험생은 큰 혼란에 빠졌다.
수험생들은 “다 개소리다. 교육부 떠드는 거랑 수능은 다르다” “학평 점수가 수능까지 간다고 믿으면 되는 건지, 이제 평가원도 못 믿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작년처럼 낸다면 변별력 있는 영역은 이제 ‘국어’라는 건가요? 뭐가 어렵다는 건지”라며 불신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재수생 게시판에만 “이렇게 발표돼도 수능 당일 돼 봐야 안다” “어렵든 말든 하던 대로 하면 타격 없겠지 뭐” “문제 내는 대로 풀어야지 수험생이 어쩌겠느냐”는 다소 침착한 반응이 올라왔다. 재수생 전모(20)군도 “솔직히 까봐야 안다. 난이도 발표돼도 (교육부나 평가원이)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거고, 어려운 문제 중심으로 준비하면 물수능이든 불수능이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 말 수능 개선안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수능 난이도의 방향과 초점에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자 입시 전문가 사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황당하다. ‘작년과 같은 쉬운 수능’ 혹은 ‘어려운 수능’이라는 용어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책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로 난이도 조정을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이도가 낮다는 게 공부를 적게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다. 교과서를 벗어나도 상식적인 수준이면 풀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수험생들이 혼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어렵지 않게 출제될 것이라는 이번 수능 난이도 입장에 동요할 필요는 없다. 정부의 기본 정책과 상반되는 어려운 수능으로 완전히 방향이 틀어지진 않겠지만 변별력 논란이 있었던 영역의 경우 전년도와 같은 일이 번복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난이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결국 얼마나 어렵게 출제될 것이냐 즉, 고난도 문항이 몇 개나 나올 것이냐가 핵심이다. 고난도 문제가 2~3개 이상 출제될 가능성이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결론은 하나다. 수험생들은 최선을 다해 공부하되 상위권은 고난이도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둬야 흔들리는 정책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관계자도 “평이한 수능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교육부 발표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수능개선위원회 발표와 이번 교육부 발표를 종합하면 수학, 영어뿐 아니라 국어도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학과 영어에서 1등급 커트라인이 내려가면서 체감 난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평이한 수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만 하면 물수능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영역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놔야 혼란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섣부른 정책 발표로 학생과 학교 현장에 혼란이 크다. 거의 매번 난이도 논란에 휩싸여 온 교육부가 어떤 식으로 변별력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부는 17일 ‘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시안’을 통해 수능 영어 지문과 EBS 교재의 연계성 개선 내용을 포함, 적정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올해 수능이 예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교육부는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과 불안감을 우려해 사흘 만에 ‘평이한 수능’ 입장을 내놨다.
“제발 뒤통수만 치지 마…” 수험생 반응 살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