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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필봉에 새벽녘 안개가 시나브로 걷히는 괴산군 청천면에는 여명이 드러낸 녹색 잔디가 예쁜 폴수학학교가 있다. 저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주제로 선생님들과 대화하며 웃음꽃을 피우던 학생들은 낯선 방문객을 허리 숙여 반갑게 인사하며 맞는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대안학교와 특별히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학교 본관에 첫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교의 교과과정이다. 수학연구, 수리통합논술, 융합연구, 영어몰입, 의사소통, 기사작성이라는 독특한 교과명에서 드러나듯이 폴수학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연구를 중심으로 한 개별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설립자 박왕근 교장은 개교 이전에 이미 많은 학생들의 수학연구를 진행했던 경험에 기초해 의미 있는 수학문제를 오랜 시간 심도 있게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수학적·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목적에서 시작된 수리통합논술은 학생들의 수학연구에 기초가 되며, 나아가 타 학문의 융합주제 연구에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에 필요한 영어자료의 이해와 지난 학기 연구성과물의 영어번역이 중심이 되는 영어몰입수업은 모둠이 협력하는 스크린 영어로 그 재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의사소통의 능력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 유능한 인적자원을 양성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의사소통수업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사안에 대해 발표, 토의, 토론의 능력을 함양시키고, 기사작성수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현상에 대해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형성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도록 한다.
두 번째로 눈여겨 볼 점은 교사다. 카이스트 수학박사인 박왕근 교장을 중심으로 교사 전체가 석·박사로 구성된 교사진은 ‘최고의 교사가 최고의 학생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설립자의 신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만난 재학생은 1학기에 썼던 자신의 논문을 보여주며 “연구논문작성의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의 지도와 조언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연구와 성과물 작성에 절대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회상한다. 이처럼 교사들은 자신의 연구와 논문작성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주제로 발전시키고 연구에 방향을 제시해 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아직도 자신의 미래를 확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발견할 수 있게 하고,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멘토로서 학생들과 함께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교육을 가치 있게 했던 것은 지난 8월 폴수학학교가 주최하고 괴산군이 후원한 ‘국제 청소년연구자 논문대회(ICYR)’일 것이다. 폴수학학교는 이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청소년 연구자들이 자신의 관심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동일한 주제에 대한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그것을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 이는 폴수학학교가 바라고 실천하는 교육이 단지 특별한 한 학교의 교육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에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안적 교육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학생기자들의 기사작성과 자율적 편집으로 운영되는 학교인터넷신문과 음악, 천문, 컴퓨터, 인문학, 영어, 수학, 전통무예 등의 동아리 활동, 정부의 지원을 통해 양질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준비하는 작은 도서관, 편안한 분위기와 모임 속에서 창의적 대화를 이끌기 위해 리모델링한 카페테리아, 마음껏 뛰놀며 건강한 육체를 가꾸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부드러운 천연 잔디로 뒤덮인 학교 운동장,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기숙사 옥상에 설치된 돔 형태의 천문대 등의 풍부한 교육 자원은 이 학교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청소년들의 연구활동과 성과물이 대학진학을 위한 스펙으로 인식되어 사교육의 잘못된 접근이 기승한다는 기사를 접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운을 뗀 박왕근 폴수학학교장은 “바른 인성과 공감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분야를 주제화하고 창의적으로 접근하여 연구하는 능력을 함양한다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최고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밝혔다.
2014년 3월에 개교한 폴수학학교는 현재 53명의 학생과 9명의 교사, 그리고 6명의 교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5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이 미래가 되는 폴수학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