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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대입을 한마디로 정의할 때 가장 흔히 쓰이던 문구는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이었다. 여전히 ‘정시는 수능’이라는 말에 큰 이견이 없겠지만, ‘수시는 학생부’라는 말도 여전히 통용될까?
수시에서 학생부의 영향력이 매우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많은 대학에서 학생부100% 전형으로 수험생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학생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부 100% 전형 중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은 학생부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합격하는 사례가 많다. 어떻게 이런 사례가 발생할까?
수능최저학력 기준이 높은 대학은 해당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수능 성적이 좋으면 합격하게 된다. 반대로 수능최저학력 기준이 없거나 낮은 대학의 경우 학생부 성적이 높은 합격생이 많게 된다. 따라서, 학생부 100% 전형이라고 하더라도 수능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수시는 학생부’라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된 원인이 한 가지 더 있다. 대학마다 학생부 성적을 환산했을 때 각 등급간 점수차가 크지 않기 때문인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어떻게 학생부 성적을 환산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학생부 성적을 반영할 때 대다수의 대학은 실질반영비율을 적용한다. 즉,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반영비율과 실제 반영비율이 다른 것이다. 대학들은 아래 표처럼 내신 등급에 따라 자체적으로 점수를 환산해 반영한다. -
예를 들어, A대학에서 학생부 60%와 적성검사 성적 40%로 수험생을 선발하고 전형 총점이 1,000점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학생부 성적의 최저점은 0, 최고점 600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본점수를 상당히 많이 주기 때문에 최저점이 300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위 표에서도 최하등급인 9등급에 0점이 아닌 50점을 주고 있다. 즉, 학생부 반영비율이 겉으로 보기에는 60%여도 실질적으로는 보통 30%를 넘지 않는 것이다.
각 등급 점수가 일정한 차이로 벌어지지 않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등급간 차이는 각 대학과 전형에서 타겟으로 삼는 등급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위의 예시 표에서 1~5등급까지는 환산 점수에 큰 차이가 없지만 6등급부터는 점수차가 급격히 커지듯이 등급간 점수를 일정하게 배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 표의 경우, 학생부 성적 5등급 이상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은 "실질반영비율과 등급 간 점수를 활용해 학생부 성적을 환산해보면 점수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므로 지원하려는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이 높더라도 실제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른 전형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
수시는 학생부다? …이제는 ‘옛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