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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글을 다 같은 종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쓰여진 목적에 따라 구분하고 각각의 글을 잘 읽는 법을 알려주는 데 힘을 쏟는다. 정서표현을 위한 이야기나 시, 소설, 또 정보 전달 목적의 설명글, 그리고 설득을 목표로 하는 논설문이나 주장글 등과 친교를 목적으로 쓰여지는 편지나 메모장 등의 네 가지 종류의 글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읽을 수 있는지를 국어 과목에서 가르쳐 준다.
책을 잘 읽도록 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많이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확하게 읽는 법을 알려주고 연습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생각하는 힘이라는 것이 어떤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것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 볼 만한 안건을 찾아 의견을 교환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 의견의 설득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내 생각을 발표하고 서로 교환하는 토론은 그래서 독서력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결국 토론을 잘 하는 아이가 글도 잘 읽게 되어 있다.
조선교육문화센터의 학부모 독서토론 과정에서 이 글을 함께 읽던 어머님 한 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아, 저는 이 글을 함께 읽으니 감이 확 오네요. 왜 독서를 많이 하면 공부를 잘 한다고 하는지, 또 우리 아이 문제가 무엇인지요. 그리고 토론을 함께 하는 독서지도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알겠어요.”
말 그대로다. 독서를 잘 하면 어떤 공부든 잘 해 낼 수 있으며, 독서를 잘 하는 데 있어서는 토론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오늘의 독서 토론 :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글. 창비 펴냄
초등학교 6학년 호진이네 가정은 엄마 아빠의 불화로 행복하지 않다. 집안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혼란을 겪던 호진이는 집을 나와 전국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삼촌의 여행 일정에 끼게 된다.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전국 자전거 여행에 합류한 사람들 틈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호진이는 그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뜨거운 한 여름, 1,100킬로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은 호진이는 다음 여정에 부모님을 초대한다. 성장기 소년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자기 주변을 다시 돌아보고 한뼘쯤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
아래 글은 <성동구립도서관> 독서토론 대회에 출전했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토론 내용이다. 팀 토론이어서 그 다음 토론이 이어졌지만 지면상 각 팀의 첫 토론자가 입론한 내용만을 소개하도록 한다.
[찬성1번 토론]
저희 팀은 가족 <자전거여행 이후 호식이네 가족이 행복해 질 것이라는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바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엄마아빠가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호식이는 집안의 불화로 인해 혼란스러워 가출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팀원들간의 화합도 이루고 그리고 즐겁게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아빠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같이 서로간에 화합을 다지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화합을 다질 수 있습니다.
팀원들과 연계하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 다른 팀원들과 같이 고생을 하고 같이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간의 유대감이 상승할 것이고, 결국 그 결과로서 부모님도 서로간에 유대감이 생성되어 화해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근본적 원인이라 하면 바쁘고 힘든 사회 속에서 가족들간의 유대감이 하락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래저래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이후 다른 사람들을 질책하려고만 하는 그런 태도 때문에 가정불화가 일어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서로간에 화합을 함으로써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제가 주장한 근거는 책에서도 중점적인 내용으로 등장합니다. 가족 자전거 여행을 함으로써 가족들간에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같이 고생을 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같이 생존을 같이 하고 같이 여행을 하기 때문에 그 호감이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고, 화해의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희 팀에서는 가족 자전거여행 이후로 호식이네는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다시한 번 찬성의 주장을 제기합니다.
[반대 1번 토론]
저희팀은 이번 안건, 가족 자전거 여행 이후 호진이네는 행복할 것이다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 팀이 갖고 있는 반대 의견을 말씀드리기 전에 찬성측이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은 점으로 용어정리를 하겠습니다. 저희팀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돈 또는 교육 문제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뛰어 넘는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뜻합니다. 지금부터 이번 안건에 반대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난다는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서 더욱 예민해 질 수 있습니다. 어떨때는 깜짝, 깜짝스러운, 그러니까 갑작스러운 놀라움은 매우 기쁨이 되기도 하고 신나는 일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짜증나고 있는 이 때에 서로를 갑작스럽게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보면 기분이 매우 나빠지고 예민해 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진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갑작스럽게 만나게 한다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이 자전거 여행을 갑작스럽게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삼촌이 제시한 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삼촌은 자전거 여행을 통해 받은 회비로써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보험에 들기도 하고, 식비 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회비를 내지 않음으로써 보험을 들 수도 없었고, 보험을 들지 않음으로써 이 두 부모가 여행을 하면서 다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오히려 더 큰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여행을 갔다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 보면 이 두 부부가 싸운 이유는 호진이의 교육문제와 가족의 돈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간다고 해서 가정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수익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호진이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희 팀은 이번 안건 가족 자전거 여행 이후 호진이네는 행복해질 것이다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신현숙 :<내 아이를 위한 독서 토론 논술> 저자 제공
토론으로 키우는 독서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