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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기도 가평군 상천리에 있는 에덴 유스호스텔은 조선일보 교육법인 ㈜조선에듀케이션이 진행하는 ‘자기주도학습 멘토링 기숙캠프’에 참가한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국내 최상위권 명문대(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재학생들로부터 공부 방법을 배우고 학습 동기를 북돋우고자 모인 이들이었다.
명문대 멘토들을 만난다는 긴장감과 ‘한 가지라도 더 배워가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참가자들 덕분에 캠프 현장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중등 21기, 초등 19기 캠프가 동시에 진행 중이던 이날, 에듀&라이프가 현장을 찾았다. -
오전 9시. 아침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조별로 모여 일과를 시작했다. 중등부의 오전 일과는 ‘학습계획표 작성법’. 3학년 수업을 맡은 강현웅(연세대 화학생명공학과 3년) 멘토는 학습계획표의 필요성을 설명한 후, 월간, 주간, 일간 단위로 계획표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어서 ‘○, △, ×’ 등 기호를 이용해 자신의 학습 진도를 점검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준 후 참가자들에게 각자의 학습계획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교재에 나와 있는 예시를 보며 각자의 시간표를 만들던 학생들은 이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명문대 출신 멘토들에 관한 호기심 때문인지 수업 내용보다는 멘토들의 경험을 직접 묻는 내용이 많았다.
박주호(경기 수원 화홍중 3년)군은 이날 수업에서 한 번도 작성해본 적 없었던 ‘수학 오답노트’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강현웅 멘토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였다.
“오답 노트는 만드는 것보다 다시 보는 게 중요한데, 난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 그런지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어. 그래서 교재에다가 틀린 부분을 정리해놓았지. 손에 익은 책이라서 나중에 다시 펴보게 되더라고. 이틀간 주호랑 지내보니 나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은데, 억지로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보다는 자주 보는 교재에 짧게 정리를 해놓는 습관을 들여보면 좋을 것 같아.”
강씨는 이어서 “친구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 하는 것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고 계획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짧은 캠프 기간 동안 참가자 개인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지 묻자 강씨는 “멘토 한 사람이 조원 대여섯 명과 캠프 기간 내내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같은 시각, 초등부 강의실에선 ‘기본 학습법’ 강의가 진행 중이었다. 초등부 참가자들은 캠프 기간 동안 ‘기본 학습법’ 시간에 △과목별 학습법 △영어단어 암기법 △오답 노트 작성법 △목차 작성법 △자기소개 2분 스피치 △교과서 밖의 공부 등 6개 반을 순환하며 수업을 듣게 된다.
기자가 찾은 반에선 ‘자기소개 2분 스피치’가 한창이었다. 5학년 여학생들이 모여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하기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수업을 담당한 이양업(고려대 보건과학부 1년) 멘토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날 이씨가 가장 강조한 항목은 ‘진정성’. 그는 “진정성 있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면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의가 끝난 후 ‘서로의 장점 말해보기’ 시간이 이어졌다. 아직 객관적 시각이 부족한 초등생 대상 수업이라 그런지 수업은 놀이처럼 서로의 장점을 물어보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김채영(경남 창원 삼정자초등 5년)양이 김지수(서울 서초초등 5년)양에게 “네 장점이 뭐지?”라고 묻자 지수는 “난 너무 예쁘다”고 대답해 조원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예쁘다는 게 네가 지원하려는 학교 입학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해 자칫 흐트러질 뻔한 수업 분위기를 다잡았다. -
오전 11시. 유스호스텔 운동장 한편에 있는 잔디 구장에선 축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친목 도모를 위해 마련한 동아리 활동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만난 지 며칠 안 돼 서먹한 사이였지만, “패스”와 “슛”을 외치며 함께 뛰어다니는 동안 어느새 ‘절친’이 돼 있었다.
주최 측이 참가자를 위해 마련한 동아리 활동은 △축구 △농구 △케이팝(K-pop) 댄스 △영상 제작 △과학 발명 등 모두 6개. 각자의 성향에 따라 원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남학생들은 야외 스포츠에, 여학생들은 실내 프로그램에 주로 몰렸다.
점심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 속한 반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초등부는 반을 바꿔 기본 학습법 시간을 이어갔고, 중등부는 강당에 모여 ‘꼭 닮고 싶습니다’ 시간을 시작했다. -
‘꼭 닮고 싶습니다’는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준비한 롤 모델 정하기 시간. 강당에 모여 멘토들이 준비한 동영상을 통해 박지성, 비, 스티브 잡스 등 유명인들의 성장 과정을 시청했다. 이후 조별로 모여 자신의 롤 모델을 찾아보고 그 이유를 서로 공유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 반에선 부모님을 롤 모델로 꼽은 참가자들이 많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 소녀답게 부모님에 관해 얘기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참가자도 간혹 있었다.
“엄마가 내 인생의 롤 모델”이라고 밝힌 최유리(경기 고양 정발중 3년)양은 “직장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면서도 언제나 당당한 엄마를 보며 ‘나도 엄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빠를 롤 모델로 꼽은 조우정(인도 아메리칸 엠버시 스쿨)양은 “친구들에게 아빠 얘길 하면서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빠가 어렸을 땐 공부를 못해서 할머니가 학교에 불려 가신 적도 있었대요. 그날 할머니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 그때부터 마음을 잡고 공부하셨대요. 결국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셨는데, 지금도 저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세요. 그런 아빠를 보면서 저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모임을 진행하던 심근영(연세대 응용통계학과 1년) 멘토는 “부모님을 멘토로 꼽은 학생들이 많아 뜻밖이었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롤 모델을 닮기 위해 자기 생활에서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하자”며 수업을 마쳤다. -
중등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초등부 참가자들은 기본 학습법 시간을 마무리하고 ‘인생 로드맵 그리기’ 시간을 진행했다. 100세로 수명을 정한 후, 연령대별로 예상되는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고 점수를 매기는 활동이 진행됐다. 하지만 장난기를 주체 못한 참가자들 덕분이었을까?
사뭇 진지한 시간이 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기저기서 보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30세 결혼, -80점’이라고 표시한 한 참가자는 “드라마를 보니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고, 또 다른 참가자는 “40세에 사업에 실패하지만 42세에 로또에 당첨돼 재기한다”고 설명해 멘토들을 웃음 짓게 했다.
하지만 개중엔 초등학생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각이 깊은 학생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장래 희망을 ‘의사’라고 밝힌 이민기(경기 안산 초지초등 6년)군은 중고교 시절의 수험생활부터 시작해 대입과 군 복무, 졸업 후 의사가 되기까지의 계획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50세 이후엔 의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워 멘토들을 놀라게 했다.
저녁엔 조별 멘토와 조원들이 함께하는 ‘마인드 멘토링’ 시간이 마련됐다. 평소 멘토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이 시간은 캠프 일정을 따라가느라 바빴던 참가자들이 가장 기다려 온 순서이기도 했다. 간식을 함께 먹고 멘토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서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도 멘토 형, 누나들처럼 열심히 공부해 꿈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수예(경남 창원 월영초등 5년)양은 “캠프에 오기 전엔 내가 원하는 일이 뭔지 몰랐다”면서 “멘토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멘토들도 참가자의 열정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양업씨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요즘 아이들을 지켜보는 게 안타까워 멘토 참가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아르바이트로 생각했지만, 제가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오늘 만난 한 아이가 제게 ‘선생님이 우리 담임 선생님보다 좋아요’라고 말해주는데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강현웅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마인드 멘토링 시간에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친한 친구들에게도 하기 어려운 얘길 제게 스스럼없이 털어놓더라고요. 제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어요.”
"명문대 언니, 오빠들에게 공부 방법 배워요"
- 조선에듀케이션 '자기주도학습 멘토링 기숙캠프' 현장 탐방
- 일주일간 국내 최상위권 명문대 학생들과 함께하는 멘토링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