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기주도학습의 재해석…‘수포자’를 위한 조언
맛있는 교육
기사입력 2011.05.09 09:07

  •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돌멩이를 던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말하고 싶다. “수학은 정말 쉬워요” 라고.

    나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 당시에는 컴퓨터공학이란 이름의 학과가 아니었고, 한국 표현으로는 전자계산, 영어로는 Computer Science 였다. 이 컴퓨터공학 역시 정말 쉽다고 느꼈던 것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정말 재미있고 쉬웠다.

    자,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잘난 체 하기는’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잘난 체 하고 있다. 알고 보니 내가 매우 잘 났더라. 나는 수학을 쉽다고 생각하고, 컴퓨터공학이 쉽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렵다고 하니 내가 잘 난 것이 맞지 않은가?

    서점에 가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책도 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맞아’라고.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나 처럼 ‘맞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또한 이유야 많겠지만, 이 책 제목을 보면서 ‘잘난 체 하기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지금도 수학이 정말 쉽다. 물론, 어떤 문제는 푸는 데 10분이 넘게 걸리는 문제도 있다. 보통 이런 문제들은 계산 자체가 매우 까다롭거나, 전혀 수능(?)스럽지 못한 문제들일 경우가 많다. 공식 암기 능력이나 계산 능력을 테스트하는 듯한 이런 문제들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유형인데 다행히 2005년 이후 이런 문제들은 수능에서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나는 수학이 쉬운데 왜 다른 많은 사람들은 수학을 어려워 할까? 왜 그럴까? 내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라서 그럴까? 나는 우뇌보다 좌뇌가 발달해서 그럴까? 글쎄, 가슴이 뭉클하는 적도 많고 눈물도 많은 나로서는 특히 좌뇌가 발달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나는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인 편이다.

    그렇다면 그들과 나와의 근본적인 차이는 뭘까? 나는 왜 새로운 개념을 빨리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그들은 그렇지 못할까? 그들은 밤을 세워 공부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을 나는 어떻게 한 두 시간 정도의 집중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또 잘난 체 하는 것 같긴 하다. 뭐 잘난 체 해도 좀 봐 주면 좋겠다. 아니 봐 줘도 된다. 왜냐하면, 나는 수학적인 머리는 잘 돌아가는 편인 대신 금융적인 머리는 전혀 발달하지 못해서 돈과 나는 전혀 친하지 않으니 서로 공평한 것 아닌가.

    내가 내린 결론은 다소 의외이다. 현재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와 그들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라는 것이다. 즉, 나는 수학을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고, 그들은 수학을 ‘문제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전자계산학을 쉽다고 느낀 부분도 이해가 된다. 전자계산학 또한 약속을 기호화 한 것 뿐이니까.

    나는 참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속을 할 때면 그 약속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만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약속에 맞는 옷을 차려 입고 준비물도 챙긴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수학을 약속이라고 이해한다. 수학자들이 만든 혹은 발견해 낸 것들에 대한 약속을 잘 이해하고 충실히 이행하는 것. 그것이 수학이다.

    약속을 잘 지키려면 먼저 약속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과 같이 수학을 잘 하려면 수학자들이 제시한 약속을 잘 이해해야 한다. 어떤 약속을 했는지 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약속을 잘 지킬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수학 공부할 때를 생각해 보라. 약속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 하는가, 아니면 약속을 이행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 하는가?

    자, 이것을 행렬이라 하자. 그리고, 이것은 수열이라 하자. 또, 이것은 지수라고 하고 저것은 로그라고 하자. 이런 것들에 대한 약속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 문제를 푼다는 것은 이 약속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수학을 보는 관점을 바꾸기 시작하는 순간 수학이 쉬워지기 시작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학은 약속이다. 그러니, 수학을 잘 하려면 먼저, 약속을 철저하게 이해하자. 그 이후에는 약속을 충실하게 지켜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내가 무슨 약속을 했는지 조차 모르고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말자.

    간혹 아이들에게 “로그가 뭔지 아니?” 라고 물으면, “네, 로그 문제 풀 수 있어요.” 라고 말한다. “아니, 로그가 뭔지 설명해 보라고” 라고 재차 물으면, “저, 로그 알아요. 로그 문제 내 보세요. 저 웬만한 건 다 풀 수 있어요.” 라고 말한다. 로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대답하진 못하지만 로그 문제는 웬만한 건 다 풀 수 있단다. 이런 아이들은 자칫 수능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수능에서는 약속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즉, ‘로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가’를 체크하는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로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면 어떤 유형의 로그 문제라도 모두 풀 수 있다. 그런데, 로그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로그 문제를 풀어 왔다고 치자. 이 아이는 자신이 풀어보지 못한 유형의 로그 문제는 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더 나아가 문제를 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설을 보아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정작 수능 시험에 실패하는 이유이다.

    굳이 자기주도학습이란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모든 공부 중에서도 특히 수학은 스스로 해 내야 한다. 그런데, 혼자 하려니 정말 힘든 것이 또한 수학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학을 약속이라고 이해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것으로 이해하니 그럴 밖에.

    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학은 정말 쉽다. 단,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수학을 약속이라고 이해하자. 그래서, 그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서, 약속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을 고쳐 먹는 순간 수학이 쉬워질 것이다. 수포자인 당신의 눈 앞에 서광이 비칠 것이다. [글/빈현우 PMC자기주도학습연구소 소장 binhw@daum.net]

    (위 내용은 언론 매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보도자료 형식의 칼럼 입니다. 단 사용할 경우 칼럼니스트의 소속과 이름을 밝혀야 합니다.)

    ※ PMC 자기주도학습연구소 출처 / 뉴스와이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