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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사 시간을 소중한 가정 교육의 장으로 삼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인성교육과 언어교육으로 활용한다는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 화두다. 유대인의 교육법으로 알려진 '밥상머리 교육'이 최근 들어 자녀의 신체 성장뿐 아니라 학업과 인성에도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밝혀지면서 또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엄마는 일 하느라, 아이는 학원 가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가족이 다같이 모이기로 하는 것 자체가 결코 만만치 않은 미션이다. 적극 실천 중인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들어보자.
#CASE 1
네 명의 자녀를 둔 연구원 장문규(42·화성시 병점동)씨는 수요일 저녁이면 곧장 집으로 향한다.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일년 전부터 장씨네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 이상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그는 "아이가 크면서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는 것 같아 생각해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약속을 줄이고, 회식은 다른 요일로 미루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
장씨가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집안은 온통 저녁 준비로 분주하다. 부인 한기순(40)씨와 둘째 장은비(12·초6)양, 셋째 장은서(10·초4)양, 넷째 장은총(6)군이 요리 삼매경에 빠지는 것. 진풍경은 장씨와 고등학교 1학년인 첫째 장은지(16)양이 귀가해 식탁에 젓가락을 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네 자녀가 돌아가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나면 드디어 즐거운 식사가 시작된다. 장씨는 "아침에는 각자 바빠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지만 저녁시간을 활용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화는 가벼운 주제부터 꺼낸다. 주로 하루 일과에 관한 얘기다. 장씨는 "얘기를 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직간접적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인 한씨는 "소소한 얘기까지 나누게 되면서 아이들과 한결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사춘기인 첫째와 사이가 좋아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장씨는 절대 식탁에서 성적과 같이 민감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서로 기분 상하는 말, 비난하는 말, 비교하는 말을 절대 삼간다. 장씨는 "기분 좋아야 할 식사 자리가 설교의 장이나 불화의 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CASE 2
가족 식사는 단지 온 가족이 모여 밥 먹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초5, 초3 남매를 둔 유선영(39·서울 방배동)씨는 가족 식사를 아이들 생활 습관을 잡는 데 적극 활용한다. 워킹맘인 그는 아이들과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5년 전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갔다.
"시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사는 대가족이에요.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사예절, 예의범절을 배우게 하고 있어요. 예컨대,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절대 먼저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을 경험을 통해 익히게 하죠. 덕분에 아이들이 반찬투정 없이 얌전히 밥을 잘 먹어요."
식사 준비 및 설거지도 거들게 한다. "맛있는 식사가 있기까지는 수고하는 사람이 많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죠."
"가족 식사 시간은 아이의 식사 습관이나 기호, 태도, 생각 등을 통해 제 아이가 어떤 타입인지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덕분에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CASE 3
되도록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 한다는 회사원 고기영(38·서울 상계동)씨는 밥상머리 교육의 예찬론자다. 가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그는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단지 밥을 먹는 것 이상으로 구성원 모두 가족애를 느끼는 소중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고씨는 학습적인 효과도 강조한다. 초2 아들과 여섯 살 난 딸을 직접 가르치고 있는 그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가 학습능력 면에서도 뛰어나다. 식사 후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는 능력을 높이는 기회로도 활용한다. 고씨는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이 되도록 많은 말을 하도록 이끈다. 그 날의 주요 검색어를 화두로 던져 그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말로 표현해보도록 시킨다. 그는 "밥 먹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공부라고 여겨 거부감을 느꼈을 화제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때문에 고씨네 저녁 식탁에서는 즐거운 난상토론이 펼쳐진다. 고씨는 "덕분에 아이들이 또래보다 어휘력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밥상머리 교육
이렇게 하세요
1. 시작부터 크게 욕심내기보다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좋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것이 관건이다.
2.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적은 분량이라도 아이들에게 거들도록 시킨다.
3. 식사 준비는 아내가 전적으로 맡기보다는 남편도 도와 부부의 올바른 역할 부담을 아이들이 인식하도록 활용한다.
4. 대화는 무겁지 않은 주제로 시작한다. 특히 성적과 같이 민감한 주제는 삼가는 것이 좋다.
5. 평소보다 풍성한 식탁을 만든다.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만들어 놓으면 가족 모두 모였을 때 자칫 느낄 수 있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파티로 활용한다.
[자녀교육 이렇게 해보면…] 우리 아이 언어·인성 '밥상머리 교육'으로 길러준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밥상머리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