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과 토론하며 즐기는 수학 축제 개최…“‘협력’과 ‘실력’ 둘 다 잡았죠”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0.29 15:00

-2018 WMO 한국 본선, 서울대 체육관서 28일 열려
-WMO 조직위원회 측 “올해부터 정확한 실력 살피기 위해 게임 난이도 세분화해”

  • 4학년 학생들이 ‘Double Six’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
    ▲ 4학년 학생들이 ‘Double Six’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
    “내가 3번에 서 있을게”
    “2번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응. 그게 맞는 것 같아. 우와, 빙고다.”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문제를 푸는 경시대회가 아닌 팀원이 머리를 맞대 의견을 나누는 ‘수학 축제’가 열렸다. 지난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18 창의적수학토론대회(Creative Math Debating Festival‧이하 CMDF)가 그것으로, 세계수학올림피아드(World Mathematical Olympiad‧이하 WMO)의 한국 본선이다. 초등 수학 영재들이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최근들어 암기형 인재보다는 협동심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각광받는 추세를 반영해 기획됐다.

    올해 한국 본선에는 3~6학년 초등학생 324명이 참여했다. 내년에 열리는 WMO 세계대회 출전자를 가리기 위해, 지난 9월 열린 예선(전국 창의융합수학능력인증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만 참여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대 체육관으로 모인 본선 진출자들은 학년별로 팀 번호가 적힌 공을 뽑아 3명씩 1팀을 꾸렸다. 이후 팀별 토론을 통해 오후에 열리는 수학 토론(Math Debating)의 사전 과제를 해결했다. 지난 대회보다 수학 토론의 비중이 강화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한껏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수학 축제’는 점심 식사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각 팀이 6개 코너를 돌며 점수를 획득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WMO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실력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도록 각 게임의 난이도를 5~8단계로 세분화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단계의 문제를 주자 학생들은 “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 등 격려의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응원했다. 다음 코너로 이동할 때면 팀원 간 어깨동무를 하는 등 한결 돈독해진 모습이었다.

  • 5학년 학생들이 ‘Connect The Castles’ 퍼즐을 풀고 있는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
    ▲ 5학년 학생들이 ‘Connect The Castles’ 퍼즐을 풀고 있는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
    참가자들은 학년별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을 흥미로워했다. 3~4학년 학생들은 ▲문제카드를 보고 조건에 맞게 16개의 빌딩을 배치하는 '시티 디자이너(City Designer)' ▲커다란 게임판 위에서 빙고를 만드는 '더블 식스(Double Six)' ▲주어진 도형을 탭에 제시된 모양과 똑같이 만드는 '오버랩 더 셰이프(Overlap the Shapes)’ 등의 게임을 즐겼다. 5~6학년의 경우 ▲주어진 모양을 탭에 제시된 모양과 똑같이 만드는 ‘로테이트 더 큐브(Rotate the Cubes)' ▲게임 말에 그려진 보석의 숫자로 승부를 겨루는 ’해적들의 전투‘ ▲주어진 블록을 모두 사용해 문제카드에 적힌 미션을 해결하는 '0 to 9' 등에 참여했다. 관중석에서 초등 3학년 자녀를 응원한 학부모 배근아(39)씨는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경시대회가 아니라 축제나 운동회처럼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즐겁게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점수 비중이 높은 수학 토론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토론은 학생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다양한 풀이 방법을 놓고 의견을 나누면서 수학적 원리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CMDF에서 은상을 받았던 정다현(서울 윤중초6)양은 “CMDF 대회 이름에도 ‘토론(Debating)’이 포함된 만큼 가장 의미 있고 재밌는 코너”라며 “친구들 앞에서 수학 풀이법을 보여주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김지윤(서울 도성초5)양은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수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점수 경쟁보다는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는 대회인 만큼 팀워크를 평가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팀 담당 교사와 코너 진행자들은 팀원들 간에 경청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는 학생들에게 배지나 특별 점수를 부여했다. 이 점수를 토대로 4학년 3팀, 5학년 1팀, 6학년 1팀이 ‘베스트 팀워크 상’에 선정됐다. ‘베스트 팀워크 상’을 받은 최준서(포항 장흥초5) 군은 “팀원들 간에 마음이 잘 맞아 한명도 빠짐없이 모든 게임이나 토론에 열심히 참여해 좋은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한 이들 중 1차 지필고사 성적을 반영해 우수자로 뽑힌 10여명은 내년에 열리는 WMO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2019 WMO 세계대회는 내년 8월 태국에서 열린다. 금상 소식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김가빈(서울 서원초4)양은 “문제를 풀면서 서로 의견을 잘 듣고 이를 모아 실행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팀원들과 함께 퍼즐을 푼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금상 수상자 김민석(서울 불암초4)군은 “이번 대회를 통해 팀 내에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돌아보며 남은 대회를 준비하고 싶다”고 전했다.

  • 2018 창의적수학토론대회(CMDF)에서 금상을 수상한 3~6학년 학생들의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
    ▲ 2018 창의적수학토론대회(CMDF)에서 금상을 수상한 3~6학년 학생들의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