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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A(17)양이 콜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부터 과도한 업무와 실적 압박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졌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사건ㆍ사고들은 비단 처음이 아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의 배경으로 ‘취업률’을 지적한다. 현장실습이 학교의 ‘취업률 장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학생들을 질이 낮은 노동환경과 저임금의 하청업체로 떠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13일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사업(이하 매직 사업)’을 발표, 2019학년도까지 전국의 직업계고 취업률을 10%p 더 올릴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매직 사업이란 열악한 직업계 고등학교 100곳을 선정, 3년간 총 600억원을 지원해 학교의 혁신을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교육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할 기대효과로 취업률 상승을 꼽고 있다.
그간 교육부는 직업계고의 취업률이 우수하다며 2016년 직업계고 취업률이 47.2%로 2009년 16.7% 이후 7년 연속 상승했다고 홍보했다. 이 가운데 마이스터고는 2013년 이후 취업률이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도 마찬가지. 저마다 높은 취업률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높은 취업률이 곧 질적 취업률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중소기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 학생의 고용 보험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3년 71.7% ▲2014년 64.5% ▲2016년 58.8%로 매년 감소했다. 고용 보험 가입은 취업한 일자리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국제노동기구는 1999년 좋은 일자리의 조건 중 하나로 고용 보험 가입 여부를 들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의 취업률이 높아지면 신입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학생들을 전공·적성과 무관한 현장에 실습을 내보내기도 한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특성화고 취업지도담당인 B 교사는 “교육청이 취업률에 직접적인 압박을 주지는 않지만, 학교가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 학생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심리가 만연하다”며 “전공·적성과 전혀 관련 없는 업체에서 최저 시급을 받고 근무하는 학생들이 어떤 직업적 희망을 가질지 의문이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의 목적 그 자체가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적 취업률 증가와 함께 질적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강은 인덕공고 교사는 “먼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현장실습생 제도를 철두철미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가 특성화고의 취업률 수치만을 높이는 데에만 목표를 삼은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업계고의 재정을 투자하는 것을 교육부만의 소관으로 둬서는 안 된다. 기업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업 통상부, 행정자치부 등 각각의 핵심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 역시 “수치상의 취업률에 연연하기보다는 현장실습생의 노동조건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센터 현장실습 사망 사건에도 직업계고 취업률 10% 더 올린다는데…
-전문가들 “양적 취업률 증가와 함께 질적 향상 동반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