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지방 의대 신입생 절반, 해당 지역서 선발…기회의 평등인가 결과의 평등인가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09 15:40

-“수도권 역차별” VS “지역 의료 공백 해소”

  • 의대를 비롯한 ‘대학 선호 학과’ 정원의 50% 이상을 대학이 속한 지역 출신 고교생으로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8일 발표했다. 2015년부터 시행 중인 ‘지방대 육성법’은 의대·약대·치대·한의대에서 지역 인재를 30% 이상 선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의대 등 의학계열 지역 인재 선발 비율은 42%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를 빠르면 2019학년도부터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에 대해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 학생들은 수도권과 지방을 선택해 지원할 수 있지만, 수도권 학생들은 선발 인원의 절반인 50%를 제외하고 나머지 정원 내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도권에 이미 절반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이를 30%에서 50%까지 올리는 지방 할당제를 하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 기준으로 전체 고교생(125만6108명)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학생은 62만5246명으로 전체의 49.8%를 차지했다. 고은 대성마이맥 입시전략실장 역시 “의대를 희망하는 수도권 학생들의 노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될 것” 이라며 “획일적 할당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꺾게 할 수 있다. 결국 수도권 학생들만 손해를 입게 되는 격”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역 의대들도 우려감을 내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인근에 있는 충청권 대학 입학처와 의대 관계자들은 우수한 수도권 의학 인재 확보를 절반 이상 강제로 차단한다는 것에 반발했다. 충청지역에 병원을 가진 충청지역의 A 대학 입학처장은 “대학 입장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지방대 육성법에 따라 지역 인재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는 상황에서 비율을 더 높이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충청 지역은 교통편의 발달로 수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50% 이상 지역인재로 충원한다면 그만큼의 수도권의 경쟁력 있는 인재를 놓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의과계열부터 실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A 처장은 “왜 선호학과인 의대부터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지도 의문이다. 각 지역대학의 정원부터 살펴보고 실제로 이러한 지역할당제를 늘여서 시행해야 할 학과가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할당량이 ‘절반’을 넘게 된다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을 불러올 수 있다. 결과의 평등의 타당성을 말하려면 그동안 30% 할당으로 인해 지역 학생들이 차별을 받아왔다거나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서울로 향해 의료 공백이 심각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조사결과를 먼저 발표해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인재확보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청지역의 B 입학처장은 “다양한 인재확보가 대학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왜냐하면 다른 환경에서 공부하고 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하고 학습해야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지역 출신으로만 절반 이상을 뽑는다면 연구의 다양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고시 성적과 연계돼 지역 의대 간판 명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B 처장은 “성적이 높은 수도권 출신 고교 학생을 놓치고 강제로 50%의 지역출신을 뽑는다면 추후에 국가고시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국가고시 합격률은 곧 의대 간판과 연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고 걱정했다.

    지방대 육성법은 지방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방대에 진학한 학생이 졸업 후 해당 지역에 안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법이 적용되는 지역으로는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강원권 ▲제주권 등 전국의 6개 권역이다. 그러나 경기지역 중 일부는 지방 도시보다 낙후된 곳이 많아 획일적으로 권역을 절반 이상 구분하면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오 평가이사는 “예를 들어 같은 경기도 지역이라도 평택이나 동두천 등이 충남의 천안·아산보다 지역 여건이 좋다고 볼 수 없다”며 “과거보다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는 경계가 복잡해졌는데도 지방대학육성법은 획일적으로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실제 도입 취지에 맞게 학생이 선발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도권과 거리가 먼 일부 거점국립대학 병원들은 정책 추진에 대해 개의치 않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의대 신입생 60% 이상이 지역출신 고교 출신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 송창호 전북대 의과대학원장은 “애초 거점 국립대 의대 병원은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설립됐다. 이는 ‘지역 의료 공동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수도권 지역의 고등학생을 선발하면 대부분의 졸업생이 수도권에 병원을 개업한다. 그만큼 전북지역에는 의사 공급이 되지 않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대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김현민 부산대 입학처장은 “지역 인재전형 권장 비율인 30%를 넘어 신입생 정원의 45%가량을 지역인재로 선발하고 있다”며 “따라서 교육부의 새로운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입학지원팀 관계자는 “각 대학이 당장 이달 말까지 2019학년도 입학 전형 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급작스런 추진 방안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대 입시는 많은 학생에게 관심이 높은 만큼 각 대학 병원 등 입학처 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재추진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