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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넌 고개를 들고 나를 봐 / 역시 Rookie rookie / my super rookie rookie / 좋아 볼 때마다 진짜 넌 내 Type / 역시 Rookie rookie / 이토록 거센 존재감 난 이미 / 혹시나 하는 작은 의심조차 못 해 / 즐기는 척 하하 난 웃어 봐 애써 / 말투까지 네 앞에선 마치 Ice같지 / 불쑥 들어와 넌 벌써 날 벌써 날 / 위태롭게 더 홀려 놔 홀려 놔.”
최근 각종 음악방송 상위권 차트를 휩쓰는 5인조 걸 그룹 레드벨벳 ‘루키(Rookie)’ 노래의 한 소절이다. 가사 속 주인공의 ‘루키’는 어떤 매력을 가진 신입사원일까.
◇ ‘올드루키’ 노련함·업무 이해도·겸손함 ‘3박자’로 승부수
36세 김성도(가명)씨는 교육용 가상시뮬레이터 전문 벤처기업인 이노시뮬레이션에 지난해 생산관리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김씨는 이전에 생산 공장에서 풀을 붙이는 단순 업무를 주로 해 왔다.
“관련 업종 10년차 경력을 갖춘 신입사원, 그런 자신을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낮출 줄 아는 겸손함, 새롭고 더 나은 환경에서 무엇인가 더 배우고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구, 자신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 무엇보다 세월과 경험을 통한 노련함이 그에게 돋보였어요.” 곽은진 이노시뮬레이션 이사는 인사면접에서 김씨를 본 순간, 진정한 ‘올드루키(Old Rookie)’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이 있지만, 신입으로 입사하는 늦깎이(나이 많은) 신입사원인 일명 ‘올드루키’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지난해 하반기 취업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123개사 중 정규직 근무 경력을 보유한 신입사원이 62.7%에 달했다. 신입 10명 중 6명이 ‘올드루키’인 셈이다. 2010년 평균 26%였던 늦깎이 신입사원의 비율은 6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청년들의 취업연령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918개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 채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신입사원 나이에 대해 ‘평균 31.2세’라는 암묵적인 한계선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2007년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가 28.5세였던 것보다 약 3세 높아진 수치다.
“준비된 늦깎이 신입사원들은 저희 같은 중소‧벤처기업에서 ‘웰컴’입니다.” 곽 이사는 ‘어리바리한 곰 같은’ 초임자보단 ‘눈치 빠른 여우 같은’ 경력을 갖춘 신입이 낫다며 강조했다. “요즘엔 과장된 자소서가 많잖아요. 이를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올드루키’들의 자기소개서에는 ‘간절함’과 ‘진정성’이 곳곳에 베여 있어요. 미사여구 없는 담백한 그들의 삶이 녹아나 있습니다. 면접에서 그들을 만나보면 눈빛부터가 달라요. 자신의 경험에 대한 확신이 눈빛에서부터 나온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기업들은 그런 확신과 업무 역량이 필요합니다."
◇올드루키 채용한 기업들 만족도 높아
곽 이사의 말처럼 나이 많은 신입사원이 많아진 이유는 ‘기업선호도’와 관련 있다. 기업 451개사를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 74.7%가 신입 채용 시 올드루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 이유는 ‘바로 실무에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어서’라는 답이 6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가 26.7%를 차지했다. 채용 만족도를 묻는 말에 실제로 채용한 기업 63%가 ‘만족한다’고도 답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올드루키를 뽑아보니 ‘만족스럽다’는 경험치가 쌓였고 선호도 증가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구직자의 인식 변화’도 올드루키의 주요 증가 이유다. 지난해 하반기 입사 1년 차 이내 직장인 441명을 대상으로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입사할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3.1%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 이유로 ‘보유 경력이 어차피 짧아서’라는 답변이 59.8%를 차지했다. 뒤이어 ▲‘좋은 조건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가 43.6% ▲‘복리후생이 불만족스러워서’가 32.1% ▲‘직무 내용이 불만족스러워서’가 31.2%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가 30.8% ▲‘직무가 적성과 맞지 않아서’란 답이 22.6% 등이었다.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좀 더 사회에 파급력 있게 하고 싶었어요.” SK텔레콤 마케팅 전략팀의 윤세호(31) 메니저는 입사 2년차다. 그는 26세부터 컨설팅 회사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살피는 구매 관련 업종에 관심이 있었다. “SK에 지원할 당시는 나이가 29세였습니다. 당시 평균입사자 나이가 27세였는데, 나이는 사실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SK는 주도성, 창의성을 주로 보는데 나이가 어리다고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는 법 있나요. ‘어떤 휴대폰 상품이 고객에게 더 만족감을 줄까’ 이것만 생각하고 서류지원도 SK텔레콤 밖에 안 했습니다.”
◇진정성·간절함 호소해야 "철없는 늦깎이 신입사원 안 돼”
취업 업계 전문가들은 ‘늦깎이 신입사원’들에게 ‘노련함’을 어필하라고 조언한다. 변지성 잡코리아 팀장은 “기업들이 신입이라도 직무관련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원하는 게 요즘 추세”라며 “결국엔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그렇다고 해서 단순 사무보조 업무의 경험이 있는 인재를 원하진 않는다”면서 “본인의 공백 기간을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무의미한 스펙이 아닌 관련 교육과정, 자격증 취득 기간으로 메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 역시 “신입사원보다 올드루키가 가진 장점의 일차적인 것은 업무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업무의 이해도와 적응력이 높은 것을 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 팀장은 “무엇보다 대학을 갓 졸업한 구직자보다 사회생활을 몇 년이라도 더 했기 때문에 사람을 상대함, 기본적인 업무 익힘에서 ‘노련함’이 베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희망 기업에 ‘교육하는 비용’을 자신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매니저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과 지원기업에 대한 선(先) 공부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이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고, 스스로 진로를 확신한다면 그것보다 더한 ‘무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회사의 네임 벨류(Value)가 좋아서 지원한다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어린 친구보다는 점수를 못 받겠죠. 그런 분들은 ‘늦깎이 철없는 구직자’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늦깎이 신입사원’은 경쟁력 없다고? NO! '노련美 갖춘 올드루키' 뜬다
-신입 10명 중 6명 ‘올드루키’…경력 갖춘 신입 증가
-“나이 어려야만 창의성 있나? 업무 이해도+노련함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