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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A고교 2학년 이민진(가명)양은 요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한 대입을 준비하는 이양은 올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삐 보냈는데, 지속적으로 무리하다 보니 극심한 피로가 쌓인 것이다. 그는 “요즘 내 몸 상태는 ‘바람 빠진 풍선’ 꼴”이라고 했다.
이양은 그동안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다. 체력에 도움을 준다는 한약을 먹고 피로 회복이 효과가 있다는 비타민 주사도 수시로 맞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뿐이었다. 이양은 “고3 수험생이 되는 내년엔 더 달려야 하는데 벌써 무기력하니 큰일”이라며 “지긋지긋한 피로를 확 풀고 싶다”고 했다.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어린이·청소년이 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업·입시 경쟁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학생들이 많아서다. 서울 강남구 한 고교 교사 김모씨는 “요즘 학교에선 말똥말똥한 눈을 가진 학생을 찾기가 너무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
피로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쇠약감을 말한다. 황희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장(건강증진센터장)은 “단순하게 표현하면 힘이 없고, 몸이 무겁고, 개운하지 않은 상태가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황 과장은 “어린이·청소년의 경우엔 피로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등에서 비롯된 생리적 원인이다. 입시·학업 스트레스, 우울·불안 등 심리적 원인도 피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성 질환이나 갑상샘 저하, 당뇨, 빈혈 등 내과적 질환도 피로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황 과장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이 현재 피로 누적 상태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수업 시간이나 일과 시간에 자주 졸거나 ②효율적 학습의 지속 시간이 점점 줄어들거나 ③자주 어지럽다거나 ④입술이나 혀에 불편감을 주는 포진이나 혓바늘이 자주 생길 경우 등이다. 황 과장은 “네 가지 사례 중 두 가지 이상이 현재 자신의 상태에 해당한다면 병원을 찾아 의학적 조언을 구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황 과장은 어린이·청소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피로 누적 예방법 혹은 해소법으로 발병 원인 중 하나인 생리적 요인을 해결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당연한 얘기지만, 잘 자고 잘 먹는 게 결국 해결책이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균형적인 영양 섭취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다.
황 과장에 따르면, 숙면을 위해선 잠자리에 들 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폰은 수면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도구다. 숙면을 취하려면 눈을 감은 채로 있다가 자연스럽게 잠에 들어야 한다. 창문도 암막 커튼으로 가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카페인 섭취도 삼가야 한다. 식단은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미네랄 등이 고루 섭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제철 과일을 매일 하나씩 먹으면 좋다.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그는 "균형적인 영양 섭취가 어렵다면,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는 영양제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금요일ㅣ학습력 높이는 건강 플러스] 피로 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