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불수능’… 국ㆍ영ㆍ수 변별력 커져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1.18 10:42
  • 수능 이튿날인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한 학생이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수능 이튿날인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한 학생이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17일 치러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국ㆍ영ㆍ수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5학년도 수능 때 '물수능' 논란 속에 수험생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등 최근 수년간 전반적으로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어려운 ‘불수능’"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해부터 통합형으로 출제된 국어 영역은 불수능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수능보다는 확실히 어려웠고, 난도 높게 출제된 6월과 9월 모의평가 때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분석됐다. 게다가 지난해보다 지문 길이와 지문당 문항 수가 늘어나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높았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2600자에 이르는 지문도 있었다.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은 지난해 수능(93점)보다 떨어진 90~92점 사이로 예상됐다. 대성학원ㆍ유웨이중앙교육ㆍ 종로학원하늘교육 등은 92점, 이투스는 91점, 비상교육은 90점으로 전망했다. 윤기영 충암고 교사는 "지문이 상당히 길어진 만큼 상대적으로 수험생들이 문제 푸는데 시간이 부족함을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올해부터 문이과 국어가 통합되면서 비문학 과학 제재 문항에서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이느냐가 1등급 커트라인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학 영역 역시 어렵게 출제됐다. 이과 학생들이 치르는 가형과 문과 학생들이 치르는 나형 모두 지난해 수능이나 6월ㆍ 9월 모의평가보다 까다롭게 출제돼 1등급 커트라인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수학 나형은 새로운 유형의 문항과 어려운 문항이 늘어나면서 중위권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도가 크게 상승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성학원ㆍ 유웨이중앙교육ㆍ 이투스 메가스터디는 88점, 종로학원하늘교육만 92점으로 예상했다. 수학 가형 역시 한눈에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 고난도 문제가 예년 3개 수준에서 올해는 4개로 늘어났다. 최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이 커졌을 것이라는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가형 30번은 함수의 극대와 극소에 관한 문제로 주어진 조건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3차 함수와 4차 함수 개념을 활용해야만 풀 수 있다”며 “학생들이 자주 접해보지 않은 유형으로 더 까다롭게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 가형의 1등급 커트라인은 교육업체 대다수가 92점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영어영역은 '쉬운 영어' 예상을 깨고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것이 중평이지만 체감 난도를 두고는 다른 분석이 나왔다. 교사들은 상위권 변별을 위한 2~3문제가 출제됐지만, 나머지는 EBS 연계율을 볼 때 체감상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전체적으로 상위권 변별력은 있었다"면서 "EBS와 연계되지 않은 33번과 34번 문항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지 전체를 놓고 볼 때 다른 문항은 어렵다는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구문이 어려운 문장이 많았고 평소 아는 어휘 뜻이 아닌 또 다른 뜻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아 해석이 까다로웠다"며 "선택지도 어려워 체감 난도는 높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1등급 컷은 지난해와 비슷한 94점으로 예상됐다.
    과학탐구 영역과 사회탐구 영역도 과목별로 난도가 다르지만, 작년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전반적으로 9월 모의평가와는 비슷하게,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렵게 출제됐다”면 “9월 모의평가에서 어려웠던 ‘생활과 윤리’는 다소 쉽게 출제됐지만, ‘사회/문화’는 자료 분석 문항이 많아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회탐구 1등급 커트라인이 생활과 윤리 48점, 윤리와 사상 48점, 한국지리 48점, 세계지리 47~50점, 동아시아사 46~48점, 세계사 47~48점, 법과정치 45~48점, 경제 45~47점, 사회문화 46~47점으로 예상됐다. 과학탐구 등급컷은 1등급이 물리Ⅰ 43~45점, 물리Ⅱ 42~46점, 화학Ⅰ 44점, 화학Ⅱ 42~46점, 생명과학Ⅰ 45점, 생명과학Ⅱ 44~46점, 지구과학Ⅰ 46점, 지구과학Ⅱ 44점으로 예상됐다.
    수능 변별력이 커지면서 상위권 대학의 수시 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입시전문가들은 일단 가채점 후 기준 충족 여부를 가늠하고 가채점 기준 예상 등급 커트라인 차이가 크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대학별 고사에 임하는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다만 자신의 성적이 등급 커트라인 부근에 있다면 실제 성적을 받았을 때 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채점해야 입시전략을 세우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능 시험은 끝났지만 논술, 구술면접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입시가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