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D-3 수능 응원 선물, 갈수록 비싸지지만 중요한 건 진심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1.14 17:39
  • 오는 1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만큼이나 그 학부모와 지인도 고민이 많다. 수험생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주는 가장 흔하고 대중적인 선물은 찹쌀떡, 엿, 초콜릿 등이다. 최근에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담요나 방석, 텀블러 등도 인기다. 요즘 학생이 진짜 원하는 선물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수능 선물 트렌드를 살펴봤다.

    ◇명문대·웰빙 인기지만… 높은 가격 부담돼

    최근 고 3 수험생 사이에서 ‘서울대 초콜릿’에 대한 인기가 상당하다. 대원외고 2학년생 김모양은 “서울대 마크가 붙어 있고,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초콜릿이 아니라 희소성이 있는 것 같다”며 “서울대 초콜릿을 선물받았다는 선배에게 시선이 꽂힌다”고 했다. 이 초콜릿은 서울대기술지주회사 밥스누(BOBSNU)가 만들었다. 서울대가 연구한 기술로 건강에 좋은 국산 약콩 등 재료를 썼다고 홍보한다.

    밥스누는 입소문 덕분에 대형마트에서 기획전을 열었다. 밥스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형마트에서만 단일 매출 1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 밥스누 초콜릿을 구매한 김정석(가명·48·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씨는 “고 3 아들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다 서울대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우연히 구매했다”며 “솔직히 아이가 서울대 갈 실력은 아니지만 행운을 비는 의미”라고 웃었다.

    수험생에게 인기 있는 선물은 대부분 웰빙 이미지를 강조한다. 서울대 초콜릿은 몸에 좋은 국산 약콩을 넣고, 설탕이나 착향료 등 화학제품을 넣지 않았다고 홍보한다. 홍삼 등 건강제품도 이맘때 인기가 많다.

    지난 2013년 론칭한 엿 브랜드 ‘엿츠(yutts)’는 웰빙을 무기로 매년 매출이 두 배씩 성장했다. 최근에는 한 증권사 사장이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 엿츠의 엿을 선물해 이슈가 됐다. 엿츠를 론칭한 김지연 올댓스토리 이야기상품연구실장은 “불량식품으로 생각될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엿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쌀과 약초만 고집했다”며 “엿에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현대적인 디자인과 카피를 접목한 덕에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엿츠의 수능 관련 상품은 ‘시험을 엿 먹일 때’, ‘수능을 엿 먹일 때’ 등으로 이름 붙은 제품을 딱풀 모양의 용기에 담았다. 이 밖에 유명 수학 수험서 이름을 패러디한 ‘합격의 정석’ 문구 세트 등도 인기다.

    한편 찹쌀떡, 초콜릿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수능 선물용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수학학원은 올해 수능을 보는 수험생 30여 명에게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판매하는 수능 응원 초콜릿 세트를 선물로 줬다. 학원장 강상규(가명·41·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하나에 1만9000원짜리 제품을 30개가 넘게 구매하니 한번에 60만원을 넘게 썼다”며 “주변에서 직장 동료의 자녀나 친척들이 여러 명 수능을 치른다면 선물 비용도 꽤나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 프랜차이즈 빵집은 원형 초콜릿 16개 짜리 포장을 1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초콜릿과 찹쌀떡 등 다양한 제품이 들어 있는 제품은 2만원이 훌쩍 넘는다. 찹쌀떡, 엿 등을 묶어 수능용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한 프랜차이즈 떡집은 찹쌀떡, 엿, 초콜릿이 들어 있는 세트를 3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기도 했다. 이곳은 찹쌀떡으로만 구성된 선물세트를 찹쌀떡 낱개 가격의 합보다 비싸게 팔기도 했다. 직장인 김성희(가명·37·서울 노원구 공릉동)씨는 “수능을 앞둔 사촌에게 줄 선물세트를 보러 프랜차이즈 빵집에 왔는데 가격대가 은근히 비싸다”고 했다.

    인기를 끄는 서울대 초콜릿도 시중에 판매하는 초콜릿보다 7배 이상 비싸다. 밥스누 쇼코블랙빈카카오초콜릿 60g 제품이 7500원인데 비해 대중적인 L사의 초콜릿은 110g 짜리 제품이 1900원이다. 밥스누 관계자는 “비교적 고가지만 건강에 좋은 재료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했다.

    ◇진심 담은 선물이 의미 있어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수능 선물과 관련한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 차례 올라온다. 그중 ‘수능 선물을 추천해달라’는 문의글에 달린 ‘정성이 담겨있다면 무엇이든 좋다’라는 댓글은 큰 호응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선물과 함께 응원편지를 직접 써주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박성우(서울외고 3)군은 “평소에 무뚝뚝한 성격을 가진 부모님이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준 초콜릿이 여러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시중에 파는 일반 초콜릿이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받았다던 그 어떤 값비싼 선물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 다니는 3학년생 박성진(가명)군은 “동아리 후배들이 모두 롤링페이퍼에 응원 글을 써주고 초콜릿, 사탕을 줬다. 고 3이 되고 나서는 거의 챙겨주지 못했는데 오히려 후배들이 선배를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다. 응원 편지에 진심이 담겨 있어서 특히 힘이 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