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학교로’ 개통, 학부모 반응은?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1.03 16:50
  • 교육부가 만든 유치원 입학 관리 시스템 ‘처음학교로’가 지난 1일 개통했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원아를 선발할 때 원서 접수와 추첨, 등록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유치원 입학 관리 시스템이다. 2일 교육부는 “유치원 접수부터 추첨결과까지 하나의 사이트에서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이 구축돼 올해는 일단 서울ㆍ세종ㆍ충북 교육청에서 국공립유치원과 희망하는 사립유치원 입학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모집 대상 학부모는 처음학교로 홈페이지(http://www.go-firstschool.go.kr/)에서 공통원서를 작성해 유치원 세 곳까지 지원하면, 해당 기간에 온라인으로 추첨이 이뤄진다. 추후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도 받을 수 있다. 만약 지원한 유치원 세 곳 모두 떨어지면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고, 거기서도 안 되면 미달 유치원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법정 저소득층 등 우선 모집 대상자들은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일반 모집 대상자들은 22일(서울은 21일)부터 25일까지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서 유치원 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시스템 개통을 놓고, 학부모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가 엇갈린다. 시스템 덕분에 유치원생 학부모가 일일이 유치원을 방문하지 않고 원서접수부터 추첨, 등록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해마다 이맘때면 유치원 원서접수를 위해 수많은 학부모가 줄을 서는 번거로운 소동이 펼쳐졌다. 두 아이를 둔 학부모 이상아(39)씨는 “첫째 때만 해도 저와 남편이 당일에 하루 월차를 내고 아이가 지원한 유치원에 가서 추첨을 직접 했다”며 “인기 국공립유치원에서는 갓난아이 업고 온 엄마, 자녀 대신 온 할아버지ㆍ할머니들로 북새통을 이뤘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강혜진(40)씨는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온라인으로 편하게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편해진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추첨이 온라인으로 처리됨에 따라 공정성에 대해서도 안심하는 분위기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유지나(40)씨는 “그간 학부모가 공을 뽑아 결정되는 방식은, 아무리 눈앞에서 이뤄진다 해도 다소 의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활성화 여부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기획됐어도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 이런 점에서 처음학교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립 유치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벌써 반쪽 운영이라는 얘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현재 서울ㆍ세종ㆍ충북 지역 유치원 총 1261곳 가운데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곳은 507곳뿐이다. 이 가운데 사립 유치원은 19곳(서울 17곳, 충북 2곳)에 불과하다. 원아가 절대적으로 많은 사립유치원이 거의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번 시스템이 일부 국공립유치원만을 위한 행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 쏠림현상이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와 재현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서울의 경우 879개 유치원 중 국공립유치원은 202개(23%), 사립유치원은 677개(77%)로 사립유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은 “유치원 각자의 특색은 무시하고 선호와 비선호 유치원만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유치원 서열화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속적으로 사립유치원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한 유아교육 관계자는 “많은 학부모가 일단 붙고 보자는 심정으로 실제로 다니지도 못할 먼 거리 국공립 유치원에 일단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거리에서 합격한 원아들이 등록을 고민하다가 피할 경우, 결국 상당수의 유치원에서 원아를 한 번 더 모집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너무 서둘러 추진했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학부모는 “주변에서 유치원 입학 예정 자녀를 둔 학부모임에도 처음학교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홍보가 미비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부모 김단아(40)씨는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유치원 곳곳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며 “미취학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만큼 더 친절한 정보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여섯 살 딸을 둔 학부모 이준모(44)씨는 “일단 온라인에 등록해놓고, 오프라인으로도 유치원을 돌아다니면서 지원할 예정”이라며 “결국 예년보다 두 배로 고생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