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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장시후(7·가명)군은 학교 수업 시간 내내 부산하다. 연필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리거나, 교과서 페이지를 요란하게 넘긴다. 의자에 앉은 채 발을 소리 나게 동동거리는 등 돌출 행동도 수십 가지다. 심지어 수업 도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 곳곳을 오가기도 한다. 장군은 “답답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했다. 장군의 어머니 이미영(42·가명)씨는 “시후의 이상 행동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한다. 반 친구들도 꺼린다고 한다. 몇 년간 어르고 달래봤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동안 병원에 다니면 아이가 주변의 눈총을 받을까 봐 미뤘는데, 더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며칠 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장군은 ADHD 진단을 받았다.
ADHD는 우리말로 표현하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다. 육기환 차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좀 더 풀어 설명하면, 필요한 집중을 못 하고 부산스러운 몸짓 때문에 문제가 되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어린이·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도 꼽힌다. ADHD 환자 10명 중 6명이 10대 이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ADHD 환자는 5만8000여명. 이 중 65.9%(3만8307명)가 10대 이하로 집계됐다.
발병 원인은 크게 둘로 나뉜다. 육 교수는 “일단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부모 혹은 친척 중에 주의가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작은 것에 쉽게 분노하는 등 돌출 행동을 많이 한다면, 자녀도 비슷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후천적인 요인도 있다. 부모가 출산을 몹시 어렵게 했다면, 자녀에게 ADHD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엄마가 임신기 때 흡연·음주를 한 경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의 부모의 방임이 계속됐다면, 이도 ADHD 발병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 교수에 따르면, ADHD 초기 증상은 자녀의 놀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특정 놀이를 할 때 집중 시간이 지나치게 짧고,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이것저것 놀이를 계속 바꿔가며 하면 자녀의 ADHD를 의심해볼 수 있다. 집 안에선 쇼파, 밖에선 나무 등 높은 곳에 계속 오르려는 모습을 보여도 의심해봐야 한다. 질서나 차례를 좀처럼 지키지 못하는 습성도 (ADHD 초기 증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ADHD는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육 교수는 “ADHD 자녀를 둔 부모의 대부분은 증상이 보이기 시작할 때에도 ‘아이가 또래보다 산만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어서 꺼리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부모의 방임이다. ADHD는 초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완화할 수 있는 질환이다. 혼내고 때려서 나을 게 아니다. 뒤늦게 병원을 찾으면 치료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부모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치료가 늦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육 교수는 “10대 ADHD 환자들의 면면을 보면 아주 폭력적이거나 혹은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치료는 복합적이다. 육 교수는 “기본적으로 약물 치료, 심리·놀이 치료, 사회성 훈련 등을 진행한다. 가족 치료도 동반된다. ADHD 자녀를 둔 부모는 줄곧 아이의 이상 행동을 보면서 정신적 충격·고통을 받은 경우가 많다. 앞서 말했듯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는 점도 부모 치료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한 심리 치료를 진행한다. 치료 기간은 증상이나 정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2년 정도 이뤄진다”고 했다.
전문적인 치료 외에 부모의 관리도 필요하다. 육 교수는 “자녀가 스스로 기본적인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방 정리를 스스로 하게끔 이끌어주거나, 식탁에 앉아서 먹는 습관을 들이는 등 아주 간단한 것부터 하는 것이다. ADHD는 기본적인 게 안 되는 질환이다. 미디어 노출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요일 | 학습력 높이는 건강 플러스] ⑬AD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