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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준(용인 죽전중 3)군은 지난해 잊지 못할 호된 경험을 했다. 늘 성적이 최상위권이라 방심한 사이, 전교등수는 물론 반 1등에서조차 밀려난 것이다. 공부를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수행평가나 중간ㆍ기말고사가 임박해서야 벼락치기 식으로 공부했던 것도 한몫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중2 겨울방학. 더는 이대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계획표를 세워 차근히 공부하니 지난 3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 전교 2등으로 다시 성적이 올랐다. 주요 교과목 성적도 최상위권이었다. 계획 세우기의 필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현군이 계획을 꼼꼼히 세워 공부한 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늘 그를 괴롭히는 시험불안증이 그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순간인가 갑자기 시험불안증이 찾아왔어요. 시험기간만 되면 긴장해서 잠이 오지 않았죠. 손에서 잠시라도 책을 놓으면 불안해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어요. 시험기간에는 OMR 카드에 답을 밀려 작성할까 봐 점검하고 또 점검하느라 늘 시험시간이 부족했죠. 공부를 하려고 해도 긴장돼서 오롯이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런 긴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제가 공부를 얼마만큼 했는지를 기록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많이 공부한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좀 덜 불안할 것 같아서요. 정말 계획을 세워 공부를 많이 한 날에는 조금씩 마음이 놓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학습 계획을 철저히 세우기 시작했죠.”
현군은 당일 아침에 그날 할 일을 플래너에 기록한다. 이때 특이한 것은 방과 후 모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혼자 자습할 때의 시간 계획만 세우는 것이다. 즉, 학원까지 마치고 집에 8~9시쯤 돌아와 잠들기 전 12시까지 3~4시간 동안만 계획을 세운다. 그는 “그 어떤 것에도 주의를 분산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루에 주요과목(국어, 영어, 수학)은 반드시 공부하되, 여기에 추가로 사회나 과학을 공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어느 한 과목에 치우쳐 공부하는 습관을 막고자 과목당 공부시간은 똑같이 배분했다. 만약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4시간이고 4과목을 공부해야 한다면, 4/4 즉 한 과목당 1시간씩 공부하는 식이다. 이때 다른 과목은 학습할 분량까지 미리 정하지만, 수학은 제외했다. 현군은 “수학은 한 문제를 풀더라도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부량에 욕심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또 “부득이하게 돌발상황이 생겨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취침시간을 조금 늦춰 반드시 목표치를 채운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계획대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바쁘게 보냈다. 수업시간에는 선생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려고 노력했고, 쉬는 시간에는 틈틈이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줬다.
“학교에서 자투리 시간에는 어려운 문제를 놓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공부를 돕고 있어요. 친구들과 우정이 돈독해질 뿐만 아니라 저도 좀 더 확실히 공부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죠. 말로 설명해주다 보면 저도 막히거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거든요. 공부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좋은 학습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 꿈이 교육학자인데, 나중에 이것을 포함해 다양한 교수법을 좀 더 연구해보고 싶어요.”
주말에는 주중에 못한 활동을 하는 식으로 여유 있게 계획을 세운다. 특히 토요일에는 오전과 오후로만 나눠 각각 한가지 활동을 하거나 과목을 공부한다. 이때 현군은 평소 좋아하는 역사탐험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할 뿐 아니라 틈틈이 입시설명회도 다닌다. 최근에는 자사고 입시를 앞두고 있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해야 평소에 공부를 더 즐기면서 할 수가 있어요. 주말에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 평소에 더 집중해서 공부하게 되죠. 일요일에는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
현군은 중간ㆍ기말고사 한 달 전부터 철저하게 공부 계획을 세운다. 4주 전에는 모든 교과서를 한 번씩 훑어보고, 3주 전에는 2번씩, 2주 전에는 3번씩 읽게 시간관리를 한다. 시험 바로 직전 주에는 마지막으로 시험을 보는 과목부터 하루에 한두 과목씩 철저하게 공부한다. "
“저는 모든 공부의 중심에 교과서를 놓아요. 특히 국어와 영어는 교과서 본문을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고 또 읽죠. 암기과목은 보기 편하게 교과서의 핵심내용을 따로 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하죠. 대략 시험 전까지 모든 교과목의 교과서를 7~8번 정도 꼼꼼하게 읽는 것 같아요. 너덜너덜하게 닳아진 교과서를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습니다.”
[1등의 플래너]“계획 세우자 시험불안증에서 벗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