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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학이 논술전형에도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교과의 경우 등급 간 점수 차가 작고 기본 점수를 주는 대학이 많아 학생부 영향력은 미미해요. 논술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거죠.”
“내신성적 낮거나, 소위 스펙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주로 논술전형을 권합니다. 학생부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낮기 때문이죠. 내신이 4~5등급임에도 논술전형으로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에 합격한 사례들이 이를 보여줍니다.”
30개 대학이 올해 1만5054명(성균관대 과학인재전형 포함)을 선발하는 논술전형에 대해 교육현장이 내는 목소리는 대동소이했다.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방침으로 매년 인원 감소세를 보이지만, 내신 성적이나 비교과 경쟁력이 부족한 수험생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전형이라는 것이다.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모든 대학이 학생부를 반영하지만 학생부 영향력이 크지 않고, 기출 및 모의고사를 통해 대학별 출제 경향과 유형 등을 익히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생부와 달리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논술전형 경쟁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2015학년도부터 모든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 한양대가 그 예다. 한 일반고 교사는 “한양대 논술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앤 이후 ‘수시 대박’을 노린 수험생들로 인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전형은 지원율이 곧 실질 경쟁률로 이어진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논술전형은 실질 경쟁률이 낮아지고, 그만큼 합격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입 논술고사를 가장 빨리 치르는 ‘건국대·성균관대·한양대 ERICA캠퍼스’를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유무와 함께 분석했다.
◇2017 첫 논술고사 스타트는 ‘건국대·성균관대·한양대 ERICA’
올해 첫 대입 논술고사일은 10월 1일이다. 건국대와 성균관대, 한양대 ERICA캠퍼스가 이날 일제히 논술시험을 치른다.
건국대 KU논술우수자전형은 자연논술을 10월 1일, 인문사회(|,Ⅱ)논술을 다음 날인 2일에 치른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논술 성적 60%, 학생부 교과 20%, 학생부 비교과 20%로 전형한다. 선발인원은 462명이다.
건국대 논술은 △인문사회Ⅰ △인문사회Ⅱ △자연 세 계열로 나뉜다. 큰 변화는 없지만, 지난해까지 인문사회Ⅰ을 치르던 부동산학과가 올해부터 2번 문항에 수리논술이 출제되는 인문사회Ⅱ 논술을 응시하게 된다.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 선정에 따른 모집단위 이동으로 올해부터 경영대학 소속이 된 탓이다. 인문사회Ⅱ 논술에는 상경계열 모집단위(▲경제학과 ▲국제무역학과 ▲응용통계학과 ▲경영학과 ▲기술경영학과 ▲부동산학과)가 응시한다.
성균관대 수시모집에서 논술을 주 평가요소로 활용하는 두 전형 중 먼저 포문을 여는 곳은 ‘과학인재(193명)’다. 10월 1일 전체 모집단위 대상 논술시험이 진행된다. ‘논술우수(961명)’는 인문계 11월 19일, 자연계 11월 20일 시험이다. 두 전형 모두 서류 40%과 논술 60%를 반영하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가 다르다. 과학인재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지만, 논술우수전형은 모집단위별 수능 제한 등급을 둔다. 수능 필수 응시 영역은 △인문계 국어, 수학, 영어, 사탐/과탐, 한국사 △자연계 국어, 수학 가, 영어, 과탐, 한국사다.
성균관대 논술고사는 인문/자연 계열별로 실시되며 분량 제한이 없다. 인문계열 논술에는 단계적 문제 해결 과정을 요하는 4개 문항이 출제되며, 4~5개의 제시문을 두 가지로 분류하는 문제와 도표 해석 및 활용 능력 문제가 주어진다. 자연계열 논술은 교과서 내용 중심의 평이한 수준이다. 수학 두 문항은 필수로 해결해야 하고 과학 문항은 물리 I‧II, 화학 I‧II, 생명과학 I‧II 6개 문항 중 두 문항을 선택해 풀어야 한다.
한양대 ERICA캠퍼스도 10월 1일과 2일 이틀간 논술을 진행한다. 자연계열 대상 수리논술이 10월 1일에, 인문계열 대상 국문논술이 2일에 실시된다. ERICA캠퍼스 논술전형 평가 요소는 논술 60%, 학생부 교과 40%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인문·상경계 국어, 수학 나, 영어, 사·과탐(2) 2개 등급 합 6이내 △자연계 국어, 수학 가, 영어, 사·과탐(2) 2개 등급 합 6 이내다. 한국사는 응시 여부만 확인한다.
한양대 ERICA는 적성고사 폐지 후 논술을 평가요소로 도입하면서 수능 전 논술을 시행하는 주요 대학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난도가 낮지 않아 꾸준한 대비가 요구되는 곳이다. 인문과 자연 모두 평균 경쟁률과 실질 경쟁률 차이가 큰 편이라 논술 성적과 함께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신경 써야 한다.
입학사정관 출신 한 입시 관계자는 “한양대 ERICA는 지원자들의 논술 수준이나 수능 예상 성적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체 일반 경쟁률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야한다. 교과 성적은 인문계열 3등급 중반, 자연계열은 3등급 후반”이라고 귀띔했다.
◇ 수능 최저 없는 건국대·성균관대… “경쟁률 높지만 합격률은 낮을 것”
세 대학 중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건국대(KU논술우수자)와 성균관대(과학인재)는 한양대 ERICA캠퍼스(논술전형)보다 지원자가 많이 몰릴 수 있다. 그만큼 합격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을 때, 실질 경쟁률은 최종 경쟁률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면 합격률은 자연히 높아진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 논술전형은 그 기준을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에 실질경쟁률이 낮아지고, 그만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한 이후에는 내신, 논술 성적이 최종 합격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는 논술전형은 논술고사 시행 일자가 수능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서도 지원자 수가 달라질 것”이라며 “(논술 준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논술고사를 수능 이후에 시행하는 곳의 경쟁률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에듀] “수능 최저학력기준 ‘있고 없고’에 논술전형 합격률 좌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