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그래도 최선의 입시 전형은 학종… 건전한 비판과 내부 점검으로 보완해야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6.15 22:23
  • [학종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 포럼]

    대입(大入) 논쟁의 중심에 선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을 놓고 대학·고교가 개선·보완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학종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 포럼’이 열렸다. 대학 입학처장들의 모임인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가 주최했다.

    최근 학종이 도마 위에 오른 건 성적을 바탕으로 한 우수 학생 중심의 학생부 기재, 비(非)교과활동의 사교육 유발 요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학종은 내신 성적과 학교 수상 실적, 비교과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다.

    역시 관심은 뜨거웠다. 대학 관계자, 고교 교사, 학부모, 언론 등 각계각층이 몰렸다. 포럼 장소인 백남음악관 1·2층 586석이 가득 찼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서울의 A일반고 정희옥(가명) 교사는 “빈자리가 거의 없는 걸 보면,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학종 논쟁이 격렬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날 발제자는 대학 측 넷, 고교 측 둘 등 여섯 명이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강기수 동아대 입학처장,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 유제숙 서울 한영고 교사, 김종승 경남 창원 진해여고 교사 등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학 측의 핵심 입장은 ‘현재 한국 입시 환경에서 최선의 전형은 학종’이라는 것. 이어 “제도 정착을 위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입학본부장은 “최근 학종에 대한 우려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재 학종을 대체할 만한 전형이 없는 상황이다. 장점도 많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학종의 정착을 위해선 외부의 건전한 비판과 내부의 점검을 통한 진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입학처장은 “학종은 교육의 본질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경감 등에 기여하는 등의 장점이 많다. 문제점을 보완해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구체적인 보완책도 제시했다. 몇 가지를 예로 들면 △사교육 유발 우려가 있는 전형 요소와 평가방법 변경 및 폐지 △수능 최저 기준 완화 또는 폐지 △학종뿐 아니라 학생부 교과전형, 정시, 논술 등 다양한 전형 병행 등이다.

    학종의 안착을 위한 제언도 했다. 권 입학본부장은 “학종 모델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학교생활충실도를 중심으로 서류평가와 연동한 ‘통합적 평가 모델’, 학교 충실도와 전공적합성의 조화를 이루는 ‘전공적합성 추가 모델’,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항목을 선택해 차등 반영하는 ‘학생부 항목 선택 반영 모델’ 등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좀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학종의 외연 확장을 할 수 있고, 제도 정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강 입학처장은 “학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일부 대학의 잘못된 제도 적용과 일선 고등학교의 진학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교사·학생·학부모가 오해하는 것이다. 학종의 정착을 위해선 이 오해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체계적인 홍보와 계도·관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자유학기제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던 것처럼 학종에 대해서도 좀 더 홍보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고교 측도 학종이 최선의 전형이라는 대학의 주장에 공감했다. 학종 도입 후 긍정적으로 바뀐 학교 현장의 사례 소개로 화답하기도 했다. 학생부 기록의 주체로서 향후 기재 방향도 제시했다. 유 교사는 “고교에선 학생부에 평가를 위한 기록을 넣는 게 아니라 입시의 주체인 학생의 성장 기록을 담을 것이다. 대학은 그 성장 기록을 토대로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고교 현장의 교육과 대학의 평가가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내신 성적을 반영해 합격 기준의 범위를 설정했던 것도 완화해 학생들이 합격할 수 있는 여지를 좀 더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은 학종의 중심인 대학과 고교가 학종 보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아쉽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는 “학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학과 고교의 입장만 있어서인지, 주장이 한쪽으로만 쏠린 것 같다. 학부모의 입장도 반영됐으면 좀 더 균형을 갖춘 포럼이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해당 포럼은 앞으로 전국을 돌며 진행될 예정이다. 오성근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한양대 입학처장)은 “영남권 등 타 지역에서도 포럼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