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서울대 자연계열 면접 준비시간 45분으로 확대… 체감 난도 낮아지나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5.11 17:59


  • “서울대 물리 면접이 원래 그럴 것이라 생각해서 (문제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답변 준비시간이 30분에서 좀 더 길어지면 체감 난도가 낮아질 것 같다.”

    서울대가 올해 입시에서 자연계열 면접·구술고사 답변 준비시간을 45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을 치른 학생들 사이에서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이를 수렴한 것이다. 서울대 측은 “수험생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자연계열 모집단위 면접·구술고사 답변 준비시간을 30분에서 45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면접 내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 질문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이 가능한 범위’에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문항 중심 면접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되므로, 교과 내용을 숙지하고 학교 수업 내 질문, 토의, 탐구, 독서 등 학습 경험을 쌓는 것이 효과적인 대비법이 될 전망이다.


    ◇정답보다 ‘생각의 과정’ 확인하는 면접 진행
    지난주 발간된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는 지난해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 우수자들의 면접 후기가 공개됐다. 인문대학과 경영대학, 자유전공학부, 간호학과 등 각기 다른 모집단위에 지원해 일반전형 면접을 치른 14명의 학생들이 면접 당시 느낀 점과 제시문, 질문 등에 대해 털어놨다. 대기실과 면접실 등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면접 후기를 게재한 14명은 모두 일반고 출신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제시문 토대 심층면접을 치른 학생들은 공통으로 ‘독서하며 생각하고 말하기’의 필요성을 짚었다. 인문학 제시문으로는 교과서에 실린 왕과 현자의 대화가 실렸다. “‘그런 마음이면 족히 왕다운 왕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현자가 말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시오” 등과 같은 글의 요지를 이해한 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구술하는 문항 2개가 주어졌다.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의 대화를 제시한 뒤, 죽음에 대한 태도와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묻기도 했다. “아킬레우스가 이승으로 살아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지 유추해 보시오”와 같은 질문으로 제시문 근거 상황을 유추하는 분석력과 창의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에 지원한 A(경기 일반고 졸) 학생은 “문학, 역사, 철학, 과학 등 분야를 나눈 뒤 몇 권씩 읽고 독후감을 작성했다. 독서퀴즈대회 등에도 나가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후배 지원자들에게) 평소 독서를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식적 측면뿐 아니라 어휘력과 논리력 향상에도 도움이 돼 면접 준비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사회과학 관련 제시문으로는 안나가 운영하는 기업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업자에게 시키기로 할 때의 상황이 주어졌다. 실업자 3명(한 명은 가장 가난하고, 다른 한 명은 경제적으로 풍요하지만 최근에 몰락한 사람이며 나머지 한 명은 다른 두 명보다는 덜 가난하지만 질병이 있는 사람)에 대한 고용에서 △누구를 어떤 이유로 선택할 것인가 △한 명을 고용했을 때 국가적 차원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두 가지 특정 조건을 전제로 10일을 나눠 고용한다고 할 때 어떻게 나눠 고용할 것인가 등의 문항이 주어졌다. 사회과학 관련 다른 제시문에서는 15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노동을 제한하는 법이 통과될 경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설명하는 문항도 출제됐다.

    자유전공학부 면접을 치른 E(광주 일반고 졸) 학생은 “제시문에서 주어지는 상황이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과 큰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들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내는지 본다고 생각했다”며 “사회과학과 수학, 둘 다 사고의 흐름을 보고 싶어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제학부 재학생 D(충남 일반고 졸)학생은 “친구들이 모르는 문제를 물으러 왔을 때 성의 있게 답해 주곤 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는 것과 남이 알기 쉽도록 설명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친구들에게 설명하면서 알기 쉽게 정리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더 키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공과대학과 경영대학, 자연과학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자유전공학부 등에서 출제된 수학은 전년 대비 문제 난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우의 수, 삼각함수 등의 제시문 및 문항수는 3개로 2015학년도 대비 1개 추가됐다.

    수학 제시문 면접을 치른 이들은 “풀이 과정을 통한 다양한 사고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계학과 지원 F(서울 일반고 졸)는 “수능 준비를 하면서 했던 수학들은 거의 도움이 안 됐다. 중학교 때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아 깊이 보고 생각하려 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며 “어려운 문제를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자유전공학부 E(광주 일반고 졸)학생은 “문제가 어렵기는 했으나 사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문제여서 잘 출제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물리에는 △단진자의 운동 및 주기 △진자의 등시성 △로런츠 힘 △알짜힘에 의한 운동 상태의 변화 등의 개념을 묻는 제시문이 주어졌다. 화학에서는 △라울의 법칙 △상평형 △깁스 자유 에너지 △평균 원자량 △고체의 결정 구조 등을 토대로 각 문항을 계산하도록 했고, 지구과학에서는 △지진파 △판구조론 △잔류 자기△한국의 지질과 함상 △방사성 붕괴열 △보웬의 반응계열 △마그마 분화 등 교과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생명과학은 △가계도와 우열의 법칙 △연관과 교차 △형질 발현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막을 통한 물질 이동 등의 개념으로 답을 추론하는 문항이 출제됐다.

    자연계열은 수학 및 과학 교과의 중요한 원리나 이론을 실생활과 연결해 숙지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의 경우, 수험생이 주어진 지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면 면접관들이 그에 대한 추가 질문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답변을 못할 시 면접관들이 힌트를 주고 학생들이 원리나 이론 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지를 재차 확인하기도 한다. 지문과 관련한 추가 질문을 받더라도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도록 교과 내용과 관련한 원리를 정확히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리천문학부 G(서울 일반고 졸) 학생은 “면접관들이 정답을 묻기보다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를 물었다. 문제들이 손도 못 댈 수준이 아니어서 준비시간이 30분도 적당하지만 좀 더 길어지면 체감 난도가 낮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간호학과 N(서울 일반고 졸) 학생은 “생명과학과 화학 제시문 면접을 봤다. 수능 공부 때에는 텍스트 암기 위주로 공부했는데, 면접 준비 시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이하고 쓸 데 없이 보여도 선생님께 질문을 하고 최대한 넓게 공부하려 했다”고 했다.

    지구환경과학부 J(서울 일반고 졸) 학생은 “고교에서 수능 중심 수업이 이뤄지는 편이라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경험을 많이 안 했다. 1차 합격하고 지구과학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친구들은 학원에 많이 갔지만 가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로 공부했다. 면접 시 면접관들에게 1번부터 차례대로 설명하자 추가 질문이 돌아왔다. 각 문항 간 소문제들이 연결돼 있더라. 생각을 이끌기 위한 질문인 것 같았다”고 했다.


    ◇ 전년보다 어려워진 문항… “1차 서류 변별력 낮아졌기 때문”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의 경우 종래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5학년도까지 운영하던 우선선발이 폐지되고, 면접 및 구술고사를 Ⅰ·Ⅱ로 구분해 운영했다. Ⅰ은 기존처럼 입학본부가 출제한 교과 과정 지식을 묻는 문항 중심으로 치러졌고, Ⅱ는 지역균형선발전형 면접과 마찬가지로 제출서류를 바탕으로 인성 요소와 기본적 학업능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면접 및 구술고사 I’은 ‘II’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I’의 경우 오전·오후로 나눠 약 250개 조로 진행됐으며, ‘II’는 오전 2개조로만 치러졌다. 정시모집 의과대학 면접도 기존 4개 면접실에서 2개로 축소하고, 각 면접실 배당 시간도 15분 내외로 축소했다.

    아로리에 소개된 14명의 일반전형 면접 우수자들이 치른 면접은 주로 모집단위별 공동 출제 문항을 활용하는 ‘Ⅰ’ 형식이었다. 답변 준비 30분 내외, 실제 면접 15분 내외가 주어졌고, 인성평가 등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다. 전년도에 비해 다소 어려운 문항들이 등장했는데, 이는 지원자 내신과 비교과 등 1단계 서류평가 점수의 편차가 적어 2단계 면접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공 적성 및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공통 문항이 어려웠다는 것은 그만큼 2단계 면접의 변별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서류평가의 변별력 약화’가 이유가 될 수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1단계 서류평가 대상자(모집정원의 2배수 이내)의 학생부 교과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과 자기소개서의 변별력이 낮아 서류 평가 성적 편차가 미미할 것”이라며 “(면접 난도가 올라간 것은) 학업 심층 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