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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고·특목고, 면접Ⅰ 대상자도 대부분 합격… 영재고는 합격률 100% 육박
조선에듀가 지난해 서울대 우선선발 합격자를 배출한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취재한 결과, 당초 예상대로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Ⅱ' 대상자 대부분은 주요 영재고와 특목·자사고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 등 자연계열 지원자들인데다 면접에서도 전원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 면접 및 구술고사Ⅱ가 종래 우선선발제도와 흡사하게 운영됐다는 점이 확실시됐다. 또한 영재고와 일부 특목·자사고에서 '면접 및 구술고사Ⅰ'을 치른 학생도 대다수가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선발은 서울대가 면접 없이 서류 평가만으로 신입생을 최종 선발해 온 제도다. 지난 2005년 도입 후 ‘과학고·영재고 출신과 자연계열 입학생 비중이 늘어 고교교육 정상화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아오다, 올해 2016학년도 입시부터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면접Ⅱ 대상자 20명 내외로 추정… 대부분 영재고·특목고·자사고 출신
지난달 서울대는 입학본부 홈페이지에 ‘2016학년도 대학 입학 수시모집 일반전형(음악대학 지외) 면접 및 구술고사 Ⅰ·Ⅱ 안내사항’을 공지했다. 면접Ⅰ 대상자는 모집단위별로 오전·오후로 나뉘어 총 250개 조가 공지됐고, 면접Ⅱ 대상자는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에서 ‘전 모집단위’로 묶여 오전 2개조만 안내됐다. 서울대가 면접 대상자를 'Ⅰ'과 'Ⅱ'로 분리해 공지한 이 안내사항은 현재 입학본부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상태다. 서울대 측에 모집단위별 면접Ⅰ·Ⅱ 대상자 수를 묻자 “밝힐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당시 면접에 참여한 수험생과 교사들 진술을 토대로 추정한 면접Ⅱ 대상자는 20명 내외다. 최대치로 추정해도, 지난해 우선선발 합격자 수(39명)보다는 적다. 100명을 웃돌았던 종래 우선선발자 숫자와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면접Ⅱ를 치르고 최종 합격한 것으로 확인된 10명은 모두 영재고와 특목·자사고 출신이다. 영재고가 네 곳, 전국단위 자사고가 세 곳, 과학고가 두 곳이다.
각 학교에 문의한 결과, 그간 서울대 우선선발에서 높은 실적을 냈던 전국단위 자사고 열 곳 가운데 7개교 학생들은 올해 모두 면접Ⅰ만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10명은 학교에서도 손꼽히는 수재였다. 높은 내신과 화려한 비교과로 무장한 ‘강한 서류’를 내세워 전원 최종 합격하면서 ‘면접 없는’ 기존 우선선발제도와의 유사성에 무게를 실었다.
합격한 학과로는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가 세 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전기·정보공학부(두 명)가 뒤를 이었다. 컴퓨터공학부와 물리천문학부, 수리과학과, 통계학과에도 각각 1명씩 합격했다. 영재고 출신 한 명은 학과 공개를 원치 않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거나 현황을 밝히지 않은 일반고에서도 면접Ⅱ 대상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간 우선선발 합격자를 배출한 하나고와 하늘고, 상산고, 북일고 등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와 한성과학고, 대원외고와 같은 주요 특목고에서도 면접Ⅱ 대상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일반고에서 면접Ⅱ 대상자가 나왔을 확률은 희박하다.
실제로 면접Ⅱ를 치른 합격생들의 서류는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모인) 해당 학교에서도 ‘신(神)’이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과학고 출신이 일반고에서도 받기 힘든 평균내신 '1등급대 초반'을 받았거나, RNE(Research and Education·연구논문 프로그램) 등으로 지원학과 관련 굵직한 비교과 실적을 내기도 했다. 한 영재고 출신은 대학교 2~3학년 수준으로 수업하는 교내 수학 과목을 3년 내내 A+에 가까운 성적으로 이수하면서 특출한 재능을 드러냈다. 여기에 독자적 RNE 성과 등이 더해져 수리과학과로부터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교사들은 대부분 “해당 학생들이 면접Ⅱ를 볼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올해 서울대 일반전형에 지원해 면접Ⅱ를 치르고 기계항공공학부에 최종 합격한 경남지역 과학고 2학년 학생은 꾸준한 물리학 연구 성과와 만점에 가까운 주요 과목 내신, 전교 부회장 역임이라는 스펙 덕에 친구들 사이에서 ‘신’이라 불렸다. 그를 지도한 교사는 “이 학생의 경우 친구들이 이름 앞에 ‘갓(god)’을 붙여 ‘갓ㅇㅇ’라 부를 정도로 독보적이었다”며 “학교생활과 학습역량은 물론 인성까지 뛰어난 이 아이를 어떻게 서울대가 알아보고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면접Ⅱ 대상자로 지정한 건지 아직도 신기하다”고 했다.
또다른 과학고 2학년 학생은 한 길만 팠다. 의대에도 지원 가능한 서류 스펙이었지만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싶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만 지원했다. 수업과 연구 활동, RNE 논문 실적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보여 그를 지도한 교사들마다 학생부에 활동 내용과 생활 사항 등을 상세히 적었고, 그는 ‘전교에서 학생부가 가장 두꺼운 학생’이 됐다. 진학상담을 맡은 이 학교 2학년 부장은 “‘과학고에서 내신이 1등급 초반대이고, 학생부가 전교에서 가장 두껍다’라는 사실만으로 이 학생 수준이 짐작되는 것 아니냐”며 “착실한 학교생활로 인성까지 검증된 이 학생을 서울대가 우리 학교에서 유일한 면접Ⅱ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전국단위 자사고에서 서울대 통계학과에 최종 합격한 학생도 출신학교에서 이미 면접Ⅱ 대상자로 예견된 인물이었다. 이 학교 고3진학교사는 “비교과도 좋았지만 전교에서 가장 내신 성적이 우수했다. 의대에 지원한 학생보다 교과 성적 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게 서류만으로 입증되는 학생이라 ‘우선선발에 준하는 면접Ⅱ를 보겠구나’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 학생만 유일하게 면접Ⅱ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이 전국단위 자사고에서는 72명이 서울대 일반전형 1차 서류평가를 통과했는데 이 중 한 명만 면접Ⅱ 대상자가 됐다.
영재고와 특목·자사고에서도 뛰어난 내신과 굵직한 비교과 활동을 갖춘 극소수만이 면접Ⅱ 대상자로 선발됐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일반고에는 면접Ⅱ 대상자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이 뚜렷해진 셈이다.
교육계에서도 면접Ⅱ 대상자 중 일반고 학생은 없을 것이란 게 지배적 견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일반고 비중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면접Ⅱ를 신설한 이유가 가벼운 면접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인데, 이미 면접Ⅱ를 치렀다고 추정되는 숫자가 영재고와 특목고로도 충분한 수준이다. 일반고가 포함됐을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선선발 합격생을 배출한 바 있는 한 전국단위 자사고의 진학담당교사는 “올해 우리 학교에는 면접Ⅱ를 치른 학생이 없다. 일반고에도 당연히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며 “과학고나 영재고에 문의해야 면접Ⅱ 대상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학교에서는 올해 24명이 서울대 일반전형 면접Ⅰ을 치렀고 9명이 최종 합격했다.
◇'면접Ⅰ'에서 높은 합격률 보인 영재고·특목고는 모두 우선선발자 배출 高
한편, 취재 결과 일부 영재고와 특목고들이 면접Ⅰ에서도 상당히 높은 합격률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 올해도 서울대는 '일부 학교’의 입학 비중이 높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반전형 면접Ⅰ에서 다수의 합격자를 낸 학교들이 모두 지난해 우선선발 합격자를 배출한 곳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영재고의 면접Ⅰ·Ⅱ 합격률은 100%에 육박했다. 올해 면접Ⅱ 합격자 두 명을 배출한 한 영재고의 경우, 면접Ⅰ을 치른 학생 70명 중 68명이 최종 합격하면서 면접에 응시한 72명 중 70명(97.2%)이 최종 합격하는 실적을 냈다.
또 다른 영재고는 면접Ⅰ 대상자 50명 중 45명이 최종 합격했고, 면접Ⅱ 합격자 한 명까지 더해 총 4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92%의 합격률이다.
면접Ⅱ 대상자 없이 면접Ⅰ만 치른 학교들의 경우에도 최종 합격률은 높았다. 한 지역 특목고는 면접Ⅰ 대상자 13명 중 12명이 합격했고, 다른 지역 특목고에서는 17명 중 13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서울의 한 특목고는 61명 중 40명이 최종 합격했다.
◇"올해 면접Ⅱ, 사실상 우선선발… 내년 면접Ⅱ 대상자 수 주목해야"
당초 서울대가 우선선발을 폐지하고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을 Ⅰ·Ⅱ로 구분해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을 때부터 ‘표면상 폐지’라는 추측은 난무했다. 서울대가 영재고와 특목·자사고 출신들의 등용문인 우선선발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재고·특목·자사고 학생들이 기존 교과 중심 심층면접을 일반고 학생들과 함께 치를 경우, 일반고가 불리해질 수 있어 ‘면접의 분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면접의 Ⅰ·Ⅱ 이원화가 발표되자 교육계에선 자연스레 “기존 우선선발 대상자가 서류 토대 인성면접인 ‘Ⅱ 유형’에 지정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한 입시 전문가는 “우선선발 폐지가 명목상 방침이었다는 생각은 당초부터 했었다”며 “이번 수시모집에도 이공계열에서만 면접Ⅱ 대상자가 발표되고 영재고와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대부분 합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선선발 폐지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역시 “예상대로 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덕 소장은 “우선선발에서 주로 합격했던 영재고·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은 여전히 서류만으로도 특정 교과에 대한 뛰어난 역량 등을 드러내기 때문에 심층면접에서 다시 평가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도 어느 정도 우선선발의 성격이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의 면접 이원화 발표 당시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면접Ⅱ 대상자 수가 200명 이상이면 의미가 있겠지만, 60~70명 정도라면 하나마나한 면접”이라며 “일반고 학생이 많이 선발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 면접Ⅱ 대상자로 추정되는 숫자가 예상보다 적어 우선선발 폐지의 취지는 지켜졌지만, 이는 올해가 시행 첫 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좀 더 지켜봐야할 사항이다. 영재고와 특목·자사고 출신들을 대거 선발했다는 비난을 재차 받지 않기 위한 서울대의 방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대가 면접 이원화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해 제한된 인원만 선발하고자 몸을 사렸을 수 있다”며 “올해 면접Ⅱ는 사실상 우선선발에 준하는 면접으로, 내년도 면접Ⅱ 대상자 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고3담임 교사도 “내년에는 인문계열 학생 중에도 면접Ⅱ 대상자가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면접 이원화가 정착되면 면접Ⅱ 대상자가 기존 우선선발 숫자만큼 늘어날 수 있어 서울대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 서울대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 Ⅰ·Ⅱ, 어떻게 다르나?
서울대가 2015학년도까지 있던 우선선발을 폐지하면서 올해 면접 및 구술고사를 Ⅰ·Ⅱ로 구분해 실시했다. Ⅰ은 기존처럼 입학본부가 출제한 교과 과정 지식을 묻는 문항 중심이며, Ⅱ는 지역균형선발전형 면접과 마찬가지로 제출서류를 바탕으로 인성 요소와 기본적 학업능력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조선에듀][단독] 서울대, 사실상 우선선발 유지? 영재·과학고 극소수만 일반전형 ‘면접Ⅱ’ 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