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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문항·정답 관련 이의신청이 16일 마감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최종 집계된 이의제기 건수는 909건. 영역별로는 ▲국어 165건 ▲수학 31건 ▲영어 159건 ▲사회탐구 180건 ▲과학탐구 456건 ▲직업탐구 2건 ▲제2외국어·한문 16건 등이다. 수험생의 이의신청이 집중된 영역별 문항·정답에는 어떤 게 있을까.
◇국어영역 2문항 이의신청 줄이어
국어 영역에서는 14번 문항(A·B형 공통)에 대한 이의신청이 줄을 이었다. 14번은 국어사전에 실린 ‘같이’와 ‘같이하다’ 항목을 제시한 다음, 선지에서 적절치 않은 것을 찾는 문항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답은 2번. 하지만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은 4번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같이하다’ 관련 항목에 나온 문형 정보와 용례만으로는, ‘같이하다’가 세 자리 서술어라는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같은 영역 19번 문항(A형)도 도마 위에 올렸다. ‘에벌린치 광다이오드’를 소재로 한 과학 지문을 바탕으로 내용과 일치하는 보기를 고르는 문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번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해당 문항에 대해선 이원준 메가스터디 강사(국어)가 총대를 멨다. 그는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양공 쌍이 발생한다고 해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반드시 광자가 입사되어야만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논리적으로 볼 때, 지문의 진술은 개연적인데 반해 선택지는 지나치게 단정적이라서 지문으로부터 선택지를 타당하게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택지 2번의 내용이 논리적 오류를 범했다는 얘기다.
과학적 오류도 함께 제기했다. 이 강사는 “에벌린치 광다이오드를 연구하는 모 기술원 소속 연구원과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박사에게 문의한 결과,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에서 광자가 입사되지 않고도 전자와 양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고 했다.
◇과탐 물리I 6번 문항, 가장 많은 수험생이 문제 제기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이의를 제기한 영역은 과학탐구다. 그중 물리 I의 6번 문항은 무려 70여 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모든 영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다.
해당 문항은 보기에 제시된 선지 ‘ㄷ’이 문제가 됐다. ‘정지에너지’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개념은 현 고교 교과서 2종에만 나온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검정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은 이해할 수 없는 ‘부적절한 출제’라는 주장이다.
지구과학 I 4번 문항도 논란이다. 스모그, 원유 유출, 유독성 화학 물질 매립 등 환경오염 사례를 제시하고, 보기에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다. 이 문항에 따르면, 제시문 (나)에선 ‘2010년 미국 멕시코 만에 있는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해 유출된 원유가 연안 생태계에 심각한 오염을 초래했다’고 돼 있다. 관련 보기 ㄴ은 ‘(나)에서 해수의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은 증가했다’고 제시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ㄴ과 다른 보기 ㄷ이 함께 있는 선지 4번을 정답이라고 밝혔다.
이 문항도 현직 강사가 출제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지혁 대성마이맥 강사(지구과학)는 “수능을 위해 학생들이 공부한 교재는 교과서와 EBS 교재인데, 4번 문제의 보기 ‘ㄴ’을 판단할 근거가 교과서에는 없고, EBS교재에 있는 내용(‘원유가 유출돼도 적조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2013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한 EBS 수능완성)과는 배치된다”며 “학생들이 공부했던 방식에 따라서는 틀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수학 A형 30번 문항, 사회탐구 윤리와 사상 18번 문항, 영어 33번 문항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도 있었다.
◇17일부터 일주일간 심사⋯ 최종 정답은 23일 발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접수된 이의신청을 토대로, 이번 수능 문항·정답을 재심사한다. 기간은 17일부터 일주일간이다. 최종 정답은 23일 오후 5시 발표된다.
심사 과정에선 관련 학회·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요 사안의 경우엔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통한 별도 심사도 이뤄진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제기한 이의신청 내용을 꼼꼼히 따져 최종 정답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제 오류를 시인한 사례가 있다. 가장 최근인 2015학년도 수능에서 수험생의 이의제기에 따라 영어 25번 문항과 생명과학 II 8번 문항의 복수 정답을 인정한 바 있다.
[조선에듀] 이번 수능 이의제기 909건⋯ 오는 23일 5시 최종 정답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