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상담 내용 부족” “전형 결정 후 상담해야” 아쉬운 수시박람회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07.24 11:53

  • “인터넷으로 찾아 본 내용과 다르지 않았어요. 진로 상담 선생님 조언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수험생)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진단하는 것보다 학생부를 보고 정확한 가이드를 제시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입시 결과에 대해서도 완전히 공개해서 수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학부모)

    “학생부 들고 와서 무턱 대고 ‘어떤 전형, 어느 과를 선택할 지 알려주세요’라는 경우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모집 요강을 확인하고 어느 전형을 지원할 것인지 정도는 미리 정하는 게 좋습니다.”(대학 입학처)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EBS가 주관한 ‘2016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렸다. 전국 137개 대학이 참여해 올해 수시 관련 정보와 상담을 제공한다는 소식에 전국의 많은 수험생·학부모가 모였다. 대학별 부스마다 상담 줄이 늘어섰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례가 많았다. 상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홍익대 등 예술대학 위주 상담을 받았다는 신아정(인덕원고 3)양은 “수시박람회에 직접 오면 희망 대학 입학처를 통해 실질적 조언을 들을 줄 알았는데, 내신 등급 비교·확인 등 그동안 온라인으로 수집한 입시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양은 “입시 관련해 정확한 진단과 기준 제시가 어렵다면, 차라리 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전공에 대한 자세한 정보라도 제공하는 게 유익할 것 같다”며 “작년에도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그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돌아갔다”고 전했다. 신양과 함께 수시박람회를 찾은 어머니 최민순(47)씨 역시 “오래 기다려 상담을 받은 것치곤 얻은 게 많지 않다”며 “‘이 정도면 괜찮다’ 같은 추상적 진단보다는 ‘어느 부분이 부족해 합격 가능성이 적다’거나 ‘이 전형·학과에 지원하는 게 낫다’와 같은 정확한 충고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아들 대신 이날 수시박람회를 찾은 박영림(47)씨는 명확한 입시 결과에 목말라했다. 박 씨는 “한 입학사정관이 ‘수시모집으로 선발한 학생들이 학업 역량 면에서 정시 합격생보다 뛰어나 앞으로도 수시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하더라. 그러려면 이런 큰 행사를 통해 제대로 된 수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씨가 상담을 통해 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인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우리 학교 수시모집에 합격하려면 자기소개서에 의사로서의 자질과 인성 등을 잘 녹여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은 이미 수험생 누구나 아는 얘기라는 것이다. 박씨는 “대학들이 차라리 지난해 불합격 사례 등을 들며 어떤 경우 합격이 어려운지 등을 제대로 짚어준다면 더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말쯤 다시 한 번 박람회장을 찾아 올해 수시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한편 대학 입학처 측은 제대로 상담 준비가 안 된 수험생 태도를 지적했다. 이종호 동국대 입학사정관은 “짧은 상담 시간 동안 최대한 심도 있는 조언을 주고 싶은데, 전형 선택조차 하지 않고 찾아오는 수험생이 있다”며 “지원 대학의 모집 요강을 살펴 짧은 시간 동안 상담 받을 내용을 요약해 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우희덕 숭실대 입학관리팀 과장 역시 “10명의 입학사정관이 학생부를 토대로 수험생 상담을 진행 중인데, 수시 요강을 토대로 자신의 진로 윤곽을 잡은 수험생만 제대로 된 상담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창해 단국대 입학팀 차장은 수험생의 ‘진로 선택’과 ‘전공 탐색’ 부재를 아쉬워했다. 김창해 차장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전공이나 진로를 정하지 않고 내신 성적이나 모의고사 등급 등을 따져 ‘학과’가 아닌 ‘대학’을 정하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매년 수시박람회 나흘 동안 2000명 정도 상담을 해왔는데 이공계 등 특정 인기 학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러한 경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주로 자연계 학생들이 지망학과를 분명히 정하는데, 해당 학과만 고집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화학공학과 지원자의 경우 에너지공학이나 생명공학과 등 연계 전공으로도 시야를 넓히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시 유사전공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학생들이 이러한 정보를 얻어 성공적인 입시를 거치는 데에는 진로 교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