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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자님은 지방대 진학하고 빚더미에 앉아 창업해 빚을 갚고 성공하면 됩니다.”
대구의 한 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 관리자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이처럼 비아냥대는 말투로 무례하게 답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대구 D과학고 홈페이지에는 ‘불합격자’라는 이름의 네티즌이 “지금 합격한 놈이랑 나랑 20년 뒤에 누가 더 위에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요?”라는 내용의 질문을 올렸다.
답변은 한 달 뒤인 4일 올라왔다. 학교 측 홈페이지 관리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이 “불합격자님의 생각대로 우리 학교에 입학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길은 많다”고 댓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과학고라는 특성상 진학하는 학교에 한계가 있다. 수도권 대학 혹은 이공계 중점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대개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따고 연구원 혹은 교수가 된다”고 했다. -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비아냥’에 가까웠다. 이 담당자는 “일반고 혹은 자사고에 진학할 불합격자님은 3년간 피 터져라 공부해 지방대에 진학하고 졸업하여 빚더미에 앉아 창업해 빚을 갚고 성공하면 됩니다. 참 쉽죠?”라고 했다.
이 질의응답 내용은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D과학고 홈페이지에 몰려가 “지방대 진학해 빚더미에 앉는다니… 학교의 공식 답변이 이래도 되나” “글쓴이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해서 ‘우리 학교 진학 못하면 넌 지방대 간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나” 등의 항의 글을 남겼다.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항의하기’ 게시판을 신설해 항의 글을 모두 옮겼고, “앞으로 작성하실 분은 항의하기에 글을 남기시면 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문제가 된 댓글을 단 사람이 학교 학생이라고 인정하며 “처음에 발단이 된 글은 우리 학교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12월 초에 작성됐다. 신입생으로 선발되지 못한 학생이 ‘누가 더 잘되는지 보자’라는 식으로 썼다”며 “댓글을 올린 우리 학교 학생에게는 잘 타일러 두었다. ‘다른 학교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감정이 격해 글을 썼다. 글을 보고 불쾌하게 생각하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라서 좋은 연구자, 좋은 교수가 될지 의문” “공식 해명하고 사과해라.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를 다니는 모든 학생에 대한 모욕” 등의 의견을 남기며 계속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학교 측은 현재 ‘항의하기’ 게시판도 외부인이 열람할 수 없게 조치한 상태다.
불합격자에게 악담을 퍼부은 과학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