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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현재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약 8만 7000명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4년 일명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Study Korea Project)'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만 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에듀케이션은 이번주부터 주 1회(총 5회 예정)에 걸쳐 최근 부쩍 늘어난 '한국 속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 그들의 얘길 듣는 새 연재를 마련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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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년간은 고생 좀 했죠"
랑위에(22·중국·서울대 컴퓨터공학부 4)씨는 지난 2009년 외국인특별 전형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출신인 랑씨는 고교를 졸업할 무렵, 일찌감치 해외 유학에 눈을 돌렸다. 고교 시절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온 그는 수험생 인구가 많아 입시 경쟁이 치열한 중국에 머무는 것보다 해외 유학이 본인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서울대'였다. 한국어엔 자신있었고 한국 대학 중에선 서울대가 가장 우수하다는 얘길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부터 '(영어가 아닌)다른 외국어를 하나 더 배워놔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다행히 조선족이 많은 지역에 살아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잦았죠. 그 덕에 한국어를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고 대학 입학 당시 언어적 어려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랑씨가 서울대 진학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학교의 경쟁력이다. 서울대는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지난 9월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37위에 올라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서울대의 수준은 중국 1류 대학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진 않다는 게 랑씨의 생각이다.
랑씨는 입학 후 첫 1년간을 "좌절의 연속이었다"라고 표현했다. "동기들이 공부를 너무 잘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한국은 고교 교과과정 자체가 중국보다 훨씬 심화된 내용을 기준으로 편성돼 있었어요. 게다가 주위엔 수학 올림피아드나 과학경시대회 수상자가 수두룩했고요. 중국에선 학교 교과과정만 충실히 하면 됐는데... 충격이었죠. 강의도 한국 학생 수준을 기준으로 진행돼 태반은 못 알아 듣는 내용이었어요. 처음 1년간은 진도 따라잡느라 고생했습니다." -
◇좌충우돌 '한국 대학생 되기'
고생스러운 적응 기간을 거친 후엔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랑씨가 가장 먼저 꼽은 추억은 동기들과의 '술자리'. 겨울이 길고 추운 동북지역 출신인 그는 “원래 술을 좋아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한번은 함께 수업 듣는 친구들과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어요. 다음 날 아침 9시 수업이었고 과제를 내야 했는데, 도저히 과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잠들었는데 이튿날 수업에 들어가니 과제를 안 낸 학생은 저뿐인 거예요. 취한 와중에도 다들 과제를 마치고 잠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한테 ‘배신자’라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나요."(웃음)
랑씨는 학과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행사는 1학년 때 다녀온 학과 모꼬지(MT)였다. "지하철로 이동했는데 동기 하나가 주섬주섬 책을 꺼내더니 과제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걸 본 친구들이 하나 둘 책을 꺼내 드는 거예요. 지하철이 순식간에 도서관으로 변하는 걸 보면서 '우리 지금 놀러 가는 것 맞나?' 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서울대의 '저력'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동기들과 친해진 후엔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다.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교내 밴드에 가입, 보컬로 활약했다. 학습 분량이 늘면서 1년 만에 아쉽게 접긴 했지만 랑씨는 당시를 "정말 신나게 놀았던 시기"라며 미소 지었다. -
◇맹목적 반중 정서 이해 안 돼
어느덧 한국 생활 4년차, 꽤 많은 게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몇몇 부분은 낯설고 어색하다. 가장 어려운 건 선후배 간 경직된 관계. 중국에도 우리나라 존댓말에 해당하는 '경어(敬語) 개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 엄격하게 적용되진 않는다. "후배가 선배를 너무 깍듯하게 대해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물론 전 외국인이란 이유로 종종 '열외'되긴 했지만 가끔 '위계질서를 잡는다'고 후배를 몰아세우는 선배 모습을 볼 때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중국(인)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한국인의 태도 역시 랑씨에겐 '이해불가'다. "2년 전쯤 중국인 친구와 안경점에 간 적이 있어요. 저희가 중국어로 대화하는 걸 들은 점원이 옆에 와선 '이건 한국산(産)이어서 중국제와는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중국인을 맹목적으로 비하하려는 의도가 느껴져 기분이 몹시 나빴습니다."
물론 모든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불친절한 건 아니다. "학교 관계자분이나 과 동기, 선후배 모두 친절하세요. 제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늘 도와주려고 노력하시고요. 다만 한국이 좀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수용하려면 일부 한국인이 외국인에 대해 갖고 있는 차별적 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친구들은 '독종'... 함께 공부하다 '멘붕' 왔죠"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새 연재] 나의 한국 유학기/①랑위에(서울대 컴퓨터공학부 4)
-'한국어 조기교육' 시킨 어머니 덕분에 한국행 결심
-MT·동아리 등 두루 경험... "취업도 한국서 하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