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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 서상초등학교는 전교생 수가 69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학교다. 하지만 이 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은 매년 전국 각지에서 줄을 잇는다. △친환경 교실과 유기농 급식 △인터넷과 전자칠판을 활용한 첨단 학습 환경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 탄탄한 교육과정 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
서상초등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 1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선정한 '2012 미래학교'(이하 '미래학교')에도 포함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까지 놓였던 이 학교는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을까? 조선에듀케이션은 지난 1일 미래학교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한 강민구(56) 교장을 만나 '서상초등 부활 스토리'에 귀를 기울였다. -
◇수월성·형평성 등 4개 영역서 고루 '우수 평점'
한국교육개발원 평가 결과, 서상초등은 △사회성 △수월성 △창의성 △형평성 등 4개 영역에서 고루 우수한 성적을 거둬 미래학교에 선정됐다.
서상초등은 수월성 교육을 목적으로 △영어영재반 △천자문암송반 △골프영재반 △연극영재반 등 4개 영재반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영어영재반 학생 3명은 지난 5월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제17회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전원이 최우수상과 최고상을 받았다.
골프영재반은 지역 특성을 살린 맞춤형 프로그램이 주효한 경우. 학교 인근 골프장과 협조해 교내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하고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을 땐 지역 주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학교를 찾은) 지역 주민이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부수 효과도 창출했다.
강 교장은 교육의 형평성 제고에도 각별하게 신경 썼다. 일단 모든 교실을 적송(赤松)으로 개축(改築), 친환경 교실을 완비했다. 교실마다 전자칠판을 설치하고 무선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학생 전원에게 개인 PC를 공급해 최첨단 교육 환경을 갖췄다. 또한 전교생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30여 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해 사교육 없이도 개인의 특기와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한 교육연극 기법 활용 교수학습 프로그램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학생들의 예술과 문학적 재능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자기주도적 학습활동을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연계된 ‘서상 꿈돌이 연극 만들기’와 ‘꿈돌이 축제’는 지역민의 축제로도 자리 잡았다. -
◇올 들어 전교생 30%가 서울 등 전국서 전입
서상초등의 교육 환경이 처음부터 뛰어났던 건 아니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폐교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강 교장은 “고령화 저출산 현상의 여파로 관내(서상면) 3개 초등학교 중 우리 학교를 제외한 두 곳이 폐교됐다”고 말했다.
“2005년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저출산 추세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우리 학교도 10년 이내에 폐교될 수 있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습니다. 관내에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가 폐교될 상황에 놓이자, 지역공동체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더군요.”
박종철 당시 교장은 그해 학교운영위원, 지역기관장, 군 의원, 지역 인사 등 16명으로 구성된 학교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출범시켜 ‘서상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협의회는 교장의 고유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되, 학교 발전에 필요한 사안을 철저하게 지원했다. 협의회와 학교 측의 노력으로 서상초등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지정 ‘전원학교’에 선정됐다. 그와 함께 17억 원의 경비를 지원받아 학교 시설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협의회는 물질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생활 지도에도 앞장섰다. 면사무소, 파출소, 농협조합 등 지역 관계 기관 임직원이 학교와 연대해 관내에서 학생들의 생활 지도에 합세했다. 그 결과, 서상초등은 한국교육개발원 지정 ‘학교 폭력이 없는 학교’에 뽑히는 영예를 누렸다. 강 교장은 “학교 관계자뿐 아니라 지역 인사들까지 합세한 우리 학교 협의회는 전국 최초 사례로 지금도 전국 각지 학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외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전 교직원이 '교육 질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서상초등의 재기에 한몫했다. 강 교장은 유능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 발전 방향을 ‘미래학교 육성’으로 잡고 학교 경영에 관한 네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학생 중심 △교육과정 중심 △민주적 의사 결정 △교육공동체 공유 등이 그것. “행정 업무가 없을 순 없지만 교사들이 거기에 묻히지 않도록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학교 운영은 철저하게 회의를 통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결정하도록 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선 지역 공동체 대표들이 함께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이내 다양한 결실로 되돌아왔다. 서상초등은 지난 2010년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 참가해 호평 받았다. 특히 올해는 교과부가 발간한 『학교가 희망이다. ‘50가지 학교 이야기’』에 학교 운영 모범 사례로 실리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올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서상초등을 찾은 전입생 수는 전교생의 30%에 해당하는 21명이었다. 강 교장은 “전입 희망 학생은 훨씬 더 많았지만 이들이 거주할 관내 주택이 모자라 대기 중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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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구 서상초등 교장은 "학교가 발전하려면 학교장의 학생 중심 철학과 교직원의 노력, 지역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제공 서상초등학교>
◇"변화 동력은 학교장 의지-교육공동체 화합"
서상초등 사례를 다른 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강 교장은 “학교장의 의지와 교육공동체의 화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장에겐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학교 전반의 교육 방침을 확정하고 추진하는 뚝심이 하나, 모든 사안을 '학생 중심'으로 생각하려는 배려심이 다른 하나죠. 이를 겸비하려면 교직원 전원의 얘길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강 교장은 '지역사회와의 연결 고리'로서의 교장 역할도 강조했다. "지난해 제가 처음 서상초등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지역 내 교육 공동체와의 소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첫해엔 제 역량의 50%을 지역 교육 공동체와의 소통에 고스란히 할애했죠.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니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는 "학교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해당 학교가 속한 지역 공동체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학교가 하는 일에 일일이 '간섭'하란 얘기가 아닙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우리 학교 역시 '운영에 어려운 점 없느냐'는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질문이 모여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으니까요." -
'폐교 위기 학교'에서 '전학 가고 싶은 학교'로!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2012 미래학교' 선정된 경남 함양 서상초등학교
-지역사회 협조에 교직원 노력 곁들여져 이룬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