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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원 한예종 총장은 "진정한 예술인이라면 성장의 열매를 고루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도 교육이 가능하냐고요? 물론입니다." 박종원(52) 한국종합예술학교(이하 ‘한예종’) 총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예술에 정답이 있다는 얘긴 아닙니다. 차이를 넘어 다양한 시각을 포용하는 예술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끝없이 고민하는 예술가 양성이야말로 예술 교육의 진정한 목적이란 뜻이죠.”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예술인의 요람' 한예종이 오늘(30일) 20주년 개교식을 갖고 스무 살 성년이 됐다. 사실 한예종엔 축하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지난 6일 출범한 ‘아시아예술교육기관연맹(ALIA, Asian League of Institutes of the Arts, 이하 '알리아') 초대 회장으로 박종원 총장이 추대된 것.
조선에듀케이션은 한예종 20주년 개교식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서울 성북구 화랑로)에서 박종원 총장을 만났다. 그가 들려준 한예종의 발자취와 미래 비전, 그리고 알리아의 설립 배경 등을 정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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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위’가 아닌 ‘아래’ 바라볼 때
"한예종은 그간 남부럽잖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학교의 이름을 드높인 인재들이 국내외 예술계를 누비며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기까지 열심히 몸집을 키워 온 거죠. 이젠 외면(外面)이 아닌 내적 성장을 도모할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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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예종의 지난 20년은 '세계적 예술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박종원 총장은 "향후 20년은 예술 분야의 3주체, 즉 창작자-작품-향유자 간 연대의 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종원 총장은 "지난 20년을 '더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은 사회와 교감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습니다. 수용자 없는 예술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어요. 이제껏 한예종이 거둔 열매, 물론 화려합니다. 하지만 더러 고루 나뉘지 않기도, 성과 중심 풍토에 밀려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도 했죠. 향후 20년은 이 같은 불균형을 극복하는 동시에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창조자, 작품, 향유자 등 예술 3주체의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작업이 될 겁니다."
박 총장의 이 같은 다짐은 이미 '행동 개시'에 들어갔다. 당장 '섬&아트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예술 사각지대(死角地帶)인 지역사회 예술환경 조성에 착수했다. '섬&아트 프로젝트'는 한예종 재학생이 전남 신안군 내 6개 섬을 방문, 예술을 주제로 한 환경 조성에 나서는 작업을 일컫는 용어다.
정명숙 한예종 홍보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두 그룹에 끼지 못한 예술가를 후원하고 낙후된 지역 사회에 예술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지원을 받는 예술학교의 중대한 임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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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예술교육연맹(ALIA)' 초대회장으로도 임명된 박종원 총장은 "예술로 건강한 감성을 길러 아시아 예술 화합을 통해 아시아 평화 도모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ALIA의 목표는 '예술 통한 아시아 평화 유지'
박 총장이 초대 회장으로 임명된 알리아엔 한ㆍ중ㆍ일을 포함, 아시아 15개국 17개 교육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유럽예술교육기관연맹(ELIA, European League of Institutes of the Arts)와의 협력 아래 설립됐다. 알리아는 소속 교육연맹 간 교류를 통해 '국경 초월 예술교육'을 지향할 예정이다.
박 총장은 "알리아를 통해 회원국 간 교과과정 공유와 교수진 왕래는 물론, 각기 다른 대학 간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알리아가 소기의 임무를 완수하면 예술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지역 평화 유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는 정치ㆍ경제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역이 된 거죠.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갈등을 극복한 유럽과 달리 아시아 곳곳엔 아직 영토 분쟁 지역이 꽤 남아 있습니다. 예술은 결국 감성이고, 감성이 건강하면 그 사회 역시 건강해집니다. 제가 '예술을 통한 아시아 평화'에 확신을 갖는 것 역시 그 때문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알리아는 '아시아 평화의 씨앗을 심는 농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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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총장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 '영원한 제국'(1995) '송어'(1999)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출신이다. '예술가'에서 '(예술인을 양성하는) 교육자'로 변신한 그는 예술인을 꿈꾸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자세와 관련, 두 가지 충고를 남겼다.
"예술인이라면 늘 양면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온 힘을 다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고, 다른 하나는 경외심(혹은 겸허함)입니다. 특히 후자는 '내가 생각지 못하고 갖지 못한 부분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삶에 대한' 경외심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를 동전의 양면처럼 늘 마음 속에 지닌 예술가라면 어떤 변화의 물결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스무 살, 우린 더 완숙한 예술인이 될 것"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한예종 개교 20주년' 특집ㅣ박종원 총장을 만나다
-'위'로의 성장보다는 '아래'로의 안정에 주력할 것
-박 총장, 'ALIA' 초대 회장으로도 추대... "겹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