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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정광수)은 다음 달 초 국립공원 탐방로 등급제를 도입한다.
국내 국립공원의 탐방로를 경사도와 노면 상태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해 탐방객이 자신의 신체조건과 체력에 적합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현재 국내 9개 국립공원 117개 탐방코스에 대한 등급 평가가 끝난 상태이며 수 일 내로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공단은 등급제 적용을 위해 지난 1년간 탐방로별 GPS 측량으로 경사도와 폭, 노면상태 등을 조사해 난이도를 분석했다.
고령자, 어린이 등 체력이 약한 탐방객이 쉽게 산책할 수 있는 ‘쉬움’ 등급은 전체 탐방로의 약 6%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악산 소공원~비선대 △내장산 탐방안내소~내장사 구간 △북한산 둘레길 등이 둘러볼 만하다.
가장 어려운 등급은 높고 장거리 구간이 많은 지리산과 설악산에 분포해 있다. △노고단~벽소령~장터목~천왕봉~중산리에 이르는 지리산 종주 구간(30.9km) △설악산 공룡능선 구간(14.4km) △덕유산 종주 구간(26.9km) △소백산 초암사~국망봉 구간(14.6km) 등이 대표적이다.
맛있는교육은 윤상헌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디자인부 계장의 도움으로 ‘난이도별 추천 탐방 코스’를 정리했다. (탐방로 명칭│상세구간│거리│소요시간 ※보통 등급 이상은 등산화, 음료수, 여벌 옷 등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함) -
◇유모차 끌고 가볼까? │매우 쉬움
북한산 둘레길 │수유분소~백련 공원 지킴터│0.3km│10분
설악산 신흥사길│설악동 탐방지원센터~신흥사│0.7km│15분
등산로 옆에 유모차를 끌고 지날 수 있는 탐방로가 마련돼 있다. '본격 탐방용'이라기보다는 주말 나들이 할 때 잠시 들르기 적당하다. -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쉬움
내장산 자연관찰로│일주문~벽련암~원적암~내장사~일주문│3.56km│1시간 20분
여유 있는 산행을 계획하는 이에게, 혹은 아이들 체험학습용으로 권장할 만하다. 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탐방로 곳곳에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주변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 벽련암 뒤로 보이는 서래봉과 내장산 전경이 일품이다.
치악산 세렴폭포 길│구룡 탐방지원센터~구룡사~대곡야영장~세렴폭포│6km│3시간 30분
길이 완만해 산책하기에 적합하다. 세렴폭포를 지나면 비로봉까지 이어지지만, 급경사에 길이 험해 체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아이에겐 적합하지 않다. 코스 중간 지점에 세렴통제소와 다리가 있는데, 이 지점에서 사다리 병창 길과 계곡 길로 갈린다. 사다리 병창 길은 1000개 계단으로도 유명하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도전을 삼갈 것. -
◇엄마 아빠 손잡고 함께 걸어요│보통
북한산 구기 코스│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대서문~중성문~대남문│5.8km│3시간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온 탐방객에게 추천하기 좋은 코스다. 거리가 긴 편이지만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나 어린이, 청소년 모두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자연탐방과 역사탐방이 동시에 가능한 곳으로 계절별 야생화와 각종 야생 동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북한산성의 여러 성문과 행궁지를 돌아볼 수 있어 산행 도중 선조들의 흔적과 발자취를 찾아볼 수도 있다. 탐방객을 위해 역사해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덕유산 향적봉 코스│구천동 탐방지원센터~인월담~백련사~향적봉│5.8km│2시간 40분
완만한 경사를 따라가는 산책길.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다. 덕유산 구천동 계곡 코스는 구천동 33경 중 제15경부터 제32경까지를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구천동탐방지원센터에서 백련사 구간은 구천동 옛길을 복원한 탐방로와 자전거도로가 함께 놓여 있다.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 유모차나 휠체어도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백련사부터 향적봉까지의 구간은 중·상급자 코스로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계단형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답다.
내장산 입암산 코스│전남대수련원~은선동계곡~갓바위(정상)~북문~남문~산성골계곡~새재갈림길~전남대수련원│10.1km│4시간 20분
교통이 불편해 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어렵다. 갓바위로 올라가는 길엔 은선동 계곡이 위치해 있다. '은선(隱仙)'은 신선이 숨어 살았다는 뜻이다. 여름엔 계곡물에 비치는 녹색 나뭇잎이 볼만하다. 은선동 계곡을 지나면 갓바위가 나오는데 날씨가 좋으면 전북 고창 앞바다까지 보인다. 탐방로 중간에 화장실이 없으며 식수를 구하기도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
◇우리는 등산가족│어려움
소백산 희방-어의곡 코스│희방 탐방지원센터-희방폭포-희방사-연화봉(천문대)~제1연화봉-비로봉-어의곡 갈림길-어의곡 탐방지원센터│13.8km│6시간 15분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비로봉을 끼고 얕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비로봉에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지만 거리는 제법 멀다. 중간에 가파른 계단길이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구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 데 반해 등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마음을 다잡고 올라야 한다. 사계절 강한 바람이 불며 특히 겨울철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속리산 천왕봉 코스│법주사탐방지원센터-세심정~문장대~천왕봉~세심정~법주사탐방지원센터│15.1km│8시간
법주사 탐방지원센터를 출발, 세심정 휴게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길이다. 중간에 만나는 은폭동 폭포와 학소대가 멋지다. 속리산 주능선의 산죽(山竹) 군락을 따라 걷다 보면 천왕봉 정상에 닿는다. 체력이 약한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
◇초보자는 참아주세요│매우 어려움
지리산 종주 코스│노고단~벽소령대피소~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25.5km│14시간 30분
지리산 등반의 백미다. 서쪽 노고단에서 동쪽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주능선의 거리는 무려 25.5Km. 2박 3일 정도 일정을 잡아야 넉넉하게 오를 수 있다. 1박은 벽소령 대피소나 연하천 대피소에서, 2박은 장터목 대피소에서 한 후 천왕봉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게 일반적 코스다.
대피소를 이용하려면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등산복, 등산화, 구급약, 비상식량 등 장비 준비는 필수. 산행 경험이 적다면 결심하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설악산 백담 코스│백담사~영시암~수렴동 대피소~봉정암~소청봉~대청봉~희운각~비선대│20.4km│14시간
백담사(百潭寺)를 지나 1시간 정도 오르면 수렴동 대피소가 나온다. 수렴동을 지나 구곡담 계곡에 들어서면 맑은 계곡과 좌우 산세가 어우러져 기막힌 경치가 드러난다. 이후 봉정암까진 힘든 구간이 이어진다. 봉정암에서 보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의 거친 모습이 장관. ‘용의 이빨’이란 뜻의 용아장성은 매우 험난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봉정암에서 1시간여를 더 오르면 소청 대피소가 나온다(숙박 가능). 소청 대피소에서 30여 분을 더 오르면 중청 대피소다. 이곳에서 대청봉까지는 20분가량 더 걸린다.
올가을, 우리 가족이 가볼 만한 국립공원은?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국립공원관리공단 '탐방로 등급제' 도입, 시행
-9개 국립공원 117개 탐방코스 5개 난이도 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