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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재수생 사이에서 기숙학원 붐이 일었다. 성적 향상률만 놓고 봤을 때 기숙학원보다 효과적인 재수 시스템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다수의 기숙학원이 대학 합격률과 성적 향상률을 내세워 적게는 200명, 많게는 300명 가까운 정원을 마감한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수시전형이 확대되면서 수험생의 재수 기피 현상이 늘었고,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녀간 졸업생의 입소문도 한몫했다. 강사진이 부실하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실한 학원은 연이어 문을 닫았다.
이와 관련, 장상덕 포천한샘아카데미 기숙학원장은 “올 겨울방학이 기숙학원들의 명암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며 “경쟁력이 없어 문을 닫는 학원이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기숙학원에서 재수할 생각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는 학원 선택에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기숙학원을 선택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
◇전임강사 여부 확인은 필수
대부분의 기숙학원은 홈페이지와 학원 홍보물에 강사진 프로필을 기재한다. 이를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게 되는 의문이 있다. ‘이 강사는 다른 학원에서도 본 것 같은데?’ 이는 기숙학원의 전임강사와 출강강사가 다른 데서 비롯된다.
수업시수가 많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은 전임 교원이 강의하지만 사회(과학)탐구 영역 강사진은 외부 강사가 출강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을 학원의 대표강사로 소개하는 학원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장 원장은 “홈페이지에 게시된 강사들이 실제로 출강하는지 반드시 학원 측에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학원마다 최고의 강사들이 강의한다고 홍보하지만 '유명 강사'란 타이틀에 객관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강의하는 강사진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강사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학원 측에 실제 강의 시수와 전임강사인지 여부를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
◇확실한 관리 시스템도 중요
기숙학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기숙학원의 시작과 끝은 관리”라고 말한다. 기숙학원을 찾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 관리가 안 되기 때문. 학생들의 생활 습관을 공부에 맞게 잡아주고 수능을 치를 때까지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장 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학원 규모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숙학원은 ‘공부’ 외에 ‘생활’ 요소가 중요합니다. 강사들이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고 상담하기 위해 강사 1인당 배당되는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면 안 됩니다. 반대로 규모가 너무 작은 학원은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워 운영을 주먹구구식으로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장 원장이 말하는 기숙학원의 적정 정원은 300명에서 350명 선이다. 단, 수강생을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누고 다시 수준별 반 편성을 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장 원장은 진학 시스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입에서 수시 전형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진학 상담이 필요해졌다는 것. “‘진학 상담’이란 이름으로 학원마다 대입 전략을 지도하긴 하지만, 현행 입시 제도에 대응하려면 전문 인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종 성적에 맞춰 갈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게 아니라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1년의 로드맵을 그려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
◇학원 주변환경에도 유의해야
2012년 10월 현재 전국 소재 기숙학원은 60개에 이른다. 그 중 절반 이상은 경기 남양주시와 광주시 인근에 몰려 있다. 도시에서 벗어나 유해환경이 차단된 곳이면서 최소한의 접근성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너무 멀 경우 유명 강사 초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장 원장은 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기숙학원의 입지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주변에 유해 환경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기숙학원에선 대개 한 달에 한 번 정도 외출이 가능하므로 집과의 거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장 원장이 주변 환경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원 시설이다. 장 원장에 따르면 비용 문제 등 현실적 이유로 기존 기업체 연수원 건물을 학원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 원장은 “기숙학원은 모든 시설이 학생들의 학습을 중심으로 설계된 전용 건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4인실 숙소, 깨끗한 샤워장, 전문 영양사가 관리하는 식당은 필수 요소다. 학생들이 공부할 교육관은 강의실 외에 개인 독서실도 있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려면 학생마다 시간표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때 학생들이 자습시간에 사용할 전용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생활이 불편하지 않고 영양 관리가 확실해야 합니다. 연중 입시 상담이 가능하고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이어야 합니다. 강사진의 역량은 기본이고요.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 학원을 선택한다면 대학 합격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기숙학원 선택은 이렇게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장상덕 포천한샘아카데미 원장의 조언
-"강사진, 관리시스템, 주변 환경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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