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질문의 힘
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3.05.17 11:16
  • 생산형 AI가 새로운 지적 결과물을 대량 생산한다면, 인간은 새로운 질문을 통해 유도하고 결과물을 검증해야 한다.
    ▲ 생산형 AI가 새로운 지적 결과물을 대량 생산한다면, 인간은 새로운 질문을 통해 유도하고 결과물을 검증해야 한다.
    작가 쥘 베른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방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 작품에 녹여낸 작가들이다.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1865)>, <해저 2만 리(1869)>, <80일간의 세계 일주(1873)> 등은 우주와 하늘, 해저 모험을 주제로 잠수함, 우주선 등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작품에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등장시켰다. 과거 그의 상상은 현재 모두 현실이 돼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왔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은 초현실적인 무한의 도서관에 관한 우화다. 이 도서관은 육각형의 방이 무한히 쌓여 있는 구조로 각 층의 책장마다 책이 가득하다. 표현 가능한 모든 기호로 작성된 무한 개수의 책들은 410쪽인데, 무의미한 글자의 나열 속에 진리가 일부 숨겨져 있다. 사람들이 우주의 신비가 담긴 ‘절대의 책’ 한 권을 찾기를 갈구하며 도서관의 미로 속을 헤매지만 결국 못 찾는다. 최근 챗GPT가 잠수함, 우주선처럼 우리의 삶 속에 성큼 들어왔다. 아울러 보르헤스가 이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를 예견한 것이 아닌지 화제가 되고 있다. 
  • 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 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AI 시대, 챗GPT가 화두다. 챗GPT는 생성형 AI로 대화, 요약, 교정 능력, 창작 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시와 소설 창작, 작사와 작곡, 그림 그리기 등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인간 고유 능력으로 여겨졌던 창의성이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창의성은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 비판적 관점을 갖고 질문을 하는 과정을 통해 발현된다. 생산형 AI가 새로운 지적 결과물을 대량 생산한다면, 인간은 새로운 질문을 통해 유도하고 결과물을 검증해야 한다. 질문의 방향성에 따라 대답의 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문답의 힘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소크라테스가 주로 사용한 사유의 방식을 '문답법'이라고 한다. 상대에게 질문을 반복해 상대의 답변이나 인식에 숨어 있는 모순과 무지를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이어지는 후속 질문을 통해 질문과 깨달음의 과정을 거치며 무지를 자각하게 한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을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해서 자신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지 못한다는 무지를 일깨우는 목적으로 자주 사용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할 때 수업 도서와 연관된 키워드를 제시하고 여러 열린 질문을 자유롭게 던질 기회를 준다. 예를 들어 <사막별 여행자>를 읽은 뒤 행복의 조건, 물질문명의 장단점, 시간, 지배, 과거, 현재, 미래의 관계 등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각을 발현시킨다.

    CEDA 토론 시 교차 질문을 하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상대방의 주장과 논거를 경청한 뒤 상대방이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여러 의미 있는 질문들을 만들어 논리의 허점을 공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질문을 정교화하고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힘도 자란다. 
  • AI의 방대한 결과물을 정리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의 몫이다. 앞으로 AI 시대에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생성형 AI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AI가 작업을 수행하도록 목적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열쇠는 바로 질문하는 힘이다. 이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원하는 답변을 도출하며 생성형 AI와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