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명 대한민국] ③ “워킹맘에게 가장 필요한 거요? 시간과 돈이죠”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3.04.28 16:01

-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대한민국 워킹맘 3人 인터뷰

  • ◇ ‘육아 인플루언서’ 이지원 “복직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네이버 육아 인플루언서 '데일리유자'로 활동하는 이지원 씨는 15개월 된 자녀를 둔 엄마다. 그녀는 3개월 출산휴가와 11개월 육아휴직 후 1년 2개월 만인 지난 1월, 회사에 복직했다. IT 회사에서 광고 세일즈를 담당하는 지원 씨는 최근 복직과 더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이지원 씨 제공.
    ▲ 이지원 씨 제공.
    그녀는 “일을 좋아하고, 일하면서 자아실현을 하는 게 내 삶의 원동력 중 하나다. 일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요소이기에 나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했다. 그 때문에 아이를 낳고 ‘복직을 안 한다’라는 옵션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일을 매우 사랑하는 지원 씨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그녀의 하루 스케줄을 살펴보면 틈이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다. 지원 씨와 남편은 맞벌이 부부이고,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다행히 지원 씨가 재직 중인 회사는 일주일 중 이틀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 부분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출근 시 아이에게 응급상황이 생기거나 갑자기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를 생각하면 출근이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크다. 그녀는 “정말이지 체력이 안 받쳐준다고 느낀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저녁까지.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꽉 찬다”라면서 “너무 힘이 든다. 주말이라도 두세 시간만 쉬고 싶은데, 쉴 수 있는 틈이 전혀 없다”라고 전했다.

    지원 씨는 여러 보육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 ‘맘시터’라는 앱을 이용해 베이비시터도 구했다. 베이비시터에게 아이의 하원과 더불어 그녀와 남편이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보육을 맡긴다. 

    단기돌봄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녀가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는 ‘째깍악어’다. 지원 씨는 “째깍악어에서 2~3시간 정도 놀이 선생님이나 학습프로그램을 찾아 이용한다. 지금껏 세 번 정도 이용해 봤는데, 꽤 만족스러웠다.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할 때, 2~3시간 정도 짬이 생기니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워킹맘으로써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보육시설의 운영시간 연장과 유연근무제를 꼽았다. 지원 씨는 “어린이집의 보육 시간이 길어지면 좋겠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9시 등원, 12시 하원이다. 아무리 길게 보육시설을 이용하려고 해도 오후 4시에는 하원을 해야 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등·하원 도우미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크다”라면서 “지자체에서 워킹맘을 위한 종일반 어린이집도 몇 군데 운영한다고 알고 있다. 문제는 그런 보육시설이 몇 곳 없다. 따라서 집에서 굉장히 거리가 멀거나, 인원이 모두 꽉 차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녀는 “육아를 위한 유연근무제가 적용되면 편할 것 같다. 내 경우에는 회사가 자유로운 분위기이고, 워킹맘들의 편의를 많이 지원하는 편이어서 그나마 편한 축에 속한다. 그런데도 5시쯤 퇴근하고, 아이를 돌본 후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라면서 “아이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긴급 연차나 반차 등 유연한 근무 시간이 적용되면 지금보다 엄마, 아빠들의 육아 환경이 훨씬 좋아질 것 같다”라고 답했다. 
  • 장가은 씨 제공.
    ▲ 장가은 씨 제공.
    ◇ ‘삼 남매 엄마’ 장가은 씨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만들고 싶어”

    장가은 씨는 의료계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재직 중이다. 그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세 명의 자녀가 있다. 각각 올해 6세, 5세, 3세다. 엄마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세 아이를 두고, 그녀는 지난해 7월 복직을 선택했다. 1분 1초도 아이들 생각뿐인 그녀가 복직한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었다. 

    가은 씨는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회복기를 제외하고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주변에서 아이가 셋이나 있으면 집에서 육아하는 편이 더 낫지 않냐는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 아이가 어리니까 지금부터라도 돈을 열심히 벌어놔야겠다는 생각이 크다”라면서 “지금이야 육아나 교육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지만,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더 큰 비용이 필요할 테고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가은 씨의 직장은 집에서 왕복 4시간가량 소요된다. 따라서 아이의 등원은 집에서 회사가 가까운 남편이 맡고 있다. 근무 시간은 일반적인 9시 출근, 18시 퇴근이다. 저녁 8시 반이 넘어서야 귀가하는 가은 씨는 현관문에 발을 들이자마자 육아가 시작된다. 그녀는 “아이들의 아침도 챙겨주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데 그건 꿈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집에 아이들을 살피기 위한 홈 CCTV를 설치했는데, 종종 아침에 아이들이 ‘엄마 어딨어?’라면서 나를 찾는 경우가 있다. 출근길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당장이라도 돌아가 안아주고 싶은 걸 여러 번 참아냈다”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인 가은 씨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아이의 하원’이다. 등원과 마찬가지로 하원 역시 남편이 주로 담당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여의찮을 때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 

    가은 씨는 “지난해 복직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득 분위가 낮아서 6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덕분에 4시간 정도 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4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돌봄 선생님을 모셨다. 복직하면서 소득 분위가 올라가게 되면 정부 지원이 더 줄어들게 될 테니 걱정이다”라면서 “비용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돌봄 선생님이 매칭됐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매칭되기가 굉장히 어렵다. 내 경우에도 3개월 정도가 걸렸다. 갑작스러운 비상시에 이용하거나 짧은 시간 이용할 경우는 더욱 매칭이 힘든 편이다”라고 밝혔다.  

    그녀에게 바라는 일상은 어떤 모습이냐고 묻자, 가은 씨는 지체 없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녀는 “아이가 등원할 때, 어린이집 차량에 아이를 직접 태워줬으면 좋겠고, 직접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기만이라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일 끝나고 밤늦게 귀가하면 씻고만 나와도 아이들이 잘 시간이 된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도 아주 부족하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피로도가 쌓인 상태이다 보니 아이들의 니즈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가은 씨는 “나라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매우 많은 돈을 쓴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다자녀 가정임에도 지원이 실질적으로 와닿는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다자녀 가정인 내 경우에도 피부로 와닿지 않는데, 하물며 자녀가 하나인 경우는 더욱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런저런 잘 알지도 못하는 지원이나 혜택을 늘리기보다 차라리 분명한 경제적 지원이 더 편하고, 실효성 있을 것이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 ◇ ‘12년 차 워킹맘’ 강지영 씨 “되돌아보면 ‘시간조정’이 가장 힘들었다”

    SNS 팔로워 2만 5천 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 강지영 씨는 대학병원 간호사이면서 동시에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이다. 복직한 지 햇수로 12년 차인 그녀는 일과 육아, 인플루언서 활동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베테랑 엄마’로 불린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영 씨에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 강지영 씨 제공.
    ▲ 강지영 씨 제공.
    그녀는 “아이가 5살 때 복직했다. 유치원을 다닐 때는 종일반이어서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하기 좋았던 것 같다. 진짜 본격적으로 힘들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신경 쓸 게 정말 많아졌다”라면서 “학교는 유치원보다 더 일찍 끝나기 때문에 방과 후를 걱정해야 했다. 게다가 당시 아이가 음식을 많이 가려서 직접 도시락까지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출근과 육아, 집안일까지 모두 다 하려니 자연스레 잠을 줄여야만 했다. 하루 3시간씩 자면서 모든 걸 소화했고, 잠이 부족하니까 건강이 많이 상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지영 씨는 자녀가 성장하면서 육체적으로 한결 편해졌지만, 또 다른 어려움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워킹맘으로써는 서러운 순간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엄마들과의 관계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엄마들 모임에 나가보면 일하는 엄마보다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교육정보 면에서나 여러모로 워킹맘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라면서 “엄마들과의 유대를 쌓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엄마들과의 관계가 아이의 친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영 씨는 복직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주변에서 ‘너는 전문직이니까 언제든지 복직이 가능하잖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실 맞는 말이다. 간호사이기 때문에 복직이 쉬웠으나, ‘어떤 일’을 맡느냐는 다른 문제”라면서 “아이를 낳기 전 했던 업무를 기대했으나, 복직한 이후 한동안은 저 연차가 하는 일만 맡았다. 한 번은 7년 차인 내게 까마득한 후배가 ‘원래 처음엔 다 힘들어요’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당시 기분이 나쁘기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씁쓸했다.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이겨내야지’ ‘견뎌야지’ 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안정적인 육아에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이가 어릴 때를 되돌아보면 ‘시간조정’이 가장 힘들었다. 9시에서 18시까지 일반적인 근무 시간과 육아를 병행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특히 아이를 돌보다 보면 어떤 상황이 갑자기 발생할지 모른다. 만약 당시에 탄력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보다 편하게 아이도 돌보고, 육아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저출생 문제의 원인을 묻자 지영 씨는 “세상이 아이를 낳고 살기엔 너무 힘들게 변해버린 것 같다”라면서 “집값과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출산과 함께 경력이 단절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도래한다. 솔직히 아이가 없으면 높은 교육비를 감당할 필요도 없고, 상대적 박탈감도 그만큼 덜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아이 때문에 내 삶을 아등바등 살아가고 싶지 않기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요즘 젊은 친구들은 합리적이고, 똑똑하다. 나 하나 살아가기도 버거운데, 내 자식에게 제대로 지원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낳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한 순간들이 많다.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인데, 요즘 친구들은 아이를 낳는 것 외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참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 #저출생 #저출산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