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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디지틀조선일보가 함께 기획한 서울미래유산 인생투어가 올해 3회차 답사인 ‘아픔과 꿈이 있는 아늑한 골목 속으로’ 편으로 시민의 곁으로 돌아왔다. 참가자들은 한국전쟁 당시의 피난민과 실향민의 아픔을 감싸준 해방촌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해방촌과 한신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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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은 광복 이후 해외 귀국 동포와 월남한 실향민, 6·25전쟁 때 피난민이 임시로 거주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그만큼 서울의 현대적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은 과거 무허가 판자촌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남산터널이 건설되면서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지정돼 모습을 바꿨다. 해방촌은 경사가 높고 3층 이하의 저층 건물들이 밀집돼 과밀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곳이다. 대체로 저소득층이 많으며, 비경제인구 비중도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거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국적인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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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한신옹기'다. 이곳은 1967년 개업한 이후 한 자리에서 옹기를 판매해 온 가게로 유명하다. 미군 부대 앞에서 옹기를 쌓아 놓고 팔아 해방촌 입구의 명물이 됐다. 빛바랜 간판과 가게의 풍경은 지나온 세월을 깊이 느끼게 해준다. 가게는 해방촌 동네 입구에 위치해 지대가 낮은 편에 속하지만, 이곳 가게 담벼락을 보면 크고 작은 옹기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많은 편이다.◇해방촌 신흥시장부터 108계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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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경사길을 올라가다 보면 아담한 시장 골목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해방촌 신흥시장’이다. 과거 해방촌시장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전쟁 이후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주민들을 위해 먹거리를 팔던 공간으로 시작됐다.해방촌 신흥시장은 1970~1980년대 사제 연초를 제조하고, 스웨터 편물 가내수공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던 중 기계자동화 등 현대 사회가 발전하면서 니트산업(가내수공업)이 쇠퇴하고, 시설이 노후화됐다. 지금은 지역의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최근 아트마켓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으며, 과거 니트 산업 종사자에게 시장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 주고 이들이 재능기부를 하면서 청년 유입이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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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본 곳은 해방촌 108계단이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때 조성된 석재 계단으로, 1960~1970년대 일제 강점기 및 해방 공간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해방촌에서 가장 이름난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는 계단이 둘로 나뉘어졌지만 과거에는 하나의 널찍한 돌층계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계단 위쪽에 경성호국신사를 지어 신사로 올라가기 위해 설치했다.2017년 해방촌 108계단에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시작한 이후 2018년 완공했다. 엘리베이터는 계단 가운데 위치하며 이동 속도는 아래에서 정상까지 약 1분이 걸린다. 해방촌 주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계단을 지나면 곳곳에 예쁜 벽화가 눈에 띈다. 보성여고 재학생, 서울대 건축학과 학생, 해방촌 주민 등이 손수 작업했다.한편 서울미래유산 인생투어는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유‧무형의 미래유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소통 중이다.투어는 격주 토요일 현장답사로 진행된다. 참가를 희망하는 이는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된다. 답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주목! 이 프로그램] 서울미래유산 인생투어 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