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승소했지만 일반고 전환 계속…“장점 사라졌다”
신영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5.31 11:21

-9개 자사고 모두 1심 승소…교육부, 2025년 자사고→일반고 전환
-서울 동성고, 자사고 지위 반납…“정원 미달 속출”
-자사고에 불리한 교육 정책 시행…“교육청과 사후 협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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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서울시교육청 간 행정소송 1심이 자사고의 승리로 마무리된 가운데, 자사고가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는 학교도 잇따르고 있다. 교육계에선 2025년 자사고 폐지, 고교학점제 시행 등 교육 정책 변화로 자사고의 존립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지난 2019년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로 서울·경기·부산에서 총 10개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결정했다. 서울 배재고·세화고·경희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8개교, 부산 해운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다.

    하지만 해당 자사고들은 이에 불복해 효력정지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효력정지를 받아들였다. 지난 28일까지 진행된 총 5차례의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도 법원은 자사고 10개교 중 9개교의 손을 들어줬다. 남은 경기 안산동산고도 다음 달 중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사고의 승소에도 당장 자사고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동성고는 이사회를 열어 일반고 자진 전환을 결정했다. 서울에서만 7번째 사례다. 서울에서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 학교는 동양고, 용문고, 미림여고, 우신고, 대성고, 경문고 등이다. 

    동성고는 지난 2014년과 2019년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지만 2020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다 충원하지 못했다. 조영관 동성고 교장은 입장문을 통해 “신입생 선발에서 후기고로의 전환, 교육과정 자율권 회수, 학교생활기록부 블라인드 처리 등 자사고로서 누리던 특수성과 장점이 사라졌다”며 “최근 몇 년에 걸쳐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고, 이러한 상황이 학교의 노력을 통해 현저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자사고의 입학 경쟁률은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서울 자사고 신입생 모집 결과, 경쟁률은 1.09대 1으로 전년(1.19대 1)보다 하락했다. 2017년도엔 1.7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7곳, 올해에는 10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교육계에선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일반고 전환 정책 등이 자사고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9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서울 8개 자사고 교장단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신입생 지원 감소와 재정 여건 악화로 학교법인의 막대한 재정 지원 없이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고진영 배재고 교장은 “정책이 어떻게 시행될 지 모르고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교육청과 사후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고등학교 전 학년에 시행된 무상교육과 오는 2025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도 자사고에 불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권 4년제 교육학과의 한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이 이뤄졌지만 자사고 학생들만 계속 비싼 수업료를 내는 것도 부담”이라며 “또 고교학점제를 본래 취지대로 운영하려면 수월성 교육의 상징인 자사고가 폐지돼야 하므로 자사고엔 악재가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자사고 폐지 흐름을 꺾긴 힘들 것”이라며 “대부분의 자사고가 모집난을 겪고 있는 상태고, 일반고의 3배 가까운 학비를 낼만큼 자사고에 대해 이점을 느끼는 학부모도 많지 않다. 다만 수월성 교육과 학교 선택권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2025년 모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못 박은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자사고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국제고 24개 학교법인은 정부가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의 결정은 이르면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sy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