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 늘어나는데 촉법소년 ‘처벌 불가’… 제도 개선 요구 ‘봇물’
신영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1.02.03 11:43

-전용기 의원, 촉법소년 제도 개선 관련 법안 발의
-소년범죄 건수 증가… “재발 막기 위한 대책 필요” 지적

  • 청소년들의 가혹한 범죄 행위가 늘어나면서 소년범 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소년법을 아예 폐지하거나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 소년범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소년범죄의 재발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촉법소년 제도 개선을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을 초등교육 교과 수료 기준인 만 12세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맞춰 소년보호사건 대상 기준도 12세로 조정한다.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은 소년보호사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지난달 말 중학생들의 노인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해당 영상에는 지하철에서 한 학생이 노인의 목을 조르고 바닥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진 다른 영상에서는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중학생이 노인과 시비가 붙어 욕설하고 어깨를 밀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영상 속 가해학생들을 찾아 폭행혐의로 조사를 벌였고, 가해학생 2명은 중학교 1학년 만 13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들은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가해 학생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을 폐지해 해당 사건의 가해 학생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촉법소년이 렌터카를 타고 도주하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쳐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년법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었다. 당시 해당 사건의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실제 촉법소년 범죄 건수도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소년부 접수 기준) 범죄 건수는 2016년 7030건, 2017년 7897건, 2018년 9051건, 2019년(11월 기준) 9102건으로 늘어났다.

    전 의원은 “청소년의 성장도 빨라져 중학생 정도면 범죄인지 아닌지, 자신의 행동에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며 “범죄를 알고 저지른 사람을 법의 틀로 지켜주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온당하지 못하다. 온정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68년째 제자리인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년범에 대한 단순 처벌 강화보다는 촉법소년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권 4년제 범죄심리학과의 한 교수는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아이들까지 보호처분을 해선 안 된다”면서도 “촉법소년의 연령 인하가 범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 보호처분의 내실화와 함께 범죄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소년범들을 보면 대부분 재범인 경우가 많다”며 “소년범의 처벌 강화보다는 소년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년범죄 재범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y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