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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모의선거 교육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학교에서도 실제 후보를 대상으로 모의선거를 진행하고 민주주의를 경험해보는 교육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법 통과까지 관문이 남아있을뿐더러 모의선거 자체가 일부 후보에 대한 밀어주기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8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은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실현을 위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6일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민주주의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며 “학교는 아이들이 민주시민의 태도와 역량을 갖춘 건강한 유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학교 내 모의선거를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로 보지 않도록 여론조사 예외 규정에 교육을 추가 ▲학교에서 실제 정당,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실시하는 모의투표와 그 결과 발표는 ‘공무원이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로 보지 아니하는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학생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또는 공약에 관한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학교 내 모의선거 교육은 지난 겨울을 관통했던 이슈 중 하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총선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할 초중고 40곳을 선정한 바 있다. 3~4월께 정당이나 총선 출마자 공약을 분석하고 모의투표까지 진행하며 민주주의 기본 제도인 선거제도와 참정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올해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추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공직선거법 86조 1항 3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발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1월말 시교육청은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당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현실 선거를 매개로 한 참정권 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무한정 확대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월 6일 선관위는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초중고 대상 국회의원 모의선거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시교육청에서는 조 교육감이 ‘발끈' 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 나올 만큼 당황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교육시민단체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다음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립성을 가져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할 예정이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로, 강 의원은 당시 이 단체 상임이사로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모의투표를 교사가 아닌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방식, 민간단체와 협업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이런 방식도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선관위에 다시 공식 질의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답변해 모의선거 교육은 결국 무산됐다.
이처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학교 모의선거 교육은 강 의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진행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강 의원의 개정안은 86조1항에 단서를 달아 선거권자의 지지도 조사나 발표행위 금지 대상에서 모의선거 교육을 제외토록 했다. 지난 겨울 선관위가 위반 우려를 나타냈던 조항을 고쳤다.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해 올해 안으로 국회 통과에 성공하면 내년 2학기 쯤에는 학교에서 모의선거 교육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 아직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모의선거 교육 자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칫 편향 교육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학생들의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특정한 당이나 후보를 두고 편향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선관위 등 공신력 있는 선거 기관이 선거교육을 진행하거나 평상시 교육과정에서 내실 있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의원은 “학교 내 모의선거 교육은 선거가 아니라 교육”이라며 “개정안이 학생들의 선거 체험을 강화하고 민주시민 교육의 토대를 다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jinho26@chosun.com
학교 ‘모의선거’ 교육 실현될까…“학생들 건강한 유권자로 성장해야”
-강민정 의원,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쟁점 조항 고쳐
-서울교육청 추진했지만 ‘좌초’…편향교육 우려는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