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사들 “원격수업 확대보다 대면수업 인프라 확충 먼저”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1.11 11:18

-교사 1041명 대상 설문…“학급당 학생 수 감축해야”
-‘통합교원자격증’ 87%가 반대…47% “기간제 없애자”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현직 교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학력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충원을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고 바라봤다. 정부는 쌍방향 원격수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먼저 대면수업 인프라를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사 절반 이상은 적절한 학급당 학생 수로 16명 수준을 제시했다. 교사 대부분은 통합교원자격증 제도에 반대했다.

    11일 현장교사모임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교찾사)는 전국 유ㆍ초ㆍ중ㆍ고 교사 10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설문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서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해 물었다.

    조사 결과, 교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서 내년 정부 교육정책이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팬데믹 시기, 학력 격차와 발달 결핍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바 2021년 정부 정책 기본 방향은 어떠해야 하냐’는 물음에 교사 91.3%(948명)가 학급당 학생 수 감축·교원증원 등 대면 수업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쌍방향 수업 확대와 관련 인프라 조성이라고 답한 교사는 6.6%(68명)에 그쳤다.

    현재 교육부는 쌍방향 방식 수업과 소통을 확대하는 쪽으로 코로나19 사태 속 학사운영 방향을 잡은 상태다. 모든 학교 현장에서 등·하교 전후 이뤄지는 조·종례를 실시간 쌍방향 방식으로 운영하게 하고, 일주일에 1회 이상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쌍방향 수업 확대보다는 얼굴을 직접 맞대는 수업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다.

    설문을 총괄한 김혜경 교찾사 대표(율현초 교사)는 “내년 교육부 예산안을 보면 온라인 기반사업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며 “대면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과 정책이 재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생각하는 적절한 학급당 학생 수는 몇명일까. 교사 10명 중 5명은 학급당 학생 수 상한선으로 16명이 적절하다고 봤다. 응답 교사 52.2%(541명)가 15~16명이라고 응답했다. 19~20명이라고 답한 교사는 29.5%(306명)였다. 11~12명은 14.6%(151명)였고, 23~24명이 적절하다고 답한 교사는 2.9%(30명)에 그쳤다.

    현재 국회에는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은 20명 이하로 한다’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교사들 절반 이상이 그보다 적은 16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교육계에서는 교실 내 2m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이 이뤄지려면 16명 수준이 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수의 교사가 16명 이하를 제시한 건 이러한 구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사 44%(455명)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매일 정상 등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36.7%(379명)는 ‘학년별 주 단위 등교’를 시행한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2~3회 등교한다는 교사 응답 비율은 16.9%(175명)이었다. 일주일에 1회만 등교한다는 비율은 1.6%(17명)로 나타났다.

    학교 유형이나 지역별로 등교 형태가 달랐다. 교찾사는 “일반계고 교사는 전체의 42.1%가 매일 등교하고 있다고 했지만, 특수목적고 교사는 75.0%가 전체 학생이 매일 등교수업을 받는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도 달라 대도시는 35%가 정상 등교했고 읍면 단위 학교 교사는 68.9%가 정상 등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현재 국가교육회의 숙의에 들어간 교원양성체계 개편 방향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국가교육회의는 ‘교원 양성 규모’, ‘양성교육과정 개편’을 두 축으로 놓고 숙의하는 중이다. 숙의단은 유ㆍ초등간, 초ㆍ중등간 통합교원자격증 제도를 비롯해 교육대학·사범대학 통폐합 등 다양한 디테일을 놓고 논의 중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해 교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이고 2023년부터는 새로운 수급 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상황이다.

    설문에 응한 교사 87.2%(905명)가 ‘교원 정원이 줄고 교원 전문성이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통합교원자격증 제도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교육과정의 연계성을 높이고 교원 전문성 신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찬성하는 이들은 10.1%(105명)에 불과했다.

    기간제교사 제도 폐지에는 교사 절반 가까이가 찬성했다. 기간제교사 고용 불안정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47%(484명)가 ‘기간제교사 제도를 없애고 대신 정규교원을 정원보다 10% 더 뽑아 휴직 대체 자리에 근무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찾사 관계자는 “96%의 교사들은 현행 연간 수업일수인 190일이 지나치게 많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설문에서는 적정한 수업일수로 180일을 꼽은 교사가 31.3%(325명)로 가장 많았고, 165일을 꼽은 교사들이 27.9%(290명)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와 같은 190일이라고 응답한 교사는 4.1%(43명)에 불과했다.

    또한 현행 교육과정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지금보다 2~30%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교사들은 65.7%(682명)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활동 영역을 폐지할 경우 어떤 영역이 좋겠냐는 물음에는 ‘봉사’를 꼽은 교사들이 59.5%(613명)로 가장 많았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