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덕담 ‘교례회’서 입장 차 드러낸 교육계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1.08 11:59

-8일 한국교총 주최 교육계 신년교례회서 현안 입장 차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지나친 평준화가 교육발전 저해해”
-유 부총리 “무상교육 등 교육비 부담 줄이고 공공성 강화”

  • 한국총이 8일 개최한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유은혜 부총리,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 기자
    ▲ 한국총이 8일 개최한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유은혜 부총리,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 기자
    새해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교육부와 한국교총은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0년 대한민국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교육 현안에 대한 인식 차를 보였다. 지난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일괄 일반고 전환과 고교무상교육 도입 등의 대립을 이어간 셈이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지나치게 평등을 강조한 교육이 지난해 교육계의 갈등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해외는 선진국에 아낌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교육은 지나친 평준화를 강조해 미래로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가 추진한 자사고 일괄 폐지와 고교무상교육 도입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 회장은 국내 교육을 위기라고 규정했다. 하 회장은 “지난해 우리 교육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미래 교육 비전이 암울한 가운데 가야 할 방향성도 이념의 웅덩이에 빠져 표류했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현안에 대한 생각이 양극으로 쏠리고, 각 세력이 날을 세워 대립하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했다. 

    이어 “만 18세 선거법은 학교의 정치장(場)화, 고3 학생의 선거운동이라는 교단의 새로운 숙제마저 안겨줬다”며 선거연령 하향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축사를 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와 달리 지난해 교육계가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확대하는 의미 있는 성과들이 있었다”며 “고교무상교육을 시작하고 반값등록금 수혜 학생 비율 확대와 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 등 교육비 부담을 줄여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고 폐지에 반발하는 여론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유 부총리는 “전 세계 선진국의 교육정책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경쟁 위주 시스템에서 다양성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교육부도 일반고 역량강화와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등 정책이 현장에 더 잘 안착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축사를 전해 교육혁신을 강조했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올해는 확실한 변화로 교육 혁신 체감도를 높이겠다”며 “선생님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자치실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모든 아이가 학비 걱정 없이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 공정성 강화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교육의 공공성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교육 불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조치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신년다짐도 이어졌다. 교사 대표로 참여한 유희라 강원 토성초 교사는 교사에 대한 신뢰를 당부했다. 유 교사는 “현장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웃음이 교사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전문직으로서의 자질과 품격을 높이기 위해 매진할 것”이라며 “지난해 통과된 교권 3법이 학교에 안착돼 교육의 기본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도록 아낌없는 신뢰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학부모 대표로 참여한 손재경 서울 보라매초 학부모회장은 입시교육을 줄이고 창의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을 당부했다. 손 회장은 “교육이 희망이 아닌 걱정인 나라에 서 있다”며 “입시교육에 매몰돼 자녀를 소모적 경쟁교육으로 내모는 현실을 극복하고 아이들이 창의성으로 빛나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 행복을 찾아나가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대표는 행복한 한 해를 보내길 바란다는 다짐을 전했다. 전민성 서울 인창고 학생회장은 “고 3으로서 대입 준비도 중요하지만 치열한 과정 속에서도 정말 잘하는 게 무엇인지, 행복해지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깨닫는 2020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용기 있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신년교례회에는 유 부총리와 김 사회수석,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정부인사와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등 국회의원, 교육단체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여했다.